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檢査)와 검토【檢討】

전통적 한자어와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한자어의 의미 분화 19

by 문성희

우리는 어떤 일을 확인하거나 살피는 일을 흔히 검사(檢査) 혹은 검토【檢討】라고 한다. 한국인이라면 이 단어들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검사(檢査)는 한중일이 함께 쓰는 전통적 한자어이고, 검토【檢討】는 중국에서는 쓰지 않는 일본식 한자어라는 것을 알고 쓰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 단어들은 그 형성 배경뿐만 아니라 쓰이는 맥락이나 방향도 다르다. ‘검사’는 사물의 상태나 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어서 ‘점검(點檢), 조사(調査), 심사(審査)’ 등과 체계를 이루고 있는 말이지만, ‘검토’는 그 내용을 비판적·논리적으로 살피거나 따져 보는 것이어서 ‘고찰(考察), 숙고(熟考), 평가(評價)’ 등과 관련이 있는 말이다.


먼저, 검사(檢査)는 ‘檢(살필 검) + 査(조사할 사)’의 구조로 이루어진 단어로, ‘세관 검사를 받다’, ‘소지품 검사; 소지품을 검사하다’, ‘차량 검사; 차량을 검사하다’, ‘품질 검사; 품질을 검사하다’, ‘혈액 검사; 혈액을 검사하다’처럼 의학·기술·행정·품질 등 구체적 사물을 대상으로 하여 사실이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반면에 검토【檢討】의 討(논할 토)는 기본적으로 ‘따지다’의 뜻이어서 ‘검(檢, 살피다) + 토(討, 따지다)’의 구조로 이루어진 말이다. 그냥 살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고 타당한지, 그리고 실현 가능하고 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무엇보다도 합리적인지를 따져 보는 것이다. 그래서, ‘예산안을 검토하다’, ‘대책을 검토하다’, ‘보고서를 검토하다’처럼 정책·문제·계획 등 추상적 내용이나 방안, 또는 의견이나 제안 등의 적절성‧타당성‧합리성‧실현 가능성 등을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앞에서 논의한 토의【討議】가 토론(討論)과 달리, 가능한 모든 의견을 비판적으로 검토【檢討】하여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말하기라고 정의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제안이나 문제 제기가 있을 때, 그것에 대해 검토하는 것과 고려(考慮)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고려해 보겠다’고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쓰는 반면, 일본인들이 쓰는 ‘고려하다’는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겠다는 뜻이어서, 면전에서 “NO”라고 말하지 않고 완곡하게 거절할 때 쓰는 말이다.


검토【檢討】는 글자 그대로 보면 ‘잘못이 없는지 검사하고 살피다’는 뜻이지만, 이 말이 생겨난 배경에는 근대 일본의 ‘합리적 논의’와 ‘비판적 판단’이라는 사고방식이 담겨 있다. 근대의 본질은 이성, 합리성, 비판 정신 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검토【檢討】는 내용(內容)의 사실 여부를 확인(確認)하고, 제안‧의견‧주장의 적절성‧타당성‧합리성 등을 평가하거나 따지는 것. 또는 그렇게 판단하기 위해 주장의 근거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어에도 ‘检讨(검토)’라는 말이 있다. 같은 한자로 이루어진 만큼 비슷한 의미를 갖지만, 한국과 일본어에서 쓰는 검토【檢討】와는 다르다. 중국어 ‘检讨[jiăntăo]’는 주로 ‘학술상의 문제‧문제점 등을 따지는 것’, 또는 과실(過失)이나 잘잘못 등을 살피고 깊이 반성하는 것’의 뜻으로 쓰여서, 중국어 ‘检讨书(검토서)’는 ‘어떤 제안이나 보고에 대해 검토한 글’이 아니라 ‘반성문(反省文)’의 뜻이다.


‘검사(檢査)’는 중국에서도 일찍부터 쓰던 전통적인 한자어일 뿐만 아니라, 현대의 한중일 세 나라에서 같은 의미로 쓰는 말이다, 반면에 우리말에서 쓰이는 ‘검토【檢討】’는 일본의 근대화 시기인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진 일본식 한자어[和製漢語]로, 이 말에는 이성과 비판, 합리적 판단과 같은 근대적 사고방식과 정신이 담겨 있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무엇을 면밀하게 검토하다’라고 말할 때마다, 그 단어, 혹은 그 단어가 들어간 문장, 나아가 그렇게 말하는 우리 머릿속에는 메이지 시대 일본의 근대적 사고방식인 합리성이 아직도 숨 쉬고 있는 셈이다.




검사(檢査)(-하다)[검ː‧] n. (옳고 그름, 낫고 못함 등을 판단하기 위하여) 사실‧상태‧품질‧성분 따위를 살피고 조사함.

㊥ 检查[jiǎnchá], ㊐ 検査(けんさ), Ⓔ examination; inspection; test,

예) 시력 검사(視力檢査)[시ː-껌‧]; 시력을 검사하다. 视力检查[shìlì jiǎnchá], 심전도 검사(心電圖檢査); 심전도를 검사하다. 心电图检查[xīndiàntú jiǎnchá]. 검사를 받다[검ː‥#-따]. 接受检查。jiēshòu jiǎnchá. ㊐ 検査(けんさ)を受(う)ける。검사 건수(檢査件數). 검사 결과(檢査結果). 검사 날짜(檢査--). 검사 대상(檢査對象). 검사 목적(檢査目的). 검사 방법(檢査方法). 검사 시기(檢査時期). 검사 일시(檢査日時); 검사일(檢査日). 검사장【檢査場】[검ː‥] 检查所[jiǎnchá suǒ]; 检查站[jiǎnchá zhàn]; 检验所[jiănyàn suŏ], ㊐ 検査場(けんさじょう). 검사증〘檢査證〙[검ː-쯩] 检验证[jiănyànzhèng]. 검사필〘檢査畢〙 验讫[yànqì], ㊐ 検査済(けんさず)み. examined; inspected. 검사필증〘檢査畢證〙检查标签[jiănchábiāoqiān], ㊐ 検査済(けんさず)みの証票(しょうひょう). 소지품(所持品) 검사; 소지품을 검사하다. 检查携带物品[jiănchá xiédài wùpĭn]; 检查携带品。jiănchá xiédài pĭn. ㊐ 所持品の検査(けんさ); 持(もち)物検査(ものけんさ); 所持品(しょじひん)を検査(けんさ)する。 품질 검사(品質檢査); 품질을 검사하다. 检验质量。jiănyàn zhìliàng. ㊐ 品質検査(ひんしつけんさ); 品質を検査する。


검토【檢討】(-하다)[검ː·] n. (사실‧의견의 옳고 그름, 적절성‧타당성 등을) 평가하거나 따지는 것.

㊥ 检查[jiǎnchá]; 审查[shĕnchá]; 探讨[tàntǎo]; 研讨[yántǎo], ㊐ 検討(けんとう). Ⓔ review; examination; consideration; study

예) 계획(計劃) 검토; 계획을 검토하다/계획이 검토되다. 계획이 검토된 적이 있다. 서류(書類) 검토; 서류를 검토하다. 면밀(綿密)한 검토; 면밀하게 검토하다: 자세하고 빈틈이 없이 검토하다. 면밀한 검토를 거치다. 검토 결과【檢討結果】 检查结果[jiǎnchá jiéguŏ]; 审查结果[shĕnchá jiéguŏ], ㊐ 検討結果(けんとうけっか): (계획·제안의 타당성, 개인의 이력·능력·저작물 등을) 심사(審査)하거나 심의(審議)한 결과. Ⓔ the results of the review; result of the examination; study results. 검토 결과를 발표하다. 검토 과정【檢討過程】 检查过程[jiǎnchá guòchéng], ㊐ 検討過程(けんとう かてい). 검토 위원【檢討委員】 检查委员[jiǎnchá wěiyuán]; 审查委员[shĕnchá wěiyuán], ㊐ 検討委員(けんとう いいん). 검토 위원회【檢討委員會】[kentō iinkai], ㊐ 検討委員会(けんとういいんかい), Ⓔ review committ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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