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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惯例)와 관행【慣行】

전통적 한자어와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한자어의 의미 분화 03

by 문성희

우리말 속 한자어에는 ‘관례(惯例)’와 ‘관행【慣行】’, ‘전례’와 ‘선례’처럼 비슷한 듯 다른 말들이 적지 않다. 이 네 단어는 모두 ‘예전에 이미 있었던 일이나 방식’을 가리키지만, 그 뉘앙스와 사용 맥락은 미묘하게 다르다. 어떤 것은 사람들의 습속(習俗)으로 굳어진 것이고, 어떤 것은 제도의 틀 속에서 이어져 온 것이며, 또 어떤 것은 판단의 기준이 된 사례이다. 그러나 ‘습관처럼 굳어진 것’을 뜻하는 관례와 ‘제도나 조직 속에서 반복되는 행동 양식’을 가리키는 관행은 다르고, ‘이전에 있었던 일’을 뜻하는 전례와 ‘앞선 사례로서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을 뜻하는 선례 또한 분명히 구별된다.

먼저 선례(先例)는 ‘선례를 찾다’처럼 전례(前例)①과 같은 ‘이전의 사례’라는 의미로도 쓰이지만, ‘선례가 되다, 선례를 남기다’는 본래 법률 용어로 ‘이전의 판례’, 즉 이미 있었던 판례나 상급 법원의 판결이 그와 비슷한 다른 사건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앞의 판결을 이르는 말이어서 어떤 판단의 근거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전례(前例)의 기본적 의미는 ‘전례가 없다’처럼 ‘이전의 사례’라는 선례(先例)①과 같지만, ‘전례를 따르다, 전례대로 하다’는 이전부터 내려오는 일 처리의 관습이라는 의미로 ‘관례(惯例)’와 유사한 의미이다.

관례(慣例)는 ‘관례대로 하다, 관례에 따르다. 관례를 깨다’처럼 ‘이전부터 해오던 방식’이라는 말로, ‘상규(常規); 상례(常例); 예규(例規)’와 유사한 의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관행【慣行】이라는 말이 관례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관행은 ‘오랜 관행이었다고 변명하다’처럼 쓰이는 말이다. 그래서 ‘사회적 관행’은 ‘사회적 관례(惯例)’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관행【慣行】은 ‘버릇 관(慣), 행할 행(行)’이 결합된 구조여서 직역하면 ‘관행(慣)에 따라 행함(行)’이라는 뜻이지만, 이 말은 중국어에서는 쓰이지 않는 일본식 한자어이다. 일본어에서는 慣行(かんこう)とは、ある社会や集団において、長期間にわたって繰(く)り返(かえ)し行(おこな)われ、定着している行動や手続き、ルールのことです。(관행이란, 어떤 사회나 집단에서,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적으로 행해져, 정착된 행동이나 절차, 룰(rule) 같은 것이다)라는 뜻인데, 이 말이 우리말에 들어와서 ‘예로부터 내려오는 일 처리의 관습’이라는 의미로, 이전에 관례가 쓰이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관행을 따르다, 관행을 따르기보다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다’처럼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은 조선총독부의 ≪조선어사전≫(1921)과 문세영의 ≪조선어사전≫(1938)에는 없고, 신기철‧신용철의 ≪표준국어대사전≫(을유문화사, 1966. 수정7판)에 ‘① 종래의 습관을 따라서 행함. ② 익달하여 잘함. ③ 늘 함’이라고 예문 없이 풀이하고 있고, 이희승의 《국어대사전》(민중서림, 1988, 수정 증보판)에는 ‘①그전부터 관례가 되어 행함. ②한 가지 일을 자주 행함. ③숙달하여 잘함’이라고 역시 예문 없이 풀이하고 있다. 이희승의 《국어대사전》(1961, 초판)은 확인하지 못해서, 이 말이 언제 처음 우리말 사전에 올라왔는지는 분명하지 않고 그 뜻도 지금과는 조금 다르지만 대략 1960년대 이후인 것은 분명하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1920~1999)에서 이 말을 검색하면 연합뉴스 1990년 1월 17일과 18일자 기사에 ‘정치 관행’과 금융관행‘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 보이 이 말이 이때쯤 보편화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한국어와 일본어에서 관례(惯例)와 관행【慣行】은 모두 ‘오래전부터 행해져 온 습관이나 방식’을 의미하지만, 그 초점과 어감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즉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와서 일종의 규범이나 선례처럼 여겨지는 규칙’, 주로 공식적이고 형식적인 상황에서 통용되는 ‘정해진 방식’의 뉘앙스를 가진 관례(慣例)와 달리, 관행【慣行】은 주로 사회나 조직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행해지는 ‘습관적인 절차’ 또는 ‘실제적인 행위’의 뉘앙스를 가지며, ‘잘못된 관행’, ‘관행을 타파하다’처럼 부정적인 의미로도 자주 사용된다.

말은 생각의 틀을 비추는 거울이다. 비슷하다고 아무 표현이나 쓰면 생각의 구획도 흐려진다. 선례(先例), 전례(前例), 관례(惯例), 관행【慣行】처럼 혼용되기 쉬운 단어의 의미적 경계를 분명히 알고,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사고의 명료함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선례(先例) [설-] n. ① 이전의 사례. 이전에 있었던 사례. =전례(前例)[절-], (일) 前例(ぜんれい). ② (법률) 이전의 판례(判例). 이미 있었던 판례나 상급 법원의 판결이 그와 비슷한 다른 사건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앞의 판결을 이름. ≒선결례(先決例); 판례(判例)[팔-].

先例[xiānlì] ; 前例[qiánlì]

(일) 先例(せんれい)

예) 선례가 되다. 开例[kāi//lì]; 当作先例。dàngzuò xiānlì. 선례를 남기다. 留下了先例。liúxiàle xiānlì. (일) 前例を残す。 선례를 찾다. 선례가 있는지 찾아보다. 查一查有没有先例。(일) 先例があるか探してみる。선례에 따르다.=선례대로 하다. 依照先例。yīzhào xiānlì; 遵照先例。zūnzhào xiānlì; 依照前例。yīzhào qiánlì. (일) 先例にならう[倣う·傚う·慣らう]; 先例(せんれい)を追(お)う。前例に則(そく)する; 前例に倣(なら)う。 선례가 없다.=전례가 없다. 没有先例。méiyŏu xiānlì. (일) 先例がない; 前例がない。 선례를 찾기 어렵다. 难寻先例。nánxún xiānlì. 先例を見つけにくい。


전례(前例)① [절-]~전례가~~전례대로~전례를 前例[qiánlì] ; 先例[xiānlì] ex) 전례가 없다. 전례가 없는 호황(好況) cf) (일) 前例(ぜんれい); 先例(せんれい). 이전의 사례. 이전에 있었던 사례, 또는 전부터 있던 사례. =선례(先例)[설-].

전례(前例)② [절-]~전례가~~전례대로~전례를 前例[qiánlì] ; 先例[xiānlì] ex) 전례를 따르다.=전례대로 하다. 依照前例。yīzhào qiánlì; 依照先例。yīzhào xiānlì. (일) 前例に則(そく)する; 前例に倣(なら)う; 先例(せんれい)を追(お)う。 cf) (일) 前例(ぜんれい); 先例(せんれい). 예로부터 내려오는 일 처리의 관습. <참> 관례(惯例)[괄-] 惯例[guànlì], (일) 慣例(かんれい); 仕来(しき)たり; ならわし[習わし·慣わし]: 이전부터 계속 해 와서 습관처럼 되어 버린 일. 예) 국제 관례(國際惯例)[-쩨괄-] 国际惯例[guójì guànlì], (일) 国際慣例(こくさいかんれい), international usage.

전례가 없다 [절-‧#업ː따]~- 없어[업ː써]~- 없는[엄ː-] <연> 没有前例。 méiyŏu qiánlì. ex) 전례가 없는 일[절-‧#엄-닐] cf) (일) 前例がない; 先例(せんれい)がない。


관례(慣例) [괄-] n. 이전부터 해오던 방식.

(중) 惯例[guànlì]

(일) 慣例(かんれい); 仕来(しき)たり

≒상규(常規); 상례(常例)[-녜]; 예규(例規) 常规[chángguī]; 常例[chánglì]; 例规[lìguī], (일) 常規(じょうき); 常例(じょうれい); 例規(れいき)

예) 관례대로 하다. 관례에 따르다. 관례를 깨다.


관행【慣行】 n. (오래전부터) 관례가 되어 내려오는 일 처리 방식이나 태도.

(중) 老习惯[lǎoxíguàn]: 惯常做法[guàncháng zuòfǎ] ; 惯例[guànlì]

㊐ 慣行(かんこう)

≒관례(惯例)[괄-], ㊐ 慣例(かんれい); 仕来(しきた)り: (이전부터 해 와서) 습관처럼 된 일이나 방법.

<참> 전례(前例)②[절-]; 선례(先例)②[설-] 前例[qiánlì]; 先例[xiānlì], ㊐ 前例(ぜんれい); 先例(せんれい): 예로부터 내려오는 일 처리의 관습. 예) 전례를 따르다. 또는 선례를 따르다.

예) 관행이었다고 변명하다. 사회적 관행=사회적 관례(惯例) 社会的惯例[shèhuì de guànlì]. 오랜 관행〘--慣行〙 长期惯例[zhăngqī guànlì], ㊐ 旧来(きゅうらい)からの慣行(かんこ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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