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는 온기

햇살처럼 퍼지는 감정의 숨결

by 빛나

달 : 이번 주말에도 회사 나갔다며?


이슬 : 응. 밥값 아끼느라 토요일에도 일 나갔어… 그냥 집에 있으면 마음이 더 불편해서.


달 : 알지, 너 성격. 손 놓고 쉬는 게 더 힘들잖아. 그래서 오늘은 숨 좀 돌리자 싶어서 자스민 차 준비했어.


이슬 : 향 되게 부드럽다. 근데 안에서 기운이 확 올라오는 느낌이야.


달 : 그치? 자스민이 원래 그래. 겉으로는 차분한데, 속엔 뜨거운 생기 돌고 있어서


이슬 : 묘하게 기운 나네. 지금 내 상태랑 딱 맞는 것 같아.


달 : 밖에선 멀쩡해 보여도 속은 꽉 막혀 있는… 그런 느낌, 맞지?


이슬 : 요즘 진짜 그런 것 같아. 일은 잘 버티는데, 이상하게 열정도 점점 식는 기분이고.


달 : 이 향에 어울리는 이미지가 있어.

스칼렛 레드 드레스를 입고, 달빛 아래 조용히 서 있는 여자.


이슬 : 나한텐 너무 영화 같은 얘기 같은데…


달 : 그 붉은색이 단순한 꾸밈이 아니라, 에너지야. 관능적이고, 단단하고, 자신만의 열정을 잃지 않는 사람. 남들 눈엔 안 보이지만, 너는 매일 진심으로 달리고 있잖아.


이슬 : … 삼성 들어온 지 벌써 10년째네. 과학고 조기 졸업하고, 카이스트 나와서, 바로 취직해서… 숨 가쁘게 달렸어. 남들 보기엔 탄탄한 인생일지 몰라도, 요즘은 좀 허전해. 3억 넘게 모았는데도, 동탄 집값 앞에선 먼 얘기야.


달 : 대부분 사람들이 부러울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어, 너 이제 32밖에 안됐어 앞으로 기회도 많을 거고, 자스민은 너처럼 허기진 마음에 스며들어. 화려했던 과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대신,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게 도와주는 향이야


이슬 : 요즘 ‘지금’이 잘 안 보여.

과거에 붙잡히고, 미래에 쫓기고… 내 삶인데 내가 사는 것 같지가 않아.


달 : 억눌린 감정, 공포, 상처… 자스민은 그걸 부드럽게 풀어줘. 심장 차크라를 자극해서, 네 안의 생기를 다시 일으켜줘


이슬 : 그래서 그런가… 향 맡으니까 괜히 울컥하네. 다들 날 성공했다고 보는데… 사실 나고 가끔 실패도 하는데 말야


달 : 실패가 아니야. 단지, 오랫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너 자신을 놓치고 있었을 뿐이야.


이슬 : …그래서 요즘 자꾸 멈춰 서게 되는 걸까?


달 : 오늘 네가 뽑은 첫 번째 카드는 블랙페퍼야, 키워드는 ‘방향’ , 지금 너한테 꼭 필요한 메시지이기도 해


이슬 : 방향… 진짜 그걸 모르겠어. 그냥 계속 달려왔는데, 갑자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달 : 이 카드 그림, 어떤 느낌 들어?


이슬 : 밤하늘 아래 조용히 서서 팔은 밑으로 교차해서 꼭 안고, 고개는 숙이고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 , 결정을 못 내리고 서성이는 느낌. 나 지금, 딱 저런 기분이야. 나만 멈춘 것 같고, 나만 헤매는 것 같고…


달 : 이건, 얽매이지 않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야. 질문하고, 뒤척이고, 결정을 미루기도 하는 시간. 근데 그 안에서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


이슬 : 근데 자꾸… 내가 멈춘 틈에서 다른 사람들은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아.


달 : 너는 늘 앞만 보고 달려왔잖아. 남들보다 빠르게 졸업하고, 취직하고, 열심히 모으고… 책임감도 크고, 남들 신경도 많이 쓰고. 그러다 보면, 내 감정은 뒤로 미루고 남들 감정에 더 민감하게 살아왔을 수도 있어


이슬 : … 맞아. 남의 감정 시선에 따라 잘하려고 하니 정작 나는 뭘 원하는지 모르겠고. 내 맘은 점점 고갈되어 가는 느낌


달 : 그럴 수밖에. 이제는 네가 진짜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위한 걸음 하나, 다시 내디뎌야 할 때야.


이슬 : 진짜 나 자신한텐 인색했던 것 같아. 위로도, 격려도… 다 남한테만 썼던 거네.


달 : 그래서 이 카드는 태양신경총 차크라에 닿는 향이야. 네 중심을 다시 데워주는 힘이 있어. 방향을 정하는 것도, 자신을 다시 믿는 것도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거거든.


이슬 : 그래서 향이 따뜻하게 퍼지는 기분이었나. 배가 살짝 데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달 : 맞아. 실제로도 소화기관과 통증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방향을 잃었다고 느낄 땐, 잠시 쉬면서 네 중심의 열기를 다시 채워야 해. 다시 팔을 벌리고 삶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 때, 길도 열릴 거야.


이슬 : …근데, 난 왜 이렇게 혼자인 것 같지?


달 : 두 번째로 네가 뽑은 카드는 티트리야. 키워드는 ‘이해’. 이 카드엔 특별하게도 두 여자가 그려져 있어.


이슬 : 아, 진짜네? 둘 다 눈을 감고 있네.


달 : 응. 각자 다른 배경 속에서 눈을 감고 있어. 겉으론 달라 보여도, 둘 다 자기 안을 들여다보는 중이야. 감정을 억누르며 버티다 보면, 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조차 사라지잖아. 이 카드는 그런 감정을 ‘이해’ 하기 위해 잠시 멈춰야만 한다는 걸 보여줘


이슬 : 나 요새 딱 그래. 겉으로는 결혼 준비하느라 바쁘고, 일도 계속 이어지고… 지난주 금요일엔 웨딩 촬영 하루 종일 하고, 토요일엔 그 사진 고르느라 또 하루 종일 정신없었어. 몸은 피곤한데, 감정은 공허해. 준비는 계속하는데 설레는 기분은 점점 줄어들고, 오히려 나 자신한테서 멀어지는 느낌이야.


달 : 주변에선 다 잘 되어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네가 안에서 뭘 느끼고 있는지는 결국 너만 알 수 있잖아. 스스로를 이해하려면, 그 허한 감정을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해


이슬 : 지인들 눈엔 되게 안정적이고 행복해 보인데. 좋은 직장 다니고, 예식장도 정했고, 집도 준비하고 있고… 그런데, 가끔은, 다 짜인 틀에 내가 끼워진 기분이야


달 : 그래서 티트리가 나왔나 봐. 이건 제3의 눈 차크라, 직관을 자극하는 향이야. 티트리는 맑고 투명하게 네 감정을 보여주고, 너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길을 열어주는 향이기도 해.


이슬 : 향이 진짜 묘하네. 되게 청량하고 맑은데… 속까지 씻기는 기분이야.


달 : 맞아. 항균 효과도 있고, 호흡기를 맑게 해주기도 하지. 몸이 피곤하면 감정도 더 엉키기 쉬운데, 티트리는 그 사이의 거리까지 정리해 줘. 누구를 이해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이야.


이슬 : 나 , 계속 버틸 수 있을까? 지금은, 솔직히 의욕이 없어서


달 : 그럼 널 스스로 믿으라고, 마지막으로 네가 뽑은 카드는 넛맥이야. 키워드는 ‘감정 에너지 상승’ , 지금 너한테 꼭 필요한 따뜻함이기도 해.


이슬 : 감정 에너지… 진짜 충전이 필요한데 , 다시 달릴 용기도 안나.


달 : 넛맥은 안에서부터 햇살처럼 조용히 퍼지는 생기야. 얼어 있던 마음에 부드러운 온기가 스며들면서, 다시 숨 쉴 여유가 생겨


이슬 : 햇살… 진짜 그런 기분이야. 쨍하게 눈부신 건 아닌데, 살며시 나를 감싸주는 느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달 : 맞아, 이 카드는 천골 차크라에 닿는 향이야. 네 감정의 중심, 생기와 움직임의 에너지를 다시 일으켜서 지친 어깨를 가볍게 펴주고, 주저하던 발걸음에도 작은 음표를 만들어줘.


이슬 : 향이 되게 포근해. 속이 따뜻해지니까 마음도 조금씩 녹는 느낌이야.


달 : 실제로 관절을 풀어주고, 소화도 도와주는 향이야. 몸이 부드러워지면, 마음도 덜 조급해지거든. 이건 , 무너졌던 리듬을 조용히 되돌려줘


이슬 : 그동안 너무 멀리까지 와버린 것 같았는데… 지금은, 다시 나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달 : 너는 이미 잘 버텨왔어. 이제는 조금 더 너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줘도 되는 시간이야, 그게 회복이고 진짜 치료야.

에필로그


오늘은,

좋은 학력과 빛나는 커리어를 가졌지만, 어딘가 허전함을 안고 살아가는 내담자의 이야기이다.


가끔은, 우리는

누군가 지친 마음을

조용히 알아채주길 바란다.


향처럼. 햇살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스며들 듯 다가오는 따뜻함이

무너졌던 하루의 결을 살며시 감싸준다.


가끔은 아무 일 없는 척,

멀쩡한 얼굴로 하루를 버틴다.

눈에 보이는 성취보다 더 지치게 하는 건, 보이지 않는 ‘나’의 무게다.


햇살처럼, 생기처럼,

다시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것.


지금 이 계절,

누군가를 안아주는 향 하나면


충분한 치유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 에세이와 함께

조용히 곁을 내어줄 음악 세 곡을 추천한다.


이바다 – 안아줘요 : 몽환적이지만 부드럽게 감정을 감싸는 톤.

‘안아주는 온기’라는 이 이야기의 제목과도 꼭 맞닿아 있다.


도영 – 밤공기 :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름밤의 고요함 속에서 혼자 견디는 이슬의 감정과 닮았다.


심규선 – 부디 : 담담하지만 마음을 어루만지는 곡. 스스로를 놓지 않기를 바라는, 이슬의 속마음처럼.


이야기의 여운은

블로그에서 확장되어 이어진다.

조금 더 가까이, 조금 더 깊이.

https://m.blog.naver.com/bina800726

https://naver.me/5SS7jx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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