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가 보여주는 사회적 관계와 사회문화적 가치
한국어에서 ‘자존심’과 ‘자존감’은 단어의 짜임이 같아서 비슷한 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인 관계적 층위와 심리적 층위를 엄격하게 구분하여 사용하는 개념이다. 두 단어는 모두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리키지만, 자존심은 타인의 시선·평가·체면과 밀접한 감정이고, 자존감은 자기 존재 자체를 긍정하는 심리적 감정이다.
자존심(自尊心)은 ‘스스로(自 스스로 자)를 높이는(尊 높을/존중할 존) 마음(心)’이라는 짜임으로, 본래 일본식 한자어지만 지금은 중국어에서도 일반적으로 쓰는 말이다. 한국어에서 자존심(自尊心)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 또는 ‘대외적 체면·자기 이미지에 대한 의식’이라는 뜻으로, 한국 사회의 체면·관계 중시 문화와 관련이 있는 비교적 오래된 개념이다. 주로 개인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상대적 감정이어서,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자존심에) “상처를 받다”, (자존심이 상하여 느끼는) “굴욕감”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 말에 자존심이 상했다”, “자존심 때문에 사과를 못 한다”, “자존심을 회복하다”와 같은 표현에서 보이듯, 타인의 평가 속에서 상처받거나 고양되는 감정이 중심이다. 자존심(自尊心)은 중국이나 일본어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반면, 자존감(自尊感)은 자기 존재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는 근본적‧주체적 감정, 즉 self-esteem의 뜻으로 쓰인다. “자존감이 낮아서 남의 눈치를 본다”, “아동 자존감 교육”처럼 비교적 최근에 교육·상담·심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이처럼 한국어에서는 이 둘이 명확히 기능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자존감’ 담론이 사회 전반에서 강화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자존감(自尊感)은 주로 긍정적 의미로 사용하지만, 자존심(自尊心)은 긍정적 의미뿐만 아니라 “쥐뿔도 없는 게 자존심만 세다”, “자존심을 내세워서 고집을 부린다”처럼 부정적 뉘앙스로도 자주 쓰인다. 다만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는 그 표현이나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이처럼 한국어에서는 자존심과 자존감을 분리하여 사용한다. 한국 사회의 체면 문화와 심리학 담론의 확산이 결합하여 두 개념이 분명히 다른 층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중국어에서는 이 둘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혼용하여 쓰기도 한다. 일본어에서 자존심은 한국어와 비슷하지만, 자존감이라는 말 대신에 ‘자기 긍정감’이라는 별도의 표현이 사회적 키워드로 널리 쓰인다. 이는 개인의 의식보다 ‘자기 긍정’이라는 심리교육적 접근이 강조되는 일본의 정서와 교육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비슷한 구조와 의미를 가진 말이지만, 그 쓰임은 한·중·일 세 나라가 조금씩 다르다. 한국은 개인의 감정으로부터 자아‧심리적 존중을 분리함으로써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치유 담론을 강화하고, 중국은 전통적 자존 개념을 포괄적으로 혼용하며, 일본은 긍정 심리학의 입장에서 자기(내적 자아) 긍정으로 내적 가치의 회복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어휘가 단어 이상의 의미 세계를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단순히 단어나 어휘 차원의 차이에 그치지 않고, 언어와 정서, 사회문화가 서로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는 어떻게 표현할까?
중국어 自尊心(자존심)도 한국어와 유사하게 ‘체면과 자부심’이 결합된 감정이며, 예를 들어 “他的话伤了我的自尊心(그의 말은 내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와 같이 사용된다. 반면, 한국어의 ‘자존감’에 직접 대응하는 어휘는 명확히 한정되어 있지 않다. 심리학 분야에서는 self-esteem을 自尊(zìzūn) 또는 自尊感(zìzūngǎn) 이라고 번역하기도 하나, 일상 언어에서는 자존심·자존감을 비슷한 의미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这个孩子自尊心很低(이 아이는 자존심/자존감이 낮다)”라고 표현하면 심리적 의미와 대인 관계적 의미가 문맥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남는다. 즉, 중국어에서는 ‘내면의 자존감’과 ‘관계적 자존심’을 구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일본어에서도 自尊心(자존심)은 “自尊心が傷(きず)ついた。(자존심이 상했다)”, “自尊心が強(きょう)すぎる。(자존심이 너무 강하다)”처럼 한국어 ‘자존심’과 거의 1:1 대응되지만, 자존감(自尊感)은 ‘自尊感情(자존 감정)’이라는 말을 쓴다. “自尊感情を育(そだ)てる教育(きょういく) (자존감을 길러주는 교육)”, “自尊感情が低(ひく)い子供(こども) (자존감이 낮은 아이)‘처럼 의미상으로는 한국어의 自尊感(자존감)에 대응되지만, 전문적 뉘앙스가 강하여 주로 학술적 개념으로 쓰이고 일상적으로는 “自己肯定感が低い子供(자존감이 낮은 아이)”처럼 自己肯定感(자기 긍정감)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즉 自尊感情(=자존감)은 ‘자기 존재를 긍정하는 심리적 감정, self-esteem’의 공식적인 번역어로, 심리학, 교육학, 상담 분야에서 전문 용어로 사용되고 일상적으로는 自己肯定感(じここうていかん)이라고 한다.
자존심(自尊心) [‧-씸] n. (남에게 굽히지 않고) 스스로를 높이려는 마음.
㊥ 自尊心[zìzūnxīn], ㊐ 自尊心(じそんしん). Ⓔ self-esteem; self-respect; pride
예) 자존심이 강하다. 자존심을 버리다. 자존심을 세워 주다. 树立自尊心。shùlì zìzūnxīn. 쥐뿔도 없는 게 자존심만 세다.
cf) ‼본래 일본에서 만든 말이지만, 지금은 중국어에서도 일반적으로 쓰임. 자존감(自尊感)과 자존심(自尊心)은 단어의 구조나 짜임은 같지만, 한국어에서는 그 의미나 쓰임이 조금 다르다. 한국어에서 자존감(自尊感)은 주로 긍정적 의미로 사용하지만, 자존심(自尊心)은 긍정적 의미뿐만 아니라 ‘쥐뿔도 없는 게 자존심만 세다.’처럼 부정적 의미로도 쓰는데, 중국어에서 自尊感(자존감)과 自尊心(자존심)은 구별하지 않고 쓰임.
자존감(自尊感) n. (심리) 스스로를 존중하는 긍정적인 마음. 즉 자신을 가치 있고 소중하며 능력 있는 존재라고 여기는 마음. =자아 존중감(自我尊重感).
㊥ 自尊, 自尊心[zìzūnxīn], 自尊感[zìzūngăn]; 尊重自己[zūnzhòng zìjǐ], 自重[zìzhòng], ㊐ 自尊感情(じそんかんじょう); 自己肯定感(じここうていかん). Ⓔ self-esteem
예) 자존감이 낮다. 自尊心低; 自尊感低。zìzūngăn dī. ㊐ 自己肯定感が低(ひく)い。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존중과 자신감이다. 自尊感就是对自己的尊重和自信。zìzūn gǎn jiù shì duì zìjǐ de zūnzhòng hé zìxìn. ㊐ 自尊感とは、自分に対する尊重と自信である。jisonkan towa, jibun ni taisuru sonchō to jishin de aru.
cf) {어원} 일본에서 1950년대 심리 검사에서 ‘자존 감정(自尊感情)’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하여, 이후 60~70년대 논문에서 학술적 개념으로 사용된 개념인데, 이 말이 한국어에 ‘자존감’이라는 표현으로 수용되면서 ‘자기(自己) 존중감’, ‘자아(自我) 존중감’ 등과 함께 보편화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