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口味)와 식성【食性】

전통적 한자어와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한자어의 의미 분화 21

by 문성희

사람이 음식을 먹는 행위에는 개인의 성향이 반영되어 있다. 같은 음식을 두고도 어떤 사람은 맛있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은 싫다고 느낀다. 이러한 차이를 표현할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 ‘구미(口味)’와 ‘식성【食性】’이다. 두 단어는 모두 음식과 맛에 대한 선호를 나타내지만, 그 의미의 중심과 쓰이는 맥락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구미(口味)’는 한자 ‘입 구(口)’와 ‘맛 미(味)’가 결합된 말로, 문자 그대로 ‘입맛’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구미’는 사람의 입맛, 즉 입에서 느끼는 맛에 대한 감각을 가리킨다. 어떤 음식이 ‘입에 맞다’는 표현은 곧 ‘구미에 맞다’는 말과 같다.


‘식성(食性)’은 ‘먹을 식(食)’과 ‘성질/특성 성(性)’이 결합된 말로, ‘먹는 것에 드러나는 특성이나 성질’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본래 ‘동물의 먹이에 대한 습성(習性)’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래서 ‘동물은 식성에 따라 초식 동물(草食動物)과 육식 동물(肉食動物) 그리고 잡식 동물(雜食動物)로 구분한다’처럼 쓰이기도 하는데, 현대 중국어에서 식성(食性)은 이런 뜻으로만 쓰인다.

현대 한국어에서 ‘식성【食性】’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식습관이나 음식에 대한 성향을 나타내는 말로 더 자주 쓰인다. 예를 들어, ‘식성이 까다롭다’, ‘식성이 비슷하다’처럼 식성이 음식에 대한 일관된 선호와 습관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는 것은 일본어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일본어 食性(しょくせい)는 중국어와 달리, ‘음식에 대하여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성향(好き嫌い[すききらい]), 또는 음식에 대한 기호(食事の嗜好(しこう))’를 뜻하는 말이다.

‘구미(口味)’는 본래 미각과 관련된 말이지만, 현대 한국어에서는 그 사용 영역이 넓어져서 ‘흥미(興味)나 관심(關心)’, 또는 ‘기호(嗜好)나 취향(趣向)’의 뜻으로 자주 쓰인다. 그래서 ‘구미가 당기다. 구미를 잃다’처럼 ‘흥미(興味)나 관심(關心)’의 뜻으로 쓰이거나, ‘어떤 것이 구미에 맞다/맞지 않는다’처럼 ‘기호(嗜好)나 취향(趣向)’의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대중의 구미에 맞는 소설’, ‘대중의 구미를 자극하는 영화’라는 말에서 ‘구미’는 더 이상 음식의 맛이 아니라, 독자의 정서적 기호(嗜好)나 관객의 심리적 취향(趣向)을 가리킨다. 이러한 용법은 언어의 비유적 확장을 보여주는 사례로, 맛에 대한 선호의 개념이 문화적 취향의 영역으로 옮겨간 것이다. 반면에 일본식 한자어인 식성【食性】은 음식에 대한 선호(選好)나 기호(嗜好)를 뜻하는 말로, 오로지 음식 영역에 한정되어 쓰인다. 또, 한국어에서는 ‘식성이 좋다’(=먹성이 좋다:① 아무것이나 잘 먹는다. ② 먹성이 좋아서 많이 먹는다)처럼 ‘먹는 분량이 많거나 음식을 먹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인다.

한편, ‘구미(口味)’ 또는 ‘입맛’과 식성【食性】은 문화적 배경에 따라서도 구별된다. 한국 사람들은 옛날부터 계절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입맛’도 달라진다고 보았다. 그래서 ‘아파서 입맛이 없다’거나 ‘가을이 되니 입맛이 당긴다’고도 한다. 반면에 ‘식성【食性】’은 가정의 식문화나 지역적 환경에서 길러진 개인의 특성으로 이해되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으나, 여전히 한국인의 언어 감각 속에서 두 단어는 서로 다른 층위를 지니고 있다.


‘구미(口味)’와 ‘식성【食性】’은 모두 사람의 음식에 대한 선호를 나타내지만, 그 중심은 다르다. 구미(口味)는 단순한 ‘입맛’이나 음식에 대한 즉각적인 감각을 나타내는 데 초점이 있지만, 식성【食性】은 오랜 기간에 형성되고 길러진 성향이나 특징을 나타내는 데 쓰는 말이다. 그래서 ‘구미가 당긴다’는 말에는 즉각적인 욕구가, ‘식성이 까다롭다’라는 표현에는 오랜 습성이 담겨 있다. 따라서 두 단어를 올바르게 구별하는 일은 단순한 어휘의 구분을 넘어, 인간의 감각과 성향을 세밀하게 구분하는 한국어의 정밀한 표현 체계를 이해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어와 중국어에서는 구미(口味)와 식성【食性】을 어떻게 쓸까?


일본어에는 구미(口味)라는 말이 없다. 대신에 ‘입맛’이라는 뜻으로 ‘食(く)い気(け); 口当(くちあた)り’를 쓰거나 食欲(식욕)을 쓰고, 중국어에서는 ‘입맛’이라는 뜻으로는 주로 胃口[wèi‧kǒu]나 食欲(식욕)을 쓴다. 한국어 ‘식성【食性】과 일본어 食性(しょくせい)’는(은) 일반적으로 ‘음식에 대하여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성향이나 스타일’을 의미하고, 중국어 食性[shíxìng]은 초식성(草食性), 육식성(肉食性), 잡식성(雜食性)처럼 ‘동물의 먹이에 대한 습성(动物吃食料的习性)’의 뜻이어서 한국어 식성【食性】의 뜻으로 중국어에서는 일반적으로 口味(구미)를 쓴다. 한편, 한국어에서는 ‘식성이 좋다’(먹성이 좋다. 또는 먹성이 좋아서 많이 먹다)처럼 ‘음식을 먹는 분량이 많음. 또는 음식을 잘 먹는 모습이나 태도’를 나타내는 말로도 쓰이는데, 중국어나 일본어에는 없는 용법이어서 ‘식욕(食慾)이 좋다/왕성하다’처럼 돌려 표현하거나, 일본어에서는 ‘食(た)べっぷり; 食(く)いっぷり’를 쓰기도 한다.



구미(口味) [구ː‧] n. 입맛, 또는 어떤 일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

㊥ 胃口[wèi‧kǒu]; 口味[kǒuwèi], 食欲[shíyù], ㊐ -; 食(く)い気(け); 食欲(しょくよく); 口当(くちあた)り; 興味(きょうみ). =입맛[임-]; 식욕(食慾)[시굑].

예) 구미에 맞다. 구미가 당기다.=구미가 돌다. 有食欲。yǒushíyù. 有胃口。yǒuwèikǒu. ; 感兴趣。gǎnxìngqù. 구미를 잃다[구ː‥#일타].

cf) 중국어 胃口[wèikǒu]는 ‘식욕(食慾); 구미(口味); 흥미(興味)’ 등의 뜻임.

<참> 식성【食性】[-썽] ㊥ 口味[kǒuwèi], ㊐ 食性(しょくせい); 好き嫌い[すききらい].


식성【食性】① [-썽] n. (음식에 대하여)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성향. =먹성(-性)①

㊥ 口味[kǒuwèi], ㊐ 食性(しょくせい); 好き嫌い(すききらい): 食事の嗜好(しこう).

예) 식성이 까다롭다. 口味挑剔。kŏuwèi tiăotī. ㊐ 好(す)き嫌(きら)いがはげしい。식성이 비슷하다. 口味相同。kŏuwèi xiāngtóng. ㊐ 食性が似ている。식성이 좋다.=먹성이 좋다. 胃口很好。wèikǒu hěn hǎo; 不挑食。bù tiăoshí.

식성(食性)② [-썽] n. (초식성·육식성·잡식성 따위의) 동물의 먹이에 대한 습성.

㊥ 食性[shíxìng], ㊐ 食性(しょくせい).

예) 동물은 식성에 따라 초식 동물(草食動物)과 육식 동물(肉食動物) 그리고 잡식 동물(雜食動物)로 구분한다.

식성〔食性〕③ [-썽] n. 음식을 먹는 분량(이 많음). 또는 음식을 먹는 모습이나 태도. =먹성(-性)②

㊥ 胃口[wèikǒu] ; 食欲[shíyù], ㊐ 食欲(しょくよく); 飲(の)み食(く)いの分量(ぶんりょう); 食(た)べっぷり; 食(く)いっぷり.

예) 식성이 좋다.=먹성이 좋다. 胃口很好。wèikǒu hěn hǎo; 不挑食。bù tiăoshí. ㊐ 食(た)べっぷりがい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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