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이 주는 페이스

중심을 잡아주는 확장

by 빛나

이유 : 나 오늘 좀, 그냥 조용히 있고 싶었는데… 여기로 누가 불렀어.


달 : 어… 내가 불렀나?


이유 : 그런 것 같기도 해. 이상하게 여기 앉으니까 좀 숨이 놓인다.


달 : 다행이다. 그거면 됐어.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


이유 : 근데 향기 좋다. 뭔가 익숙하고… 마음이 천천히 풀리는 느낌이랄까


달 : 카모마일차. 겹겹이 쌓였던 결을 천천히 느슨하게 풀어주는 향이야


이유 : 그러네. 괜히 자꾸 고개가 끄덕여져.


달 : 그냥 오늘은, 네가 마음이 닿는 방향으로 따라가보자, 설명 없이도 충분하니까.


이유 : 이건 뭐야? 그림이… 뭔가 의식 같아.


달 : 카모마일 저먼 아로마 심리카드야. 네가 지금 마시고 있는 차처럼, 시작보다 내려놓음에 더 가까워


이유 : 근데 왜 초승달이랑 같이 있어? 신비롭네.


달 :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의식처럼 내려놓는 시간이 필요하잖아. 차오르기 전에 비우는 그 에너지와 닮아 있어.


이유 : 음… 나 요즘 좀 그런 상태야. 뭘 더 붙잡아야 할지 헷갈리고, 자꾸 뒤처지는 기분이 들어.


달 : 그럴 때일수록 뭔가를 더 하려 하기보다, 지금 나한테 쌓인 걸 내려두는 게 먼저야. 감정도, 관계도, 습관도.


이유 : 익숙한 걸 놓는 게… 이상하게 더 무서워. 그게 나쁘진 않은데 그냥 버리자니 망설여져.


달 : 놓는다는 건 버리는 게 아니라, 흐름을 다시 내 편으로 돌리는 거야. 억지로 끌고 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


이유 : 요새엔, 내 흐름에 내가 주도권 잡는 거… 그게 제일 필요한 감각인 것 같아.


달 : 맞아. 바로 이 향이 도와주는 부분은. 자꾸 안 되는 걸 붙잡게 만드는 그냥 흘려보내게 해 줘.


이유 : 사실 나 요즘 학점 고민 많아. 조기 졸업하고 싶어서 혼자 계획 꽉 짜놨는데… 이게 잘 안 풀리니까 자꾸 내가 부족한 것 같아.


달 : 사람은 다 자기 템포가 있어. 초승달처럼, 덜 찼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야. 그 시기의 가벼움도 반드시 필요해.


이유 : 근데 그게 쉽진 않네. 멈춘 건 아닌데, 자꾸 어딘가에 걸리는 느낌.


달 : 그래서 심장 차크라는 녹색 에너지로 움직이거든. 카모마일은 그 색처럼, 네 감정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향이야.


이유 : 차도, 향도… 지금 나한테 딱이네. 뭔가 비워도 괜찮을 것 같아.


달 : 그럼 이제, 비워 낼 준비되었으니 네 손으로 직접 골라볼래?

이건 42장 아로마 향으로 이루어진 카드야


이유 : 카드들이 다 똑같이 생겼네?


달 : 응, 향은 다 다른데 겉모습은 같아. 지금 너한테 먼저 다가오는 향이 뭔지, 셔플 해서 세장 뽑아봐.


이유 : 음… 나 이런 거 처음 해봐서 좀 어색한데, 그냥 손 가는 대로 해볼게.


달 : 좋아. 손끝이 먼저 아는 경우도 있으니까.


이유 : 이거. 이 카드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어.


달 : 베티버야. 중심을 잃었을 때, 다시 네 페이스대로 중심을 잡게 도와주는 향이야.


이유 : 중심… 나한테 꼭 필요한 단어 같아. 요샌 뭘 해도 내 뜻대로 안 되는 느낌이야.


달 : 겉으론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안에서는 뭔가 허전해?


이유 : 응… 나 지금 2학년인데 조기 졸업하려고 학점 진짜 꽉꽉 채워서 듣고 있거든. 계절학기도 쉬질 않았고.


달 : 그럼 지금도 계속 수업 듣는 중이야?


이유 : 어, 방학인데도 강의 두 개 듣고 있어. 3학년 되기 전에 최대한 당기려고. 근데… 그만큼 채워 넣었는데도 이상하게 공허해.


달 : 머릿속은 빽빽한데, 정작 몸은 현실이랑 잘 안 붙는 느낌일 수도 있어.


이유 : 맞아. 뭔가… 나 되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그냥 시간만 흘러가는 것 같아.


달 : 베티버는 그런 순간에 나타나는 향이야. 내 안의 감정 에너지랑 몸의 에너지가 다시 만날 수 있게 도와줘. 그냥 생각만 하지 말고, 현실이랑 다시 맞닿게 하는 거.


이유 : 나 진짜 그러고 싶어. 지금은 계속 머리로만 움직이는 기분이야. 발 딛고 있는 느낌이 안 들어.


달 : 이 카드 그림처럼, 완전히 벗은 채 자연으로 들어간 여인이 있거든. 누구한테도 보여주기 위한 모습 없이, 자기한테 다시 닿기 위한 시간.


이유 : 나도 그런 시간 필요해. 벗어야 할 게 너무 많았나 봐. 계획, 성과, 기준… 붙잡고 있었던 것들.


달 : 이 카드는 네 안의 숨겨진 뿌리를 다시 느끼게 해 줘. 흩어진 기운을 가라앉히고, 몸을 살짝 느슨하게 만들어. 그래서 ‘베이스 차크라’, 가장 아래에서 받쳐주는 뿌리 에너지랑 연결돼 있거든. 색깔은 빨강. 단단하고 따뜻한 비빌 언덕 같은 색이야.


이유 : 뭔가… 그 빨간 기운이 나한테 필요한 것 같아. 내 안에도 그런 바닥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 흔들릴 때 딛고 설 수 있는 그런 것.


달 : 네가 다시 네 중심에 닿을 때까지, 베티버가 그 버팀목이 되어줄 거야. 잠깐 멈춰도 괜찮아. 다시 숨부터 놓고 나서 시작해도 돼.


이유 : 이 일러스트는 뭔가 좀 쓸쓸해 보여. 왜 어려 보이는 여자가, 멀리 보고 있는 것 같아.


달 : 잘 봤어. 이 여인은 리즈 시절을 상징해. 삶이 내미는 수많은 선택 앞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멈춰 선 순간들 말이야


이유 : 나 지금 딱 그래.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고, 계속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느낌.


달 : 미래를 너무 오래 들여다보느라, 지금의 선택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카드는 ‘적절한 때’를 기다리다, 오히려 그때를 놓칠 수 있다고 얘기해.


이유 : 그 말 찔린다… 나 계속 ‘지금은 아닐지도 몰라’ 하면서 미뤘거든. 완벽한 때가 올 거라 믿고서,,,


달 : 완벽한 타이밍은 사실 오지 않아. 선택은 결국 ‘지금 여기’에서 하는 거야. 그게 불완전해도, 그 안에서 길이 생겨.


이유 : 요새 그런 생각 자주 들어. 근데 마음이 따라주질 않아. 나도 나한테 확신이 없으니까.


달 : 그래서 네롤리가 필요해. 우울하고 머뭇거리는 마음을 부드럽게 진정시켜서 네 안의 직감을 다시 깨워주는 향이거든.


이유 : 잠도 자꾸 설쳐.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피곤해.


달 : 네롤리는 불면에도 좋아. 감정이 너무 복잡해져서 몸까지 지쳤을 때, 크라운 차크라 내면의 통찰이 깃든 자리를 다시 열어줘.


이유 : 생각은 계속 도는데, 결정을 못 하니까 점점 내 감정이 둔해지는 것 같아.


달 : 맞아. 이 카드는 감정과 직감을 다시 연결해 주는 다리야. 네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중심을 다시 세워줘.


이유 : 그림이 괜히 이렇게 그려진 게 아니었네… 그 시선, 그 멈춤이… 지금 나랑 너무 닮았어.


달 : 흐뭇하게 바라보네 ㅋㅋ


이유 : 아니 이 카드 다른 카드랑 다르게 밝아


달 : 레몬그라스야. 활짝 열린 마음, 확장을 의미하는 향이야. 이제 너 안의 에너지가 조금씩 바깥으로 흘러갈 준비가 된 거야.


이유 : 이 그림… 여자가 하늘 보면서 팔을 쫙 벌리고 있네. 뭔가 기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기운이 몸을 지나가는 느낌이 기분이 좋아져.


달 : 맞아. 이 여성은 자기 안의 닫힌 틀을 깨고 삶의 에너지와 다시 교감하는 중이야.


이유: 신기해


달 : 응, 분홍빛 에너지가 몸을 감싸고, 막힘 없이 관통하고 있는 거 보여?


이유 : 나도… 뭔가 그런 기분이었으면 좋겠어. 요새 자꾸 마음이 갇힌 것 같았거든.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자꾸 지금은 학점이 우선이야, 이런 생각에 스스로 막아버려.


달 : 이 카드는 그런 스스로 만든 틀을 부드럽게 넘게 도와줘. 네 마음을 조금 더 넓고 가볍게, 억압 없는 상태로 이끌어주는 향이야.


이유 : 그냥 조금만 더 나를 믿고, 마음 열어도 되는 타이밍인 걸까…


달 : 이제 너 자신 안에서 많은 걸 비워내고, 중심도 어느 정도 돌아오는 중이잖아. 확장은 거기서부터 시작돼.


이유 : 이상하게 이 카드 보니까… 뭔가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올라와. 꼭 뭘 이루지 않아도, 그냥 움직이고 싶은 그런 감각.


달 : 그게 바로 이 카드가 주는 생기야. 억지로 달리는 게 아니라, 안에서 자연스럽게 고조되는 에너지. 머릿속 계획이 아니라, 진짜 너한테서 끌어 오르는 욕구.


이유 : 맞아… 나 요즘 아무리 뭘 해도, 왜 이렇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는지 이제 좀 알 것 같아. 마음이 막혀 있었던 거구나.


달 : 의미 없이 버텼던 시간에서, 이제 조금은 기꺼이 움직일 수 있는 시기로 전환된 거야. 네 태양신경총, 노란 에너지 중심에서 다시 활기가 도는 순간이니까


이유 : 노란색… 따뜻하고 좀 설레는 색이다. 내 마음 안에도 그게 퍼졌으면 좋겠어.


달 : 이미 시작됐어. 오늘 네가 이 카드를 뽑았다는 건, 그 감각을 너 스스로 다시 꺼내려는 마음이 움직였다는 거야.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확장하고 있어.


에필로그


오늘의 이야기는 어느 대학생의 고민에서 시작된다.


조기졸업이라는 시간표 아래 잊고 지낸 자신의 중심, 그 결을 다시 찾기 위한 세 가지 향기의 치유의 시간이었다.


계획은 앞당기고 있었고, 마음은 따라오지 못한 채 점점 고요해지고 있었다.


나는 설명 대신 향을 꺼냈고, 향은 언어 대신 중심을 건드렸다. 내담자는 비로소, 생각이 아닌 감각으로 자신의 속도를 느끼기 시작했다.


베티버가 멈춘 몸에 숨을 붙이고, 네롤리가 두려운 시선에 직감을 깨운다.


그리고 레몬그라스, 마침내 확장을 허락하며 내담자를 외부로 이끌었다.


속도는 늦었지만 마음은 분명히 움직였고, 그건 향이 먼저 토닥여준 위로이다.


나는 조용히 묻는다.

우리는 지금, 너무 완벽한 계획으로 자신을 미루고 있진 않은지, 때론, 가장 정확한 방향은, 향처럼 설명 없는 움직임으로 다가온다.


추천 음악: Jason Mraz – ‘Quiet’

혹은 윤하 – ‘기다리다’


향기 이후의 잔향과 상담사 뒷이야기는 블로그 후기로 이어진다.

https://m.blog.naver.com/bina800726

작가의 말

〈연초아〉 시즌 1은 50화로 문피아와 네이버 공동 연재를 묶고, 시즌 2로 이제 네이버 단독으로 첫 결을 열어요.


감정이 언어가 되고, 진동이 무기가 되는 세계. 그 중심에 태어난 첫 감응기, ‘심판결(α)’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을 껴안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결로 연초아에 닿았나요?

https://naver.me/5SS7jx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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