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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Nov 08. 2024

숙이 씨에게 보내는 편지

나에게 숙이 씨는 그냥 엄마이기만 했는데, 세월이 많이 지나 어느새 난 엄마가 나를 낳았을 때보다 더 나이를 먹어버렸어. 지금의 나는 삼십 대가 되어서도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 허덕이고 있는데 이런 날 보면 엄마가 아직도 걱정이 많겠다 싶어 미안해.


어렸을 때 내가 뭘 잘못하면 엄마가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혼내곤 했는데, 기억나? 난 가끔 그때가 그리울 때가 있어. 그땐 엄마 목소리도 자세도 참 쩌렁쩌렁했었는데. 이제는 엄마 손도 예전 같이 맵지 않고, 엄마 키도 예전 같지 않고,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네. 


어제 문득 아주 어렸을 때가 떠올랐거든. 잠 못 드는 일도 없고, 미래를 걱정할 일도 없이 그저 동생이랑 싸워서 야단맞고 눈물 한바탕 쏟고 나면 아이스크림을 먹다 잠들던 그런 날들 말이야. 나는 아무 생각 없던 그런 날들도 엄마에게는 고난이었던 날이 있었겠지? 내가 너무 어려서 몰랐어.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늘 생각하지만 엄마처럼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대단한 일인지 나는 늘 생각해. 엄마의 딸이라 행복하고 늘 감사한 마음뿐이야.


누구보다 연약하지만 누구보다 강인한 숙이 씨! 이제는 나 때문에 엄마가 걱정할 일이 없도록 더 단단한 딸이 될게. 태어나줘서 고맙고 올해 생일도 많이 많이 축하해. 앞으로의 나날들도 오래오래 나와 함께 해줘.


사랑해요 나의 엄마, 나의 숙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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