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되었든 해 볼걸- 사람이든 경험이든 해볼걸. 천성이 쫄보인 나는 가급적 최대한 안전한 길로만 인생을 살아왔다.
다칠 것이 무서워 못했던 스케이트, 이제는 몸이 굳어서 못한다. 떨어질까 봐 무서워 넣지 못했던 대학 원서, 나중에 보니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성적이었다. 나랑은 너무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아 거리를 두었던 사람, 생각보다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 대학교 시절 친구가 초대한 러시아 여행, 돈 없다고 안 갔던 것이 후회된다. 만들어서라도 갈걸. 긴 세월 동안 내 인생은 가늘고 긴 물줄기 같다 생각했다. 울타리를 벗어날 만한 일은 하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생각해 보면 후회할 일이 이것밖에 없다는 것이 다행이기도 하다.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나를 잃는 선택은 최소한 하지 않았으니까.
아, 아니다. 나의
두
번째
후회
하지 말 걸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기어코 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 일. 돌이켜 보면 내 옆의 사람이 나쁜 사람이었던 적은 거의 없다. 나의 주특기인 '괜히 눈치보기'로 대부분의 상황에서 넘겨짚은 적이 많았으므로. 자격지심에 온몸이 잠식된 나 같은 사람들은 괜히 넘겨짚어 지레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너,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그랬어? 너무한다. 너 진짜 나쁜 사람이구나?"
나를 보호하려고 남을 공격하다니. 못났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망상이 날개를 펴기 전에, 자격지심이 가시를 돋우기 전에 멈추는 것이 나는 어려웠다. 나의 상상 속에서 상대는 정말 나쁜 놈이 되어 있었고, 나중에 알고 보면 그건 사실과는 달랐다.
감정에 잠식되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되돌려 받은 일은 두고두고 후회로 남았다. 변명 같지만 더 많이 사랑할수록, 더 많이 가까울수록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더 서슴없이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고서 어디선가 읽은 '감정은 감정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 참 많이도 되새겼다.
어렸을 때는 들리지 않았다. 뭐든 해보라는 말이. 어렸을 땐 몰랐다. 후회할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그럼 후회는 나쁜 것일까? 후회없는 인생은 없기에 그것은헛된 바람이다. 하지만 그 바람은 애틋하다.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 않고 후회만 하는 사람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사람과 상황 그리고 세계를 마주하고 싶다는. 주변 사람을 잃어버린 후에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런 바람이 내게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