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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in Jan 31. 2018

하루에 여덟 시간만 근무하기

죄송한데 오늘은 저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한국에서 근무했을 때는 사원이었기 때문에 항상 퇴근시간에는 눈치를 봤다. 팀마다 성격이 다르긴 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서 오후 여섯시에 딱 맞추어 퇴근하는 경우는 없었다. 팀장님이나 선임들이 자리에 앉아있을 경우에는 더더욱 눈치를 보며 언제 집에 가야하나 생각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팀 내의 선배들은 강압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친절했는데 이상하게도 퇴근시간이 되면 혼자서 눈치를 봤다. 빨라도 여섯시 반 정도에 퇴근을 하거나 과장님 중 한 명이 먼저 퇴근하면 그 뒤를 이어 나갔다. 내 근무 계약서에는 하루 8시간 근무라고 적혀있었지만, 그 항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Don’t stay too long in the office. Your contract says you have to work 8 hours per day



독일 회사에서는 대부분 6개월 정도의 수습기간을 가지며, 근무한 지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중간 면담을 가진다. 면담 때 매니저가 했던 말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아주 급한 일이 없으면 하루 여덟시간만 근무하라는 것이었다.


수습기간 중에는 고용주나 피고용주 측에서 이유를 통지하지 않고 회사를 그만두거나 혹은 해고를 당할 수 있다. 그래서 독일 사람들도 이 수습기간 (독일어로는 프로벳짜이트 라고 부른다) 동안에는 모든 면에서 조심하려고 한다. 특히나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고, 한국에서 하던 습관대로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었다. 늦게라고 해봤자 오후 일곱시에 퇴근했었는데도 매니저 눈에는 내가 너무 오래 회사에 머무는 것처럼 보였나보다.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독일에서는 계약서에 적힌 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하게 되면 그 근무시간 만큼 휴가를 쓰거나 야근수당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도 급한 일이 생기면 야근을 하지만 촌각을 다툴 정도의 일이 아니라면 무리를 해서 끝내지는 않는 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해진 시간만큼만 근무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 불필요한 커피수다, 흡연시간, 잡담시간이 없다.


이곳에서는 아웃룩 캘린더로 일정을 관리하고, 팀 내외의 사람들과 회의를 요청할 때도 그 사람의 일정표를 먼저 살펴본 후 비는 시간에 회의 초대를 보낸다. 친목도모를 위한 점심식사나 커피초대가 있긴 하지만 그 빈도는 한국에 있을 때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어찌보면 삭막하다 할 수도 있지만 정해진 업무시간에 업무를 마무리 하려고 하다보니 자유시간을 줄이는 편이다. 물론 업무 중간중간 혼자서라도 짧은 휴식시간을 가지는 사람도 많다.



2. 우선순위 정하기


매니저의 성향과 업무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직속상사는 효율성을 가장 중요시 한다. 급한 일이라 하더라도 불필요한 부가업무는 최대한 줄이려고 하기 때문에 야근이 손에 꼽힐 정도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파워포인트 한 장을 만들더라도 아주 꼼꼼하게 했었는데, 그것이 팀 내의 정보전달용이면 과감하게 레이아웃이나 색감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컨텐츠에만 집중하는 식으로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나가고 있다.


언제나 예외는 있다. 독일에서도 금융팀, 전략기획팀, 상위 매니저들은 야근 뿐 아니라 모바일오피스로 언제 어디서든 이메일을 확인하고 답장한다.



3. 불가능한 범위라면 미리 도움을 요청한다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몰린다면 매니저와 협의 후 업무를 재분배한다. 혼자서 끙끙 앓다가 마감일을 못 지키면 나만 미련한 사람이 된다. 팀으로 일하는 것의 장점을 살려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나누거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므로 새로운 팀원을 충원해야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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