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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昇進)과 진급【進級】

전통적 한자어와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한자어의 의미 분화 06

by 문성희

우리말에서 ‘승진(昇進)’·‘승급(昇級)’·‘진급(進級)’은 모두 어떤 ‘지위‧단계가 오르거나 높아짐’의 뜻을 가진 한자어이다. 우리말에서 이들 단어는 종종 혼용되기도 하지만, 쓰이는 분야와 의미의 뉘앙스가 서로 다르다. 그리고 어떤 것은 본래의 의미와 달리 쓰이기도 하기 때문에 각각의 본뜻과 쓰임을 분명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승(昇)’은 ‘위로 오르다’의 뜻이므로 지위나 등급이 상승함을 나타내고, ‘진(進)’은 ‘앞으로 나아가다’이므로, 어떤 진행 단계나 과정(過程)이 전진하는 것을 나타낸다. 따라서 ‘승진’·‘승급’은 지위나 등급이 위로 오르는 것이고, ‘진급【進級】’은 단계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의 차이가 있다.

먼저 승진(昇進)은 ‘과장으로 승진하다, 대위로 승진하다’처럼 ‘직위의 상승’이라는 의미로 주로 직장이나 군대에서 쓰인다. 직위가 오르고 직책과 권한이 커지는 신분의 변화와 함께 질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말이다. 승급(昇級)은 ‘기술사로 승급하다’, ‘7급에서 6급으로 승급하다’처럼 ‘등급의 상승’이라는 뜻으로 ‘자격·등급이 오르다’는 의미로 쓰인다. 진급【進級】은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진급하다’, ‘진급 기준【進級基準】’, ‘진급 사정【進級査定】’처럼 ‘학년의 상승; 학년이 올라가는 일’이라는 의미로 주로 학교 교육에서 단계가 ‘앞으로 나아가는’ 의미로 쓰인다. 일본식 한자어인 진급【進級】, ㊐ 進級(しんきゅう)은 메이지 시대 서양식 교육제 도입과 함께 만들어진 말인데, 일제 강점기 교육 제도 수입 과정에서 우리말에 들어와 일본어에서처럼 주로 교육 분야에서 쓰이는 말이다. 이처럼 이 세 단어는 ‘위로 오름’이라는 공통된 의미지만, 의미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문맥에 맞게 써야 한다. ‘과장으로 진급했다.(×)’ → ‘과장으로 승진했다.(○)’, ‘기술사로 승급했다.(○)’, ‘2학년으로 진급했다.(○)’처럼 구별해서 써야 의미가 정확해지고 문장이 자연스럽다.

한편 우리말 속에는 고유어나 전통적 한자어가 일본식 한자어로 대체되어 쓰이는 것들이 적지 않다. ‘둔치, 하안(河岸)’이 고수부지【高水敷地】로, ‘들꽃’이 야생화【野生花】로, ‘거래〔去來〕, 매매(買賣)’가 매매【賣買】로, ‘성장(城牆, 성의 담장)’이 성벽【城壁】으로, ‘방수(放水, 새로 만든 배를 처음으로 물에 띄우는 것)’를 진수【進水】로, ‘가절(價折, 값을 깎음)’을 할인【割引】으로 대체하여 쓰고 있고, ‘글의 단락(段落)’이 문단【文段】으로, ‘산보하다(散步―)’가 산책하다【散策―】로 바뀌어 가고 있는 듯하다.

또, 일본식 한자어가 우리말에 들어오면서 본래의 의미와 달리 쓰이는 것들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총각【總角】이다. 본래 이 말은 옛날 일본에서 ‘아이의 머리를 두 갈래로 갈라 양쪽 귀 위에 뿔처럼 동여맨 것; 쌍상투로 머리를 틀어 올린 소년. 또는, 그 또래의 나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이 우리말에 들어와 ‘결혼하지 않은 성인 남자’라는, 처녀(處女)의 상대 개념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숫총각’, ‘총각 딱지를 떼다’처럼 ‘동정(童貞)인 성인 남자’라는, 일본어와는 전혀 다른 뜻으로도 쓰이고, 여기에 ‘총각무, 총각김치’라는 말로도 확대되어 쓰이고 있다.

진급【進級】도 본래는 학교 교육에서 쓰던 말이었는데, 1980년대부터 군대 용어, 특히 직위 계통 용어로도 쓰이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4년 만에 大領(대령)서 大將(대장) 진급도(1980.12.17. 조선일보 1면)’라는 보도에 이어, ‘白善燁(백선엽) 回顧錄(회고록) 军(군)과나 (30) 53년 1월 大將(대장) 진급(1989.02.02. 경향신문 10면)’ 등의 기사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승진(昇進)’은 직위나 계급이 높아지는 것이고, ‘진급(進級)’은 단계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군대 직위 계통에서도 ‘병 → 하사 → 중사 → 상사 → 준위 → 소위 → 중위 → 대위 → 소령 → 중령 → 대령 → 준장 → 소장 → 중장 → 대장’처럼 위로 올라가는 일은 ‘승진하다’가 원칙이었다. 그래서 ‘그는 중령에서 대령으로 승진했다’, ‘그는 대령에서 소장으로 승진했다’처럼 쓰는 것이 맞다.

그런데 지금은 군대, 특히 군사 조직에서도 ‘진급【進級】’을 공식 용어로 ‘승진’을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군 관련 보도 자료는 물론이고, 국방부 공문이나 군 인사법 등에 모두 ‘진급’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군이 소장으로 진급했다.”, “진급 심사위원회에서 합격한 자를 진급시킨다.”, “진급 예정일은 7월 1일이다.”처럼 쓰고 있는데, ‘진급’을 계급이 한 단계 올라가는 것, 즉 ‘승진(昇進)’과 같은 의미로 쓰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학교교육과 군대를 제외한 민간 기업이나 일반 조직에서는 ‘승진’이라는 말을 쓴다.

이처럼 전통적 한자어인 승진(昇進), 승급(昇級)과 일본식 한자어인 진급【進級】의 본래 의미와 용법을 이해하고, 특히 진급과 같은 일본식 한자어들이 언제, 어떤 경로로 들어와 정착했는지를 아는 것은 우리말 어휘의 역사와 변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올바른 언어생활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승진(昇進)(-하다) n. 직위가 오름.

㊥ 升进[shēngjìn]; 晋升[jìnshēng], ㊐ 昇進(しょうしん).

예) 과장(課長) 승진; 과장으로 승진하다. 승진이 빠르다. 승진을 위해 애쓰다.=승진하려고 노력하다(努力―). 승진 시험【昇進試験】 晋升考试[jìnshēng kăoshì], ㊐ 昇進試験(しょうしんしけん). 승진 발령【昇進發令】 晋升令[jìnshēng lìng], ㊐ 昇進発令(しょうしんはつれい). 승진 소식〘昇進消息〙 晋升的消息[jìnshēng de xiāoxi], ㊐ 昇進のお知らせ[oshirase]. 승진 시험【昇進試験】 晋升考试[jìnshēng kăoshì], ㊐ 昇進試験(しょうしんしけん). 승진 제도【昇進制度】 晋升制度[jìnshēng zhìdù], ㊐ 昇進制度(しょうしんせいど)

<참> 진급【進級】(-하다)[진ː·]


승급(昇級)(-하다) n. 급수나 등급이 오름.

㊥ 升级[shēngjí], ㊐ 昇級(しょうきゅう).

=승진(昇進)(-하다) 升(昇)[shēng], ㊐ 昇進(しょうしん). 升[shēng] 되 (승). 昇(升)[shēng]의 간체자.

예) 승급 심사(昇级審査) 升级审查[shēngjí shĕnchá], ㊐ 昇級審査(しょうきゅうしんさ)


진급【進級】(-하다) [진ː‧] n. 등급·계급·학년 등이 오름. 또는 올라감.

㊥ 晋升[jìnshēng]; 晋级[jìnjí], 升级[shēngjí], ㊐ 進級(しんきゅう)

예) 진급이 빠르다. 소령 진급; 소령으로 진급하다. 진급 기록【進級記錄】. 진급 기준【基準進級】. 진급 대상【進級對象】. 진급 대상자【進級對象者】. 진급 사정【進級査定】, 진급 사정 회의【進級査定會議】. 진급 시험【進級試驗】. 진급식【進級式】. 진급 심사【進級審査】. 진급 예정【進級豫定】. 진급 예정일【進級豫定日】. 진급 예정자【進級豫定者】

<참> 승진(昇進)(-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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