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이 너무 많다. 나보다 잘생긴 사람, 나보다 몸 좋은 사람, 나보다 똑똑한 사람, 나보다 돈 많은 사람, 나보다 성격 좋은 사람, 나보다 인기 많은 사람.. 말하자면 끝이 없다. 열등감을 국어사전에 검색해 보니 그 의미가 다음과 같았다.
열등감: 자기를 남보다 못하거나 무가치한 인간으로 낮추어 평가하는 감정.
열등감의 핵심 키워드는 '남보다'이다. 비교할 '남'과 그가 '나보다' 잘난 어떤 것이 필수 조건이다. 이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열등감은 인간에게 필연적인 감정이라 할 것이다. 인간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고 나보다 잘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어릴 적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그 잘났다는 신들조차 서로 시기, 질투하며 중상모략을 일삼았더랬다.
그러나 인간에게 열등감이 무조건적인 감정이라면, 우리에겐 명확하게 구별해야만 할 것이 있다. 열등감의 정의에서조차 이것을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 잘 보시라, '자기를 남보다 못하거나 무가치한 인간으로 낮추어 평가하는 감정' 그러니까 요는 스스로를 '못난 인간'이라 여기는 감정이다. 내가 남보다 '못난 인간'인 것과, 내가 남보다 '못난 부분'이 있다는 것. 이 둘은 천지차이다.
내가 남보다 못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감정이다. 하지만 내가 남보다 못난 그러니까 아예 등급과 단계, 인간으로서의 격 조차 떨어지는 말하자면 못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안타까운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흔한 사례를 들어보겠다. 나보다 돈 많은 사람은 내 주변에도 많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보다 내가 무가치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보다 나은 부분이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을 뿐. 그리고 그중에는 나보다 못난 부분을 탑재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가방이 비슷하네~ 근데 내 가방은 OO(브랜드 이름) 거라서 더 좋아 보이지?"라던가, "우와~ 너도 십만 원대 옷을 입니? (저렴한 옷만 입는 줄 알았어.)"와 같은 소위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를 시전 하는 말들을 던지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언어는 딱히 나의 열등감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물론 객관적인 자산차이에서 오는, 그러니까 넉넉한 주머니에서 나오는 자신감은 부럽다.
하지만 그 넉넉한 주머니에서도 나오지 못하는 인간 됨됨이는 부럽지 않았다. 마음의 풍요와 여유는 자산의 규모와 비례하지 않는구나, 나는 그 사람을 보며 깨달았다.
열등감의 반대말이 우월감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 둘이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저 사람보다 잘났고, 언제나 잘나야 하기 때문에 상대를 어떻게는 낮추어 얕잡아보고야 말겠다는 그 마음. 그것이 바로 열등감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을 보며 내가 더 못난 사람이라는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물론 그는 나를 보며 스스로가 더 잘난 사람이라 생각했을진 모르지만 그건 가치관의 차이일 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신과 같은 가치관을 가진 더 돈 많은 사람에게는 똑같은 평가를 듣겠지만 그것은 그의 몫이겠지.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보다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 인간 됨됨이가 저 사람보다 못나지는 않구나, 안도할 뿐이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여유로운가? 나는 모든 것에 초연한가? 그렇지는 않다. 나보다 '잘난 부분'을 가진 사람은 아까 말했던 것처럼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든 방면에서. 스스로가 열등하게 느껴지는 많은 순간들이 존재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열등감의 파도가 나를 휘쓸어버리려 할 때 마음의 고요를 되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내가 싫어지는 것이었다. 열등감은 단지 남이 부럽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끝끝내 자신이 싫어질 때까지 나를 몰아간다. 그 마음에 머물러있지 않기 위해 나는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 비참함 속에서 깨닫게 된 것은 난 저 사람보다 잘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자신을 바랐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가 못나고 무가치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멈추어야 했다. 하지만 명확히 직시해야만 했다.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그리고 어떤 면에서 나아지고 싶은지, 정확히 이해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도 보인다.
부처가 말하길 세상에 변하지 않고 영원한 것은 없다 했다. 나도 변화할 수 있다. 잘생겨질 순 없지만 몸가짐과 매무새를 단정히 정돈할 수 있고, 몸매가 뛰어날 순 없지만 건강한 몸을 가진 사람이 될 수는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역사에 길이남을 성과를 보여줄 수는 없지만 소소한 성취를 이루어낼 수는 있다.
이게 나야 라는 건 없다. 나를 진짜보다 못난 사람으로 만들어 그 생각에서 머물러있는 것보다는 내 모자란 부분을 어떻게 채워 넣을지, 요즘은 그것들을 궁리하고 있다. 나도 변화할 수 있다, 생각하니 달라진다. 그리고 뭐라도 하면, 확실히 달라진다. 나아진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머물러있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 소소하지만 작은 성취를 이루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