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빛 한숨

번아웃은 저 멀리

by 빛나

달: 오늘은 새로운 차야. 향만 스쳐도 숨이 조금 풀려.


해: 달콤하네… 은근히 부드러워서 자꾸 맡게 돼.


달: 씨앗 하나로 시작해서, 작고 가볍지만 물을 만나면 입안에서 살살 녹아서 기분이 좋아져.


해: 진짜네. 잔 속에서 별처럼 천천히 부풀어 올라.


달: 펜넬이야. 단향이 먼저 스치다가, 뒤로 은근한 힘이 따라와. 겉은 부드럽지만 속은 단단해… 마치 갑옷 속에 숨겨둔 웃음 같아.


해: 그 비유 좋다. 향이 달콤해서 방심했는데 목으로 넘어가니 마음이 편해져서 웃음이 난다.


달: 그치? 재밌는 건, 이 차랑 같은 이름의 아로마 심리카드가 있어. 오늘 너한테 보여주려고 챙겨 왔어.


해: 오, 갑옷을 입은 여자가 있네? 얼굴에 문양도 보이고… 눈빛도 깊다.


달: 이건, 두려움이 아니라 확신이 머문 시선이야. 그 주위를 감싸는 원은 숨 쉬는 마음 같아서, 향이 활기와 숨결을 불어넣어 위축된 마음을 풀어주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해.


해: 그래서 그런가, 마시다 보니 마음이 좀 풀리네. 사실 요즘 메스껍고 소화도 잘 안 됐어.


달: 그럴 땐 펜넬이 딱이야. 몸속 해독을 도와서 고인 걸 가볍게 흘려보내는 이뇨 작용에도 도움 돼


해: 오… 향만 좋은 게 아니네.


달: 응, 여성 호르몬 분비도 자극해. 탑노트, 천골 차크라, 색은 오렌지. 따뜻함 속에 결심을 심어주는 색이야.


해: 오렌지라니까, 진짜 이 향이 햇빛처럼 느껴진다.


달: 그게 펜넬의 언어야. 게으름은 잠시 밀어 두고 두려움은 바람처럼 흘려보내. 오래 붙잡을 건 확신 하나뿐, 전사처럼 네 라인을 끝까지 지켜봐.


해: 전사라니… 갑옷 대신 커피 얼룩 묻은 셔츠면 안 돼?


달: 그 셔츠에 네 눈빛이 살아 있으면 갑옷보다 훨씬 멋져. 결국 세상에서 네 자리를 새기는 건 네 마음이니까.


해 : 마지막 데이트 때도 그랬어. 같은 카페에 앉아 있는데, 그는 휴대폰만 보고 있었고, 나도 괜히 창밖만 바라봤어. 마음이 있어도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건 쉽지 않네. 요즘 그 사람하고 자꾸 엇나가서,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다른 하늘을 보는 것 같아. 대화 끝은 자꾸 탁해져서, 그 여운이 다음 날까지 오래 남아, 마음이 점점 지쳐가는데 그래도 잘 지내고 싶어.


달: 그 마음, 알 것 같아. 균형이 조금만 기울어져도 금방 숨이 막히잖아. 그럴 땐 잠깐 멈추고, 어떻게 다시 맞춰갈 수 있을지 카드를 골라보자. 너의 손이 끌리는 대로 세 장 뽑아봐.


해: … 파출리?


달: 봐, 호흡이 잠긴 듯한데도 시선은 그대로야. 뒤의 초록은 안정을, 팔을 기댄 금빛 탁자는 네가 잃지 말아야 할 주권을 보여줘. 이마에 얹힌 푸른 보석은 마음 깊숙한 자리의 감사함을 비춰주고 있어.


해: 편안하긴 한데… 나랑은 좀 먼 느낌이네.


달: 멀게 느껴지는 건, 네 마음이 흩어져 있어서야. 파출리는 흩어진 조각들을 다시 이어주는 향이야. 네가 스스로 세운 경계선 위로 살짝 올라서서, 관계 전체를 내려다보라고 속삭여줘. 감정과 생각의 줄을 같은 높이에 묶어서, 거짓 모습은 바람처럼 스쳐가게 두는 거야.


해: 그러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더 선명해질까? 요즘은 내가 뭘 원하는지도 헷갈려. 예전엔 그의 웃음만 봐도 하루가 환했는데, 이제는 그 웃음이 나 없는 데서 더 많이 피어나는 것 같아. 나만 자꾸 노력하는 기분이 들고… 그래도 놓고 싶진 않아.


달: 혹시, 둘의 연애 기간은?


해: 7년 사귀었어


달 : 7년,,,, 오래 쌓아온 시간과 추억이 미련으로 남아서 더 놓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해: 맞아, 우리가 처음부터 이러지 않았어… 언제부턴가 내가 “우리 1박 2일로 여행 갈까?” 얘기하면 시큰둥… 요즘 일이 바쁘다며 핑계만 대는 것 같아서 슬퍼.


달 : 우리 한번 너의 마음부터 들여다볼까? 네가 아직 그 사람이 좋아서인지 아님 오래 함께해 온 시간 때문인지


해: … 그게 참 애매해. 그 사람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그냥 익숙해서인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근데 그걸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져.


달: 그럴 거야. 파출리는 네 안에서 매력을 다시 숨 쉬게 하는 힘이 있어. 깊게 스며드는 베이스 노트처럼, 천골 차크라를 따뜻하게 감싸고 중심을 세워주거든. 색은 오렌지, 오래된 관계 속에서도 네 햇살을 다시 피워주는 빛이야. 네가 진짜 원하는 마음에 손을 뻗을 수 있게 도와줄 거야.


해: 예전엔 만나러 가는 길에 설렜는데, 이제는 약속 있어도 피곤이 먼저 떠올라.


달: 그 얘기만으로도 얼마나 애썼는지 느껴져. 그 헷갈림이 에너지가 새고 있다는 신호야. 그래서 손이 간 카드가 이거였을 거야.


해: 물가에 여자가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뒤로 넘겼어, 멀리 금빛 태양이 등을 살짝 미는 장면이야. 화사한데 내 마음은 반대야.


달: 지금 마음은 어디로 가?


해: 심장이 무거워서 숨이 짧아져. 카페엔 나와 주지만 대화는 자꾸 폰으로 새. 당장 끝내려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더 헷갈려.


달: 이 카드는 첫 숨에 상쾌함이 바로 닿아. 가라앉은 마음을 들어 올리고, 오늘 지킬 것과 미룰 것을 또렷하게 보여줘. 밖으로 새던 힘이 다시 너에게 모여.


해: 듣다 보니 눈치 보느라 흘리던 힘부터 거둬야겠어. 약속도, 얘기도, 늘 내가 먼저였어.


달: 지금, 몸에서 먼저 반응하는 곳 있어?


해: 어깨가 내려가고 머릿속 안개도 좀 걷혀. 배의 더부룩함도 가벼워졌어.


달: 좋아. 은은한 진통과 가벼운 각성이 함께해서 심신을 차분하게 올려 주고, 소화에도 부드럽게 도움을 줘. 탑 노트라 첫 숨에 바로 들어오고, 차크라는 목, 색은 파랑. 목이 맑아지면 삼키던 얘기가 밖으로 나와.


해: 그럼 오늘은 이렇게 얘기해 볼게, 우리 만날 땐 서로에게 집중하자.


달: 딱 그 한 줄이면 충분해. 이제 만다린으로 밝힘을 켜보자.


해: 벽은 초록에 금빛이 스며 있고, 난 보라색 옷을 입은 여자가 가슴에 만다린을 안고 있는 게 보여. 뒤엔 노란 태양이 뜨거워. 화면이 환해.


달: 만다린은 행복을 켜는 오일이야. 무거움은 문밖에 두고, 귤껍질 또각 벗길 때처럼 마음 겉껍질이 가볍게 떨어져. 감정은 잔잔해지고, 영감은 다시 올라와.


해: 억지웃음이 아니어도 입꼬리가 좀 풀리네. 작은 기쁨을 다시 챙기고 싶어.


달: 몸도 받쳐줘. 소화를 거들고 붓기를 누그러뜨려 배가 편안해. 숨도 길게 뻗어 나가. 노트는 탑, 차크라는 심장, 색은 초록. 가슴 톤이 밝아지면 관계의 톤도 함께 올라가.


해: 그럼 다음 만남은 밝은 시간에 잡을게. 시작 10분은 폰 내려두고, 오늘 좋았던 한 가지씩 얘기하고, 귤 하나 같이 까먹자고 제안해 볼래.


달: 좋아. 그 한 걸음이면 공기가 달라져. 이제 마지막으로 메이창 향초로 호흡을 정리하자.


해: 향초?


달: 응, 작은 불빛이 숨 쉴 공간을 밝혀. 메이창의 키워드는 자극이야.


해: 어떤 자극?


달: 카드 속 여인 봐. 자주와 금빛은 자기 주권과 확신, 그 자세는 내 힘 안으로 들어오라는 초대. 오늘 이 불빛, 네가 그 초대에 응답한 시그널이야.


해: 이마 사이가 시원해. 초점이 또렷해져.


달: 제3의 눈, 남색 톤이 켜졌다는 신호야. 들숨 넷, 날숨 여섯, 세 번만. 메이창은 심장을 단단히 하고 긴장을 부드럽게 낮추는 데 도움을 줘.


해: 숨이 길어졌어. 마음이 정리돼.


달: 그 또렷함을 한 문장으로 묶자. 지킬 것 하나, 내려둘 것 하나. 네 언어로.


해: 지킬 것, 내 중심. 내려둘 것, 눈치로 새던 힘. 이제 먼가 남친과의 관계에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아

내일 주말이라 남친 만나기로 했는데 어떻게 대화를 잘 이끌어 낼 수 있어


달: 좋아. 그 문장이 오늘의 불빛이야. 숨 한 번 고르고, 그 감각만 가지고 가면 그게 치유야.

작가의 말:


오늘은 연인 관계에서 번아웃을 겪는 내담자의 이야기이다.


아홉 번째 기록은 차와 아로마 카드, 내담자가 고른 세 장, 그리고 메이창 향초까지 연결한 아로마 심리코칭으로 묶었다.


월수금 연재 약속을 지키고 싶다. 조금 늦었지만 올려본다.


잔은 비었고 숨은 길어졌다. 귤빛이 가슴에 번진다.


붙들 것 하나, 내려둘 것 하나. 중심은 다시 내편으로 돌아온다.

작가의 말


끝난 줄 알았던 감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그저 기다리고 있었던 거라면요.


초아는 이번에

잊으려 했던 진심과 다시 마주했어요.

그림자는 사라졌지만, 감정은 남았죠.

그건 시작일까요, 끝일까요?


다음 회차.

초아를 향해 다가오는 또 다른 결.

그 결에는, 이름조차 남지 않은 감정이 깃들어 있어요.


그것이 과연 누구의 것이었는지

곧, 만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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