'끝'과 '시작'은 결국 이어져있고, 모든 일은 '삶의 반직선 위의 점일 뿐'(샵의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 중.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가사이다.)이니.
에필로그이면서 곧 프롤로그성격의 글을 첫 이야기로 쓰기로 했다.
사실 끝맺지 못했던 이야기를 쓰면서 줄곧 생각했다.
나는 '지금, 여기'를 살고 있는데, 글은 자꾸 과거 회상이니,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내게 일어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일들을 기록하기 위해 매거진을 하나 만들었다가,
두 이야기를 동시에 이어가기에는 나는 워킹맘이고, 할 일이 산더미이고, 벅차서 허우적대다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꼴이 될 것만 같아서,
하나를 어서 끝맺고 현재를 기록해야겠다 하던 시점이었다.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다행이다.
관점의 전환이라고.
끝맺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뒷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고,
내 글을 보면서 지난 아픔들을 위로받은 분들도 계실 것이고,
자신의 아픔을 꺼내 보일 용기를 내신 분들도 계실 텐데.
그렇게 갑작스럽게 내려버리게 되어,
심심(甚深)한 사과의 말씀도 꼭 드리고 싶었다.
"고작 그깟 일에 브런치북을 삭제하다니, 브런치북이 장난입니까?"라고 화를 내는 분이 계신다면,
"네, 저는 고작 그깟 일에 힘들었습니다. 온몸의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듯했습니다. 저에게는 지켜야 할 소중한 이들이 있습니다. 이 일에 에너지를 쏟기에는 제 에너지의 총량이 그리 많지가 많아요. 저는 작디작은 인간인걸요. 하지만 브런치북이 장난은 아니었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연재를 중단하며 '제가 저의 글을 너무나 사랑하는 모양입니다.'라고 했었는데,
글도 글이지만,
나는 한 자 한 자 적어주신 위로의, 격려의, 응원의 그 마음들을 사랑했다.
글을 읽으며 나와 함께 호흡해 준 마음들이 너무나 감사했다.
그 마음들을 저버리는 것 같아서 '브런치북 삭제'를 누르면서 소리 내어 엉엉 울어버렸다.
혹자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며 몇 마디 하는 답글이 무어 그리 대단하냐 할지도 모르겠으나,
내게는 그랬다.
내게 '작가'감투를 씌워놓았으니, 내 글을 읽는 분들은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어엿한 '독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