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방문자

10. 배신

by 수수

그 장인인지, 명인인지 하는 놈 같았다. 문수는 순간 온몸에 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정체가 탈이 날까 무서웠다. 남자 핸드폰에서 '김금자'의 연락처를 찾았고, 곧 미소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대답 좀 해봐요!"


"네~ 할아버지. 저 미소예요. 엄마 대신 받았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


"그게 아니라, 아니, 그러니까, 지금..."


"응? 할아버지 잘 안 들려요. 뭐라고요?"


"정체가 들켰어. 아니, 들킬 것 같아."


"누구세요? 할아버지 아니세요? 아참, 할아버지 달항아리는 팔렸어요? 꼭 팔리면 좋겠다. 엄마 돌아오시면 전화 다시 드리라고 할게요. 들어가세요."


전화는 끊겼다. 문수는 눈을 질끈 감고 머리를 싸맸다. 미소는 확실히 문수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그때, 중고거래 앱 채팅창이 또 한 번 울렸다. 채팅을 확인한 문수는 상대방의 의외의 반응에 갸우뚱했다.


[제가 다시 사겠습니다. 그렇게 급하신 줄 몰랐어요. 집도 내놓으셨다고 들었는데. 이왕 만나서 이야기하죠. 지금 시간 괜찮으시죠?]


[네. 어디가 좋을까요.]


문수는 엉뚱한 곳으로 장소를 정했고, 달항아리는 대문 밖으로 내놓았다. 달항아리를 옮길 때 일부러 일회용 장갑을 사용했다. 20여분 흘렀을까. 상대방에게서 어디냐는 채팅이 왔다.


[제가 일이 생겨 그곳까지 못 나갈 것 같습니다. 대문 밖에 놓아두었으니 가져가세요.]


답장을 보내자마자 1,000,000원이 입금되었고, 더 이상의 연락은 없었다. 일단 달항아리를 팔긴 했다. 이제 모든 심부름을 끝냈고, 모든 살인도 덮이리라.

문수는 다시 미소의 집으로 돌아왔고, 미소는 특유의 표정을 지었다.


"너 진짜 갈 데가 없냐? 푸하하. "


"네가 시킨 거 다 했어. 그러니까 약속 지켜. "


"아니? 너 내가 시킨 거 다 안 했어. 내가 그 집으로 이사 가라고 하지 않았니? 그 집에 가서 살아. 그것까지 심부름이야."


문수는 이제야 기억났다. 미소가 그 집에서 집주인을 죽이고, 달항아리를 팔고서 그 집에서 살라고. 문수는 오늘만큼은 그건 정말 못할 것 같았다. 무서워서. 정체가 탈로날 까봐.


"나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갈게. 제발 부탁이야."


"안돼. 심부름은 끝까지 완수해야지. 나가. 무슨 일 있어도 이제 연락하지 말고."


문수는 미소에게서 쫓겨났고, 이제 버려졌다. 진짜로 그 집으로 가야 한다. 잊히지 않는 주소 창송대로 821. 잊고 싶어서 몸무림 쳐봐도 계속해서 기억났다. 현재 그 집은 사체가 누워있고, 달항아리는 대문에 놓여있다. 누가 봐도 침입한 흔적이 역력한 상태다.


현금이 하나도 없던 문수는 노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깔끔한 용모와 다르게 버스 터미널 공중화장실에서 잠이 들었다. 얼마 뒤, 아침이 되어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그 소식 들었어? 서예가 김채환 살해당했다네."


"그렇게 부자동네인데도 살인사건이 나는구먼. 간도 크지."


화장실 문 한 칸 사이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문수는 경찰에 신고당했고, 이제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 아침부터 뉴스에 나오다니 오늘 하루 문수는 이 화장실 칸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화장실 미화여사님이 모든 칸을 다 청소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문수가 있는 칸이 열리지 않자, 노크를 했다. 한참을 노크해도 문수의 답이 없자 능숙한 솜씨로 얇은 아크릴판으로 잠금장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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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를 발견한 여사님은 "아이코, 죄송합니다."가 아닌 "누구슈?"라고 물었다. 바지를 내리지도 않고 있고 변기통 뚜껑 위에 앉아 있으니 당연히 여사님께는 이상하게 보였겠지, 당연하다.


"아, 저 회사에서 급한 전화가 왔어서 잠시 있었어요. 청소 계속하세요."


"어디서 봤는데 이상하다..."


화장실을 나가는 문수의 등뒤로 여사님의 혼잣말이 들렸다. 벌써 몽타주까지 만들어진 건가. 아니면 벌써 CCTV 분석이 끝난 건가. 노인네, 경계심 없던 것 같더니 사방팔방에 CCTV 설치해뒀었나 보네.


화장실을 나와 대합실로 향하니 TV에서 연신 서예가 살해 이야기만 나왔다. 그리고 낯익은 얼굴 하나가 울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제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김채환 선생님도 같은 수법으로 살해당하셨습니다. 한경수 선생님 아니었으면 몰랐을 거예요. 저희 '최선가구'는 제가 임시로 경영을 맡아 최선 회장님의 빈자리를 대신하겠습니다.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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