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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재테크 Aug 16. 2024

맹자 어머니도 살고 싶어할 대치동 이야기

[수도권 핵심 부동산 답사기 ④] 한티마을 대치동 이야기

맹자 어머니가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면 어떤 지역에 거주할까요?


"대치동"


누구에게 물어봐도 대답은 한결같을 것입니다. 


장마철만 되면 하천이 범람해 척박한 땅으로 치부됐던 한티마을은 고작 40여 년(?)만에 대한민국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동네로 자리잡았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냐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겠냐고요? 


그럼 지금부터 재미있게 알아보겠습니다. 




한티마을과 쪽박산


먼저 대치(大峙)라는 이름의 뜻부터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치동은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탄천과 양재천의 합류지점이었습니다. 그 말인 즉, 큰 비만 오면 어김없이 하천이 범람하는 지역이었습니다. 


주민들은 당연히 높은 구릉지에 모여 살았습니다. 지금의 휘문고등학교 남쪽, 지금 '구마을'이라 부르는 언덕 주변이 가장 큰 마을이었답니다. 큰 고개 아래 마을이 있다고 해서 이를 '한티마을'이라 불렀고, 이 말이 한자어로 변해 '대치'가 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대치동 구마을 지도. 빨간색 원이 은행나무 위치 


다른 설도 있습니다. 옛날에 한 스님이 마을에 와서 '이 마을은 부자가 될 수 없다'면서 자기가 있는 자리는 명당이라고 은행나무 지팡이를 꽂고 사라졌다는데, 그때부터 마을 이름을 '한터(한 자리)'라고 불렀다고도 합니다. 


은행나무는 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대치동 한가운데에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옛 주민들은 매년 7월 초하루마다 제를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대치동 은행나무와 대치향후회 과거, 최근 모습 / 사진=강남구


'쪽박산'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주민들은 구마을의 서쪽에 있던 작은 동산을 '쪽박산'이라고 불렀다는데, 쪽박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말이 맞습니다. 


그 산이 사라져야 마을 형편이 나아질 거라고 오래전부터 믿었던 사람들이 많았다는데, 1960년대 탄천에 제방을 쌓기 위해 필요한 흙을 구하기 위해 쪽박산을 밀어버렸습니다. 


그 자리엔 현재 대치 현대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옛말 틀린 거 없다고, 정말 쪽박산이 사라지니 마을에 운이 트이기 시작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은마아파트 준공 직후. 북쪽으로 구마을과 그 서쪽 쪽박산을 깎고 아파트를 지은 모습이 보인다 / 사진=압구정향우회



은마 미도 선경아파트


1970년대 중반 강남은 반포, 압구정 등에 건설된 아파트들이 흥행에 성공하며 부동산 가격이 무섭게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바로 옆인 역삼동에 비해 대치동은 그리 주목받는 입지는 아니었습니다. 


한티마을로 대표되는 구릉지, 제방을 세우기는 했지만 수해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지 못한 탓에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하기에는 부적절한 땅이었기 때문입니다. 제방 건설 당시 은행나무 앞까지 물이 차서 아이들이 타이어로 물놀이를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렇듯 대치동은 영동 토지구획정리사업에서 벗어난 '강남 개발의 주변지역'이었습니다. 반포동은 평당 70만원인데 반해 대치동은 도곡동과 함께 평당 4~5만원에 불과하다는 과거 기사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은마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이야기입니다. 14층 아파트 28개동 4424가구 규모의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했습니다. 남쪽은 고층 아파트인데 반해 북쪽은 여전히 구마을이 자리 잡고 있어 한동안 '민속촌'이라 불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강남 땅값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가운데에서도 은마아파트가 뒤늦게 대단지로 건설될 수 있었던 요인은 두 가지로 평가됩니다. 위에서 설명한 단점으로 인해 땅값이 저렴하고, 제방공사 등 토목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덕분이라는 것이죠.  


은마아파트 준공 직후 / 사진=권태균
은마아파트 준공 직후( 남쪽 밭이 현재 대치 미도, 선경아파트) / 사진=강남구 


이후 대치동에는 엄청난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섰습니다. 1977년부터 1984년까지 분양된 세대수는 1만4457가구에 달합니다. 대치 미도, 선경, 개포우성1·2차 아파트가 모두 1983~1984년에 준공했습니다. 


처음 강남 개발 과정에서 외면받으며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채소밭이었던 대치동 남쪽 땅은 이렇게 모두 아파트로 채워졌습니다. 같은 논밭이었지만 양재천 위 대치동은 고층 복도식, 양재천 아래 개포동은 저층 주공아파트 위주였습니다. 


민간vs공공개발의 차이였다고 할까요. 그리고 이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 재건축 여부에 따라 180도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습니다.  



대치동 학원가의 성장


대치동이 처음부터 학원가로 유명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치동이 강남의 주변부에 불과했던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대치동 상가는 "관리비만 내고 영업하라"고 할 만큼 임대료가 낮은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요즘으로 보면 신도시 신축상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은마·선경·미도아파트와 인근 개포·도곡·잠실, 조금 떨어진 분당까지 엄청난 규모의 아파트단지들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임대료도 저렴하다면 가장 적합한 업종은 당연히 학원밖에 없을 것입니다. 


대치동 학원가 모습 / 사진=서울역사아카이브


1992년 서울시내 중·고등학생의 학원수강이 전면 허용되면서 대치동 상가에는 학원들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중산층 이상의, 그것도 수만세대와 명문 학교들이 즐비한 수요가 있는 만큼 대치동은 빠르게 학원가로 자리잡았습니다. 


2000년대 온라인 교육시장이 확장되면서도 소위 '일타강사'가 되려면 대치동에서 먼저 인정을 받아야 했던 만큼 대치동 학원가는 능력 있는 강사, 그들을 찾는 학생들로 더욱 북적해졌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2010년대 이후 오늘날 투자가치까지


현재 대치동 주요 지역은 3개 권역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① 재건축 완료된 초고가 아파트

② 재건축 앞둔 은마, 미도, 선경

③ 재건축 중인 '구마을'(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



1. 재건축 완료 아파트(대치1동)


대치동을 4등분 했을 때 남서쪽 지역입니다. 사거리 중 세 가장자리에 한티역, 도곡역, 대치역이 자리 잡은 핵심지역입니다. 


도곡주공, 청실, 국제, 동원맨션 등을 재건축한 고층, 신축 아파트들이 자리 잡은 곳으로 '평당 1억'에 가까운 강남구 남쪽에서 가장 비싼 지역으로 손꼽힙니다. 


교통, 학군, 상권, 문화시설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대한민국 최고의 입지이자 학부모들이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유명합니다. 

사진=강남구



2. 재건축 예정 아파트(대치2동)


대치동을 4등분 했을 때 남쪽, 남동쪽 지역입니다. 은마·미도·선경·개포우성1·2차 아파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건축이 완료된 대치1동과 달리 7080아파트 모습 그대로 멈춰있지만, 아파트 가격은 만만치 않습니다. 최근 실거래가를 보면 은마 84 27억, 미도 84 30억 정도이니 웬만한 강남 신축 못지않습니다.


"재건축만 된다면"하는 생각으로 보유한 분들이 많고, 그들 바람대로 재건축만 된다면 현재보다 월등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입지입니다. 


역시 문제는 '언제 재건축이 되겠냐'는 점이겠죠.


사진=강남구



3. 대치동 구마을(대치4동)


앞서 설명했던 구마을입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오래 거주한 주민들이 많았다는 이곳도 지가 상승과 노후도에 따른 재개발 바람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쪽박산을 깎아낸 자리에는 1990년 대치현대아파트가 들어섰고, 2021년 대치르엘, 2023년 대치푸르지오써밋이 준공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강남로또'라며 주목받고 있는 일반분양 79세대의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가 마지막으로 청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치동 구마을 재건축 전(좌), 1지구 재건축 후 대치푸르지오 써밋(우)



지금도 그렇지만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까지 준공하면 대치동의 옛 모습은 사실상 은행나무 하나만 덩그러니 남게 됩니다. '쪽박산이 사라지면 마을이 부유해질 것'이라던 전설이 최고급 아파트로 이뤄졌으니 좋은 걸까요.


수익은 추억을 먹고 자랍니다. 개포동, 도곡동에 이어 대치동까지... 다음엔 어떤 동네가 등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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