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남아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큰 전쟁이라고는 일어나지 않았던 이 세계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크게 충돌하고 결국 핵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두 강대국들의 핵은 정말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핵으로 모든 세계가 폐허가 되고 가난했던 나라들은 결국 멸망했다.
대한민국은 멸망까지는 아니었지만, 다시 조선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퇴화되어 있었다.
지금 지구상에 남아있는 국가로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국가들 그리고 대한민국이었다.
그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한 대학생이 있었는데,
그는 이제 막 20살이 된 대학교 새내기였다.
그가 태어나자마자 핵전쟁이 일어났고, 태어나자 바로 눈앞에 보인 것은 큰 버섯모양의 무언가였다.
그는 집 밖으로 나가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전에는 선진국이었던 나라이어서 그런가, 많은 빌딩들과 높은 건물들이 있었지만, 그 건물들 사이에는 낡은 집들이 한, 두채 세워져 있었다.
그는 이런 모습이 정말로 이상했다.
이게 자기가 알던 대한민국이 맞는지, 핵이 이 정도였는지,
그 순간, 남자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쉬이익”
바람소리였다. 사람이 얼마나 없으면 바람소리까지 날 정도라니 핵은 나에게 바람소리를 들려주는 존재인 건가? 아니면 사람을 전부 가져가는 비극적인 존재인 건가?
내가 바람소리 때문에 충격받은 사이 누군가가 나의 등을 톡톡 친다.
“혹시 ○○○님 맞으신가요?”
그 남자는 나의 이름은 부르고는 이상한 질문을 시작했다.
“혹시 여기 가보실 생각 있으신가요?”
남자가 말한 곳은 나의 전 집이 있던 주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 부서져 있고, 가봤자 아무것도 없을 텐데 왜 가라는 건지 나는 이해하지 못하였다.
나는 주소가 써있는 종이만 받고 그대로 주머니에 넣었다.
그 후 1년이 지나고 그 남자를 다시 보지는 못했다.
어느새 그는 대학교 2학년이 되어 있었고, 그의 대학 캠퍼스조차 그냥 폐허를 갔다 놓고 보수만 해서 쓰고 있었고, 전기가 귀해 강의실 안에서는 양초나 횃불을 쓰는 일이 잦았다.
젊음의 낭만보다는 살아남는다는 것에 더 중요한 세상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몸이 이상한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몸에 근육이 커지고 키가 컸다. 성장판이라고는 이미 닫혔는데 말이다.
이게 원시적인 우리의 숨겨진 생활, 감각을 일깨웠다.
흙냄새, 나무 타는 냄새, 그리고 희미하게 들리우는 누군가의 속삭임 같은 것.
그는 고층 빌딩들 사이에 있는 낡은 집들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알 수 없는 향수에 빠지기 시작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진짜 선진국에 모습은 어땠을까”
“사람들을 무엇을 꿈꾸고 살았을까”
많은 물음들이 잠자기 직전 생각나 나를 잠 못 들게 했다. 그때 1년 전에 어떤 남자가 주었던 한 종이가 떠올랐다. 나는 바로 나의 집으로 뛰어가 그때 입은 바지에 주머니를 뒤졌다.
그곳에는 낡고, 구겨진 상태로 변해있었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으로 치부했지만, 시간이 지나 그때의 호기심은 점차 부풀어 올랐다.
“핵으로 모든 것이 부서졌는데, 왜 그 부서진 집터로 가라는 걸까? 그곳에 무엇이 남아있는 걸까?”
설마 나의 의문에 답이 그 잿덩이 속 안에 있는 것인가
이것이 자신조차 모르는 자신의 기억에 대한 갈망으로 변해갔다.
그가 유일하게 가진 것은, 어릴 때 본 커다란 버섯모양에 구름 이외에 다른 세상에 대한 실마리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커져만 갔다.
그리고 나는 바로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걷고 또 걷는 동안 주변에는 검은 재들이 빌딩들을 덮쳤고, 먼지들이 휘날리고, 잿빛이 하늘을 덮어 검게 물들였다.
그 풍경을 계속 보다 보니 어느새 그 낡은 장소로 도착했다.
그곳은 내 생각보다 더 처참했다
문은 있지만, 온통이 다 부서져 있어 구분이 안 됐고,
집구석에는 거미줄이 셀 수 없이 쳐져 있었으며,
천장도 무너져 내려 있었다.
내가 그곳을 몇 초 동안 지그시 바라볼 때, 어느 한 곳에서 “반짝”하면서 어느 곳이 빛났다.
나는 그쪽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그쪽으로 가까워질수록 빛나는 그것은 더 커졌다.
그것 바로 앞에서 그것이 뭔지 쳐다봤는데, 그것은 나의 어린 시절의 액자였다.
그것은 핵전쟁이 일어나도 멀쩡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먼지가 쌓인 거 빼면은 너무나도 멀쩡했다.
나는 액자를 들고 먼지를 털자 나의 가족들이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핵전쟁이 일어난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는 그 액자를 보고 뚝 뚝 눈물을 흘렸다.
이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진짜 선진국이라는 사실과 가족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액자를 챙겨 들어 건물을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