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移徙), 이주(移住), 이전【移轉】

한자어가 보여주는 한국인의 의식 세계

by 문성희

‘이사(移徙), 이주(移住), ‘이전【移轉】’은 모두 “옮김”이라는 공통된 의미를 지니지만, 그 대상과 범위, 사회적 맥락은 서로 다르다. ‘이사(移徙)’는 개인의 생활 공간이 바뀌는 일, ‘이주(移住)’는 생활의 터전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일, ‘이전【移轉】’은 권리‧지위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거나, 기관‧조직이 다른 장소로 옮겨지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세 단어는 우리말이 세계와 현실을 얼마나 정교하게 인식하는지를 잘 드러내 준다.

이사(移徙)(-하다)는 ‘移(옮길 이) + 徙(옮길/이사할 사)’의 구조로 이루어진 말로, ‘사는 곳을 다른 데로 옮기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본래는 중국과 일본어에서도 쓰던 말이었지만 지금은 없어지고 한국어에서만 쓰는 한자어이다. 이사(移徙)의 ‘徙(옮길/이사할 사)’는 ‘사가망처(徙家忘妻: 이사할 때 아내를 잊고 두고 간다는 뜻으로, 무엇을 잘 잊어버리는 것을 이르는 말)’에 쓰는 글자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삼사(三徙)’의 ‘천(遷, 옮길 천)’과 의미가 같다. 이사는 단순히 개인의 삶의 공간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정적으로 거주지(居住地) 또는 주소가 바꿔야 하는 것이어서, 이때 사용하는 말이 ‘전입【轉入】과 전출【轉出】’이다. 즉 이사(移徙)는 생활 용어이고, 전입【轉入】과 전출【轉出】은 이사의 내용과 관련된 행정 용어이다.

이주(移住)(-하다)는 본래 ‘옮겨(移 옮길 이) + 살다(住 살 주)’라는 뜻으로 중국에서도 쓰던 말이다. 오늘날에는 주로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 옮겨서 사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단순히 거처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기반 전체가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다’, ‘해외로 이주하다’처럼 보통은 사회적·경제적 조건의 변화가 전제된다. 또, ‘이주 노동자【移住勞動者】, 이주민【移住民】; 이주자【移住者】, 이주 여성【移住女性】, 이주 정책【移住政策】’처럼 개인의 선택보다는 제도, 정책, 사회 현상과 관계가 깊다.

이전【移轉】(-하다)은 본래 중국어에서도 쓰이던 전통적 한자어였다, 오늘날에는 사람보다 권리‧조직·기능·시설의 이동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공장 이전’, ‘수도(首都) 이전’, ‘본사 이전’과 같이 행정적·물리적 기능이 함께 옮겨지는 경우에 쓴다. 특히 ‘주소 이전【住所移轉】’, ‘기술 이전【技術移轉】’, ‘권리 이전【權利移轉】’, ‘소유권 이전【所有權移轉】’처럼 행정적‧법률적 용어로 쓴 것은 근대 이후의 일본어이다. 그런 점에서 ‘이전’은 개인의 생활보다 제도적‧행정적‧조직적 행위에 가깝다.

언어는 세계를 인식하는 거울이다. ‘이사(移徙)’, ‘이주(移住)’, ‘이전(移轉)’은 한국인이 현실을 어떻게 구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세 단어는 모두 ‘移(옮길 이)’를 공유하지만, 그 “옮김”의 주체와 대상, 사회적 맥락은 다르다. 한국어에서 ‘옮기는’ 행위는 그 대상과 주체에 따라 서로 다른 한자어로 정교하게 분화되어 쓰인다. ‘이사(移徙)’는 개인적 삶의 공간을 옮기는 것이고, ‘이주(移住)’는 경제적‧사회적 공간이 이동하는 것이며, ‘이전(移轉)’은 공간의 이동뿐만 아니라 자격‧지위‧권리 등 법률적‧제도적‧행정적 이동과 관련이 있다.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는 이사(移徙)(-하다)를 뭐라고 하지?

중국에서도 오래전에는 이사(移徙)를 비슷한 의미로 썼으나 지금은 쓰지 않는다. 대신에 搬迁[bānqiān]이나 搬家[bānjiā]를 쓰는데 搬[bān]은 ‘운반(運搬)(-하다), 반출(搬出), 반입(搬入)(-하다)’처럼 ‘옮기다’의 뜻이고 ‘迁[qiān]’은 ‘천(遷, 옮길 천)’의 간체자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중국에서는 진·한 시대 이후, 실제 생활어는 ‘移(이)’나 ‘徙(사)’ 대신 ‘搬’(나르다, 옮기다) 계열 동사가 중심이 되면서 일상적으로는 ‘搬家’(집을 옮기다)가 실용어로 정착하면서 ‘移徙’는 점차 쓰이지 않게 되고 행정 용어로는 ‘迁徙[qiānxǐ]’가 공식어로 쓰이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도 移徙(わたまし)는 한자 그대로 移(うつす)+徙(うつる)의 의미로, ‘거처를 옮기다’, ‘이사하다’를 뜻하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쓰지 않는다. 대신에 일상적으로 ‘引っ越し’ 또는 높임말로 ‘(御)転居(てんきょ)’라고 하고 행정 용어로는 주로 ‘移転(いてん)’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의 헤이안 시대(수도를 나라에서 지금의 쿄토로 옮긴 784~1185)에는 ‘御わたまし(御移徙(お-わたまし)’는 황실이나 귀족의 거처 이동을 높여 부르는 말로만 사용되었고, 일반 백성의 생활어에는 ‘引っ越す(ひっこす), 移る(うつる)’ 같은 고유어를 쓰는 이중 언어 체계였다. 移徙(이사)는 궁중어로 한정되어 쓰이다가, 메이지 시대의 근대화 과정에서 행정 용어로는 移転(いてん)을 쓰고, 일상생활에서는 引っ越し[ひっこし]를 쓰게 되면서 移徙(이사)는 어휘 체계상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이사〔移徙〕(-하다) n. 사는 곳을 다른 데로 옮김. ≒이전【移轉】(-하다)

㊥ 搬家[bānjiā] ; 搬迁[bānqiān], 迁移[qiānyí], ㊐ 引(ひ)っ越(こ)し, 引越(ひっこ)し.

예) 포장 이사〘包裝移徙〙(-하다) 包装搬家[bāozhuāng bānjiā], ㊐ 引っ越しサービス; 引っ越し業者の梱包サービス. 引越しお任せパック[ひっこしおまかせパック]. 서울로 이사를 가다.=서울로 이사하다. 시골에서 이사를 오다. 이사를 할 집 搬家的房子, ㊐ 引っ越しをする家


이주【移住】(-하다) n.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 옮겨서 삶.

㊥ 移居[yíjū], 移民[yímín], 迁居[qiānjū], ㊐ 移住(いじゅう).

예) 강제 이주【强制移住】; 강제로 이주하다. ㊐ 強制移住(きょうせいいじゅう). 해외 이주【海外移住】 海外移居[hăiwài yíjū], ㊐ 海外移住(かいがいいじゅう)

이전【移轉】①(-하다) [이ː‧] n. 장소나 주소 따위를 다른 데로 옮김. =이사〔移徙〕.

㊥ 搬迁[bānqiān], 迁移[qiānyí] ; 搬家[bānjiā], ㊐ 移転(いてん) Ⓔ removal; relocation;

예) 주소 이전【住所移轉】; 주소를 이전하다. 搬迁地址。bānqiān dìzhǐ; 迁移地址。qiānyí dìzhǐ. ㊐ 住所移転(じゅうしょいてん). 이전 개업【移轉開業】[이ː‧#‥] 搬迁开业[bānqiān kāiyè], ㊐ 移転開業(いてんかいぎょう). 확장 이전【擴張移轉】[-짱‥] 扩张迁移[kuòzhāng qiānyí]; 扩张搬迁[kuòzhāng bānqiān]; 扩展迁移, ㊐ 拡張移転(かくちょういてん), expansion and relocation; expansion migration.


이전(移轉)②(-하다) [이ː‧] n. 권리 따위를 넘겨주거나 넘겨받음. =양도【讓渡】

㊥ 移转[yí zhuǎn], 转移[zhuǎnyí]; 转让[zhuănràng], 移交[yíjiāo] ㊐ 移転(いてん). Ⓔ transfer.

예) 권리 이전【權利移轉】[궐—‥]; 권리를 이전하다. 权利转让[quánlì zhuǎnràng], ㊐ 権利(けんり)の移転(いてん), transfer of right. 소유권 이전【所有權移轉】[‧-꿘#‥]; 소유권을 이전하다. 转让所有权。zhuănràng suŏyŏuquán; 移交所有权。yíjiāo suǒyǒuquán. transfer of the right of owne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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