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로 가는 길: 잊지 못할 교수님

누군가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는 마음

by 꿈꾸는 미래

D+2.5 | 운전을 하며 산타 클라라 대학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Visitor Parking’ 표지판이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다시 지도를 확인하거나 주위를 두리번거릴 필요가 없었다. 운전자의 시선에서 보이도록 세심하게 배치된 표지판. 그것이 이곳에서 우리가 경험하게 될 ‘잊을 수 없는 환대’의 첫 장면이었다는 사실을, 그때의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주차를 마치는 동안, 우버 택시를 타고 온 다른 학생들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호스트 교수님을 만나기 위해 Innovation Building으로 걸어가며 전화를 걸었다. 국제전화라 001 - 국가번호(1) - 현지 번호를 순서대로 누르며 연결음을 기다렸다. 목소리가 들려왔고, 잠시 후 멀리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손을 흔드는 한 남자가 보였다. 바로 오늘의 호스트 교수님이었다.


사실, 어제 그분은 나에게 이메일로 오늘 일정에 대해 소개해 주셨다. 무려 두 분의 교수님을 더 초청해 세미나와 랩투어 등을 함께 준비하셨다는 것이었다. 이메일에는 오늘 일정의 시간 배분, 발표 주제, 담당 교수님, 캠퍼스 투어 루트까지 세세히 적혀 있었다.


교수님을 처음 만나 인사하며 나는 자연스레 말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분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저도 학부 시절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당신은 학생들을 정말 아끼는 교수로 보입니다.”
이보다 더 큰 칭찬이 있을까.


학생들을 인솔해 가며 그분은 학생들에게 "너희들 전공이 뭐니?"라고 물었다. '물리학이요' 학생들은 대답했다. 그분은 곧 "좋은 전공이네요"라고 학생들에게 말해주었다. 내가 우리 연수팀에 대해 여러 번 소개했기 때문에, 그분은 학생들이 물리학 전공이란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전공'이란 말로 학생들을 격려해 준 것이다.


세미나실에는 대형 모니터와 커피, 다과가 정갈히 준비되어 있었다. 계획된 시간에 맞추어 두 분의 교수님이 오셔서 학부 수준에 맞는 세미나를 진행하고, 이어서 실험실 투어를 해주셨다. 그때마다 나는 먼저 다가가 인사를 드리고 감사의 말을 건넸다. 학생들은 일사불란하게 건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랩투어를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런 호사가 또 있을까?


랩 투어 중, 한 교수님은 연구비 축소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 마음을 다잡고 연구를 이어왔는지 학생들에게 진솔하게 들려주셨다. 그 말씀을 들으며, 나는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 연구자에게서 느껴지는 고유한 품격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호스트 교수님의 세미나와 캠퍼스 투어가 이어졌다. 캠퍼스 곳곳을 함께 걸으며, 그분의 발걸음과 목소리에는 대학생들을 향한 애정이 묻어 있다. 세미나실로 돌아와 그분은 가방에서 한 뭉치 선물을 꺼내셨다.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작은 기념품이었다. 그리고 나는 준비해 간 선물을 건네며 작별 인사를 했다.


견학을 마치고 나는 마음속 깊이 울컥했다. 수개월 전 그분과의 첫 이메일 교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잊을 수 없는 견학이 되도록 해주고 싶어요...” 그 문장 하나가, 내 마음속에 잔잔히 울려 퍼진다. 현대 사회에서 편안한 직업은 없다. 누구나 분주하고, 시간은 금처럼 귀하다. 미국의 대학교수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런 가운데 먼 나라에서 온 낯선 대학생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마음을 내어준 그 교수님,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견학을 선물하신 그 분, 그분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keyword
이전 14화실리콘 밸리로 가는 길: 천사가 전한 '카탈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