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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Oct 24. 2024

숙이 씨와 제사

 숙이 씨의 남편, 그러니까 나의 아버지는 ○씨 가문의 ○대손으로써 사람의 도리를 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숙이 씨는 환갑이 다 된 나이에도 매번 큰 집 제사에 가서 전을 부치고 설거지를 한다. 두꺼운 손마디에 류머티즘이 왔다고 하면서도 간다. 딸은 열불이 터진다. 제사가 사람 도리라고 생각하는 숙이 씨의 남편은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절대 '제사를 그만두자.', '가지 말자.'는 말을 할 생각이 없는 남편 덕에 그의 부모와 조부모를 봉양하기 위한 숙이 씨의 노력은 몇십 년간 지속되고 있다.  자식으로서, 아버지로서의 도리는 훌륭히 수행한 나의 아버지가 어째서 남편으로서의 도리에는 그리도 불성실한지, 철이 들고서부터 이런 의문은 나의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아내가 본인 집 제사를 지낼 때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이 남편의 도리인가 보다.)


 결혼을 하면 그의 가족과 나의 가족이 하나가 되고, 그의 부모가 나의 부모가 된다고 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버지의 가족이 어머니를 딸처럼 대하는 모습을, 아버지가 어머니의 부모를 제 부모처럼 섬기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뭐래? 우리 집은 아니거든?"이리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저 좀 부러울 것 같다.


 오래간만에 숙이 씨와 스몰 토크를 위해 전화를 걸었더니 작은 목소리로 큰 댁에 제사와 있다고 하니 문득 부아가 치밀어 올라 이렇게라도 속풀이를 해본다. 왜 이렇게 화가 날까? 지난 명절 '여자는 시집가기 전에는 집안 제사나 행사에 참여를 시키지 않는다. 시집가면 어차피 시댁에서 다 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는 아버지의 말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의 딸에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런 도리를 설파하는 아버지의 태도 때문일까.


 산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것이 죽은 사람의 뜻이 아닐진대, 부디 자기 조상을 속 좁게 만드는 사람이 더는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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