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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위열매 Oct 21. 2024

게임과 웹툰

D+109일의 이야기 (2023.06.27.)

회기역 친구들 만남 이후로 남편이 부쩍 핸드폰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도대체 뭘까? 싶었는데 안경 너머로 반사된 화면에는 어떤 목록이 보였다. 늦게까지 핸드폰을 보느라 나보다 늦게 자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서 핸드폰을 보는 것 같았다. 


6월 한 달간은 내가 너무 바빠서 사실 내가 바쁘면 남편의 구직 상황은 신경 안 써도 어떻게든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 누워서 핸드폰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답답했다. 그럴 시간에 한 곳이라도 더 넣으면 좋을 텐데... 주말에는 같이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 왔고 충북까지 당일치기로 운전해 준 남편이 너무 고마웠다. 저녁도 같이 맛있게 먹고 일요일이 되었는데 나는 여러 가지 하느라 바쁜데 왜 남편은 그냥 또 소파에만 누워있을까. 잠만 잘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렇게 터놓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디에라도 털어놓고 싶기 때문이다. 그거 좀 기다려주면 안 되냐고 할 수 있지만, 매일 내 마음은 반반이다. 혼자서 외벌이 하는 것도 버거워지고 돈은 모이지 않고 나만 전전긍긍하는 느낌이 들고. 남편에겐 한 마디 하지 않는다. 본인이 더 스트레스받아할 것 같으니까. 


그러다 어제 결국 최고조에 달했다. 내가 피곤한 것도 있지만, 그냥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이 뭔가 힘들었다. 나중에 남편이 취업하고 나면 이 모든 생각들은 웃으며 넘길 수 있을까?ㅋㅋ휴 오래간만에 친정에 가서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에는 친정에 갈 생각이다. 약속 후 집으로 들어갔더니 "친정엔 왜?"라고 물어보더라. 그냥 힘들어서라고 했다. 


침대에 내가 눈을 가리고 누워있으니 눈이 많이 아프냐며 마사지를 해준다고 했다. 흥흥흥~ 하면서 오는 남편을 보고 또 나도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눈이 아픈 게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반반이라고. 일을 많이 벌려놓은 나 때문에 스스로 힘들고 나머진 남편의 구직 상황 걱정하느라 힘들다고 했다. 결국 차분히 내가 요즘 드는 생각을 말했다. 공고도 보지 말아 달라 알아서 하겠다고 하기에 공고도 보지 않고 행여 보더라도 말도 안 했고 스트레스받을까 봐 진행상황에 대해 물어보지도 못했다. 서로 닮은 아이 낳아 알콩달콩 키우고도 싶은데 요새 게임 하나에 빠져서 시간 보내는 게 맞는지 참 궁금했다. 나만 남편의 취직을 바라는 건지 이대로 그냥 수입 없이 계속 지내고 싶은지 참 걱정이 많다. 알지 않냐 나 걱정 많은 거. 등등 


남편은 대답해 주었다. 지난번 수시지원을 하라고 했던 20개 회사들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많이 썼다고 한다. 5개 정도 남았고 곧 또 쓴다고 하기에 이번주 안으로 꼭 쓰고 상황 공유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둘이 웹툰 보면서 새벽 2시엔가 잤는데 이게 뭐라고 또 마음이 풀어졌다. 나도 참...ㅋㅋ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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