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한자어와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한자어의 의미 분화 05
‘연결하다(連結―)’와 ‘접속하다【接續―】’는 모두 ‘서로 잇다’는 뜻을 지닌 한자어로, 한국어에서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 두 단어는 어원적 배경과 사용 영역,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언어 속에 스며든 언어 대중의 사고방식과 시대의 흔적을 보여준다.
‘연결하다(連結―)’는 ‘이어서(連) 맺다(結)’는 뜻을 가진 전통적 한자어로, 사람과 사람, 생각과 생각, 길과 길이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관계를 나타낸다. ‘낭과 북을 연결하다=남과 북을 잇다’, ‘길을 연결하다. 길이 연결되다=길을 잇다. 길이 이어지다’, ‘마음을 연결하다. 마음이 연결되다=마음을 잇다. 마음이 이어지다’와 같은 표현은 물리적 관계뿐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나 사회적 관계를 ‘잇다, 유대하다(紐帶―)’의 뜻이다. 그래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연속성이라는 의미와 통하는 고유어 ‘잇다’와 같은 말로 쓰여서, 한국어의 고유 정서인 ‘정(情)’이나 ‘관계 중심적 사고’와 맞닿아 있다.
다만 동사나 동작의 의미가 아닌 명사나 합성어(명사 상당 어구)로 쓰일 때는(연결 고리(連結―), 연결 중(連結中), 연결 통로〘連結通路〙같은 말을 제외하고), 우리말에서 자주 쓰이는 ‘연결 관계【連結關係】, 연결 부위【連結部位】, 연결 상태【連結狀態】, 연결선【連結線】, 연결어【連結語】, 연결 어미【連結語尾】, 연결점【連結點】, 연결 지점【連結地點】, 연결형【連結形】; 연결형 어미【連结形語尾】’ 같은 말들은 중국어에서는 쓰지 않는 일본식 표현이다.
중국어에서도 일상적으로는 连接[liánjiē](연접; 이어 맞대다)을 더 자주 쓰고, 连结[liánjié](연결)은 网络连结(네트워트 연결, network connection), 数据库连结(데이터베이스에 연결하다, database connection), 神经连结(신경 연결, neural connection)처럼 ‘기계적·물리적 연결’이라는 한국어와 일본어의 접속【接續】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접속【接續】’은 근대 일본에서 기술적 개념인 영어의 ‘connection’이나 ‘contact’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새로 만들어진 일본식 한자어로, 전기·통신·문법 등 ‘기술적‧기능적인 결합’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 우리말에서도 ‘인터넷 접속; 인터넷에 접속하다’, ‘서버 접속; 서버에 접속하다’, ‘접속 불량(接續不良), 또는 접속 오류(接續誤謬)’, ‘접속사(接續詞)’처럼 주로 정보‧통신‧전산, 언어학‧국어학 등의 전문 영역에서 사용되고, 일상적·감정적 관계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접속하다(?)’, 혹은 ‘도로가 접속되다’라고 하면 부자연스럽고 기계적인 느낌을 준다. 이처럼 ‘접속’은 의미상 ‘연결’의 일부 영역만을 가리키는 제한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에서는 ‘인터넷 연결; 인터넷에 연결하다’도 가능하지만, 일본어에서는 ‘인터넷 접속〖インターネット接続〗; インターネットに接続する。(인터넷에 접속하다)’라는 말은 있어도 ‘인터넷 연결’이라는 말은 없다.
언어는 단순한 전달 수단이 아니라, 한 사회가 사물과 관계를 바라보는 사고의 틀을 비추는 거울이다. 영화 《접속》은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이 아직 활성화되기 전인 1997년, PC통신을 통해 사랑의 아픔을 가진 두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내용의 로맨스 영화로, 한석규, 전도연 등이 출연했던 영화이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를 통해서 보면 이 말이 1996년을 전후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 때문에 PC통신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일본식 한자어인 접속【接續】이 우리말에 급속하게 쓰이게 되었다는 것은 주목하지 않는 듯하다. 우리말에서 쓰이는 일본식 한자어의 전파 과정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다만, 일본식 한자어는 우리의 사고의 틀이 담겨 있는 말이 아니라는 문제 의식이 필요하다. 행정이나 법률 영역에서 쓰이는 말과는 전문 용어는 물론이고, 시‧소설‧수필 등의 문학 작품 속에 쓰인 일본식 한자어들은 얼마나 될까? 문화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이론과 선진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맹목적‧무비판적으로 수용되었을 말들을 가려내는 일이 필요한 이유이다.
전통적 한자어인 ‘연결하다(連結―)’는 자연적‧인간적‧감정적 관계의 결합을 나타내는 말로, ‘사람과 사람, 생각과 생각, 사물과 사물의 관계를 잇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일본식 한자어인 ‘접속하다【接續―】’는 기계적·기능적 결합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네트워크·통신·문법 등 기술적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연결’과 ‘접속’의 미묘한 차이는, 우리말 속에 스며든 일본식 표현을 가려내고 우리말 고유의 결을 되살리는 작은 실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연결(連結)(-하다) n.
连结[liánjié]; 连接[liánjiē], ㊐ 連結(れんけつ)
예) 연결이 끊기다[·겨리#끈키·]. 연결을 시도하다(試圖―).
직렬연결【直列連結】 串联[chuànlián], (일) 直列連結(ちょくれつれんけつ).
병렬연결【竝列連結】[병ː녈련‧] 并联[bìnglián], ㊐ 並列連結(へいれつれんけつ)
접속【接續】(-하다) [-쏙] n. ①(두 사물을) 맞대서 이음. =연결(連結). ②(컴퓨터에서), 여러 개의 프로세서와 기억 장치를 전자 회로적으로 연결하는 일.
连接[liánjiē], ㊐ 接続(せつぞく)
예) 문장 접속【文章接續】; 문장【文章】을 접속하다【接續―】.=문장을 연결하다(連結―). 连接句子。liánjiē jù‧zi. ㊐ 文章(ぶんしょう)の接続(せつぞく); 文章(ぶんしょう)を接続する。
인터넷 접속〖internet接續〗[‥넫쩝쏙]; 인터넷에 접속하다. 连网[liánwăng], 上网[shàngwǎng]; 网络连接[wǎngluò liánjiē], ㊐ インターネット接続. network connection. 접속 장치(接續裝置)[-쏙짱‧] 连接设备[liánjiē shèbèi]. 병렬접속【竝列接続】[-녈-쏙], ㊐ 並列接続(へいれつせつぞく). ↔직렬접속【直列接續】[징녈-쏙] 直列接续[zhíliè jiēxù], ㊐ 直列接続(ちょくれつせつぞ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