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의 여행을 앞두셨나요? 아니면 이미 한바탕 싸우고 돌아오셨나요? 이제 걱정은 그만, 엄마와의 여행 꿀팁 모두 방출합니다!
1. 삼시 세끼를 챙겨라
엄마와의 여행에서 밥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숙이 씨는 특히나 배가 고프면 기운이 쭉 빠지고 손이 덜덜 떨리는 스타일인데 옆에서 지켜보는 나까지 안절부절하게 된다. 낯선 여행지에서 길을 헤매거나, 투어에서 장기간의 도보 이동을 하게 되면 에너지가 빠르기 소모된다. 정신없는 와중에 배고픈 줄도 모르다가 엄마가 딱! 배고픔이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 당장 편안히 앉아서 밥 먹을 곳이 없다면? 여행의 만족도는 가파르게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삼시 세끼를 모두 챙겨드려야 한다는 말씀.
2. 삼시 세 끼를 '제 때' 챙겨라
정말 밥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래~알겠어. 맛집 많이 찾아 놓으면 되잖아!'라고 말하면 당신은 하수. 네이버 블로그에서 주인장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해서 찾아간 그 집이 지금 영업을 안 한다면? 폐업이라도 했다면? 요즘 누가 네이버만으로 맛집을 찾나! 나는 구글 지도를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식당 평점과 후기 확인은 물론 예약까지 손쉽게 가능하다. 하루에 한 끼 이상, 특히 점심 식사는 하루 이틀 전이라도 예약을 미리 해두길 추천한다. 그리고 꿀팁 하나 더. 평소에 아침 식사를 드시는 부모님이라면 꼭 조식을 신청하길. 아침 일찍 일찍부터 동네 편의점이나 빵집을 뒤지고 다니고 싶지 않다면(심지어 빵은 먹어도 밥으로 안 침.) 나의 아침잠 보장과 엄마의 공복 히스테리를 예방하기 위한 조식은 필수!
3. 여행 스폿은 하루에 한 개
스페인의 그 웅장한 가우디 성당을 앞에 두고도 꾸벅꾸벅 졸았던 숙이 씨다. 부모님께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으로 무리한 일정을 짠다면 지친 부모님의 모습에 미안함과 더불어 알 수 없는 짜증이 치솟을 수 있다. 엄마는 하루에 여러 개를 본다고 해서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피로 누적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 건강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하루에는 큰 일정 하나 정도만 잡고 나머지는 휴식 또는 쇼핑으로 채운다. 엄마들은 여행 가서 숙소에만 있는 것을 돈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시장이나 마트, 소품샵 등 없는 체력도 솟아나게 만드는 쇼핑 일정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
4. 엄마가 추우면 안 된다
부모님들은 생각보다 온도에 민감하다. 간혹 여행지에서 기분을 내고 싶은 나머지 자신의 패션 센스를 뽐낼 수 있는 멋진 옷들로만 가방을 꾸리시는 경우가 있다. 여행지의 평균 기온만 보고 이 같은 실수를 저지를 경우 바람 한 번만 휭 하고 불어도 엄마의 컨디션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기침을 하거나 콧물을 훌쩍이는 엄마를 데리고 급히 카페나 숙소로 돌아가게 된다면 제일 속상한 사람은 부모님이다. 그러므로 혹시 모를 날씨 변수(일교차, 비, 바람)를 대비하기 위한 담요, 목도리, 핫팩, 경량 패딩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잔뜩 멋 부린 차림새에 그렇지 못한 입술색, 덜덜 떠는 어깨를 보게 된다면 준비해 간 아이템을 바로 꺼내들 것! 단, 내가 멋 부린다고 옷을 제대로 챙겨 입고 가지 않았을 경우 오히려 엄마 옷을 뺏어 입게 될 수 있으므로 나부터 단디 챙겨야 한다.
5. 잘 짜인 계획에 즉흥성 한 스푼
철저한 계획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님들은 의외의 즉흥적인 일정도 즐거이 받아들인다. 계획은 계획일 뿐 그날의 컨디션이나 분위기, 날씨 온도 습도에 따라 예정에 없던 장소를 가보거나 원래는 잘하지 않는 일들을 해보는 것도 좋다. 은근히 즐기는 부모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음악 공연을 즐기지 않았던 숙이 씨와 예정에 없던 샹송 공연을 들었던 일, 비 오던 날 늦은 밤에 숙소에 바로 들어가기 싫어 사람들이 즐비한 테라스에 앉아 외국인들 사이에서 야식으로 스테이크를 먹었던 일 등 계획에는 없던 일이지만 막상 해보니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은근히 좋아하실 수 있으니 도전해 보길.
6. 돌발 상황은 반드시 일어난다.
바퀴벌레가 나오고, 괴한이 침입하고, 기차는 취소되고, 소매치기와 사기단을 만나고, 캐리어가 부서지고, 급성 장염에 걸리는 일이 여행에서는 종종 생긴다(실제로모두 겪었음). 아니, 반드시 생긴다. 이때 주의할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부모님의 안전이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짐이나 돈은 잃어버려도 된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다치는 일 없이 몸 건강히 무사히 여행지에서 돌아오는 것이다. 그 외의 일은 그려려니 해야 정신 건강에 이롭다. 돌발 상황에서 자신은 물론 가족 누구의 탓도 하지 않을 것. 가족은 여행 다녀와서도 평생 계속 봐야 한다.
나는 여행지에서 온갖 고생과 싸움을 하고 나서야 이런 것들을 알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이런 꿀팁들을 방출할 수 있게 해 준 장본인 숙이 씨에게 영광을 전한다. 삼시 세끼를 제 때 먹여주지도 않고, 줄줄이 빡센 일정에, 멋 부리다가 엄마옷까지 뺏어 입고(억지로 입혀주고 본인은 괜찮다고 함), 돌발 상황에서는 정신줄을 놔버리는 딸이라서 미안하고 감사하다.
숙이 씨 다음 여행도 같이 가.. 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