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한자어와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한자어의 의미 분화 17
우리말 속 한자어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의미와 쓰임이 다른 한자어들이 많다. 상계〔相計〕와 상쇄【相殺】도 그중 하나이다. 상계〔相計〕는 한국식 한자어여서 중국이나 일본어에서는 쓰지 않고, 이 말에 대응하는 일본식 한자어가 상쇄【相殺】인데, 우리말에서는 이 두 단어가 함께 쓰이고 있는 것이다.
요즘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로 촉발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등이 이슈가 되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이 보호 무역을 주장하고,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이 자유 무역을 주장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서, 상계 관세〘相計關稅〙, 혹은 상쇄 관세【相殺關稅】, 보복 관세【報復關稅】, 반덤핑 관세 등 여러 가지 관세 정책들과 어떻게 다른지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상계〔相計〕와 상쇄【相殺】는 모두 ‘둘 이상이 서로 영향을 주어 균형을 이룬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계(計, 계산하다)’와 ‘쇄(殺, 없애다/줄이다)’의 의미에서 비롯된 뉘앙스와 용법이 다르다. 計(셀 계)는 ‘헤아림, 계산’의 뜻이어서 상계〔相計〕는 계산적 개념으로만 쓰이는 반면, 殺(죽일 살, 감할/빠를 쇄)는 ‘없앰, 줄임’의 뜻이어서 상쇄【相殺】는 효과 제거·감소의 개념으로 일상생활뿐 아니라 경제 용어 등 전문 분야에서도 자주 쓰인다.
먼저, 상계〔相計〕는 ‘相(서로) + 計(헤아리다, 계산하다)’의 구성으로 서로 헤아려 계산하는 것, 상호 간의 셈을 비교하여 균형 있게 고려하거나 조정하는 것으로, 회계‧법률‧무역 등에서 ‘양측의 손익을 상계하다’, ‘수입과 지출을 상계 처리하다’, ‘상계 계약’, ‘상계 관세’처럼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반면에 상쇄【相殺】는 ‘相(서로) + 殺(없애다, 줄이다)’의 구성으로 서로의 작용이 맞물려 하나가 다른 것을 없애는 것, 나아가 효과나 손해·이익이 서로 상반되어 결과적으로 없어진다는 의미로, ‘효과 상쇄; 효과가 상쇄되다’, ‘상쇄 관세; 보조금 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관세’, ‘이익과 손실이 상쇄되다’, ‘손익 상쇄: 손익이 상쇄되다’처럼 일반 언어생활은 물론, 회계와 경제 용어로 널리 사용된다. 즉 상계〔相計〕는 ‘비교(比較)·계산(計算)‧조정(調整)’의 의미가 강하고 상쇄【相殺】는 ‘보정(補正, 모자라는 것을 보충하고 잘못된 것을 바르게 고침)·상응(相應, 서로 맞음. 알맞음)‧균형(均衡)’의 의미로 쓰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이한 점은 일반적으로 일본식 한자어는 전통적 한자어에 비해 그 의미 영역이 좁은 뜻으로 분화되어 쓰이는 것과 달리, 상쇄【相殺】는 상계〔相計〕보다 더 넓은 뜻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상계’와 ‘상쇄’는 모두 균형과 관계를 의미하는 말이지만, ‘상계’가 비교·계산 중심의 중립적‧제한적 개념으로만 쓰이는 반면, ‘상쇄’는 서로의 작용을 상반시켜 효과를 줄이거나 없애는 적극적 개념으로 널리 쓰인다. 특히 경제·정책 영역에서 실질적인 조정 행위를 나타낼 때도 ‘상쇄’가 쓰이는 것으로 보아, 전통적으로 쓰이던 한국식 한자어인 ‘상계〔相計〕’가 일본식 한자어인 ‘상쇄【相殺】’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편, 상쇄 관세【相殺關稅】는 상계 관세〘相計關稅〙라고도 하는데, 이는 외국의 보조금 혜택으로 싸진 수입품에 불공정한 가격 경쟁을 상쇄하고 자국 산업 보호하기 위해 부과하는 관세로, 철강, 태양광 패널, 자동차 등 산업에서 자주 적용된다. 즉 상쇄 관세는 보조금 때문에 싸진 수입품에 붙이는 관세로, 보복 관세나 반덤핑 관세, 그리고 세이프가드 등과 구별된다. 즉 보복 관세【報復關稅】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서 나타난 것처럼 상대국이 먼저 관세 인상 등 불이익 조치를 했을 때 상대국의 불공정 조치에 보복하기 위한 관세 정책이고, 반덤핑 관세(anti-dumping duty)는 덤핑(부당한 저가 수출) 제품에 대한 벌칙성 관세이며, 세이프가드(Safeguard), 즉 긴급 수입 제한【緊急輸入制限】은 수입 급증으로 인한 자국 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긴급 조치이다.
상계〔相計〕(-하다)[‧계/게] n. (두 사람이 서로 비슷한 채권과 채무를 갖고 있는 경우) 양쪽의 채무를 서로 계산하여 같은 액수만큼 소멸시키는 일. =상쇄【相殺】①
㊥ 相抵[xiāngdǐ]; 抵消[dǐxiāo]; 相减[xiāngjiǎn], ㊐ 相殺(そうさい)
예) 상계 계약〘相計契約〙= 상쇄 계약【相殺契約】㊥ 抵销合同[dǐxiāo hétong], ㊐ 相殺契約(そうさいけいやく). 상계 관세〘相計關稅〙抵销关税[dǐxiāo guānshuì]; 反补贴税[fǎnbǔ tiēshuì]; 反津贴税[fǎnjīn tiēshuì], ㊐ 相殺関税(そうさいかんぜい)[sōsai-kanzei]. 채권과 채무를 상계하다.
상쇄【相殺】(-하다) n. ① 셈을 서로 비김. (법률 용어로) 두 사람이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경우에, 양쪽의 채무를 같은 액수만큼 소멸시키는 일. =상계〔相計〕[‧계/게]. ② 상반되는 것이 서로 영향을 주어 효과가 없어지는 일
㊥ 相抵[xiāngdǐ]; 抵消[dǐxiāo]; 相减[xiāngjiǎn], ㊐ 相殺(そうさい).
예) 상쇄 계약【相殺契約】=상계 계약〔相計契約〕 抵销合同[dǐxiāo hétong], ㊐ 相殺契約(そうさい(けいやく). 채권과 채무를 상쇄하다.
상쇄 관세【相殺關稅】=상계 관세〘相計關稅〙[‧계/게‥](경제/무역) ㊥ 抵销关税[dǐxiāo guānshuì]; 反补贴税[fǎnbǔ tiēshuì]; 反津贴税[fǎnjīn tiēshuì], ㊐ 相殺関税(そうさいかんぜい)[sōsai-kanzei], Countervailing Duty, CVD: (다른 나라 정부가)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서 수출품 가격이 인위적으로 싸진 경우, 그 보조금 효과를 ‘상쇄(相殺, offset)’하기 위해 수입국이 그 제품에 추가로 부과하는 관세를 가리킴.
<참> ① 보복 관세【報復關稅】 ㊥ 報復性關稅, ㊐ 報復関税(ほうふくかんぜい), Retaliatory Tariff). ② 덤핑 관세, 반덤핑 관세(anti-dumping duty) ㊥ 反傾銷稅, ㊐ 反ダンピング関税.③ 긴급 수입 제한【緊急輸入制限】, 세이프가드(Safeguard) ㊥ 緊急進口限制措施, ㊐ セーフガード(緊急輸入制限), Safeguard Measure
상쇄 효과【相殺效果】[‥-꽈] 抵消效果[dĭxiāo xiàoguŏ], ㊐ 相殺効果(そうさいこうか): 효과가 상쇄되다. ㊐ 効果が相殺され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