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마다 그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작게는 한 회사에서 팀 마다도 서로의 조직 문화가 다르다. 그래서 아무리 회사 문화가 좋다고 소문이 나도 막상 입사하여 팀에 배치되면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 유명한 '팀 바이 팀'이라는 용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팀의 구성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팀장과 같은 리더가 팀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팀 문화의 방향이 결정되고, 팀원들이 그 방향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서 팀 문화에 색깔이 더해진다. 그러다 보니 한 회사에서도 다양한 팀 문화가 공존한다. 나는 10년 간의 회사 생활을 통해 두 번의 팀 배치를 겪었고, 하는 업무가 타 팀원들과 협업하는 일이 많은 만큼 다른 팀들의 문화를 옆에서 자세히 관찰해 볼 수 있었다. 팀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의 모습이 다양하듯 팀 문화도 각양각색이었다. 그런 다채로운 팀 색깔 중에 어떻게 나와 맞는 팀 색깔을 찾아낼 수 있을까. 개인마다 각자 원하는 팀 문화가 있을 테지만, 좋은 팀이라 불리는 팀에는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좋은 팀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희미한 팀장의 존재감
다양한 팀을 겪다 보면 팀장의 스타일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첫 째는 팀장이 맨 앞에 서서 팀을 끌고 가는 스타일이고, 두 번째는 팀장이 맨 뒤에서 팀원들이 가는 길을 서포트해주는 스타일이다. 각 스타일마다 장단점이 있고, 사람마다 원하는 팀장의 성향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팀원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는 아마도 두 번째 팀장 스타일이 팀 문화를 좋게 하는 데 있어서는 더 큰 점수를 받지 않을까 한다. 첫 번째는 모든 구성원이 마음이 하나로 모아졌을 때 빛을 발하고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사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팀장이 누군가는 억지로 끌고 가는 형국이 되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팀 문화 관점에서는 결국 부작용이 터져 나올 수 있다. 두 번째 서포트 스타일은 팀원들의 개개인의 업무 스타일을 인정해주며, 자유롭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 팀장은 중간에서 중재만 하고, 막히는 부분을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직접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므로 일이 지지부진 해져서 답답한 경향이 있을 수 있는데, 팀 문화에서 보면 구성원 각자가 상호 존중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이상적인 좋은 팀 색깔이 입혀져 있다. 팀장의 주장이 약하고, 존재감이 희미할수록 팀원들이 주도하는 팀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수의 중간 실무자
직장인이 가장 이직하거나 팀을 옮기기 쉬운 때가 언제일까. 아마도 3~8년 차, 길게는 10년 차까지가 마지노선일 것이다. 이 시기가 업무 역량이 쌓여 실무를 거리낌 없이 해나갈 때이다. 몸값도 이때가 가장 높을 때라 경력직 자리도 많고, 자신의 커리어와 연봉 향상을 위해서라도 이직 시장에 많이 뛰어든다. 하지만 적당한 연봉을 받으면서 팀 문화도 좋다고 한다면, 이 시기에 이직이나 전환 배치와 같이 기존 팀을 이탈하게 되는 행위는 현격히 줄어든다. 회사에서는 돈만 버는 게 아니라 사람도 버는 것이기 때문에 팀장과 팀원들을 보고 현재 있는 팀에 남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렇기에 조직도를 보면 이 중간 실무자들이 가득한 팀이 좋은 팀이라고 볼 수 있다. 대 이직 시대에 가장 이직이 잘 되는 중간 실무자들이 그 팀에 꾸준히 남아 있고 오히려 역으로 타 조직에서 유입되고 있다면, 이미 기존 실무자들에 의해 좋은 팀이라는 게 검증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반대로 중간이 비어있고 상위직급과 신입들만 즐비한 팀이라면 상당히 불안하다. 팀 문화에 있어서도 경직되어 있을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명확한 업무 영역
각 담당자들에게는 팀에서 할당되는 업무가 주어진다. 이 업무 분장이 아주 세분화되어 명확하게 나눠져 있을수록 그 팀은 업무로 인한 분쟁이 줄어든다. 갑작스레 떨어진 일회성 업무가 각 담당자에게 할당되지 않은 영역의 것이라면, 팀장이 임의로 누군가를 선정하게 되는데 이를 떠안은 담당자는 불만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불만이 옆 팀원을 향하게 된다. '저 사람은 나보다 할당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왜 나한테 이 일이 넘어온 거지?'라는 원망 섞인 의문이 들게 되면서 불화의 불씨가 타오른다. 그렇기에 업무의 사소한 영역까지 세분화 함과 동시에 일회성으로 떨어진 업무도 구성원들의 합의된 절차에 따라 할당되어야 한다. 순번제로 실무자들끼리 돌아가면서 하든, 제비뽑기를 하든 공평하게 정해져야 하겠다. 그래야만 불화의 불씨가 번지지 않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선을 넘지 않게 된다. 또한 서로 간의 화합을 이루어 관계가 좋은 팀이 유지된다. 명확한 업무 영역이 없다면 사소한 일이라고 막내에게만 잡일을 맡긴다거나, 윗사람에게 책임을 미루거나, 옆 동료에게 업무를 떠넘기게 되고 결국 관계는 틀어진다. 나쁜 관계 속에서 좋은 팀이 유지될리는 없다. 그러니 명확한 업무 분장은 좋은 팀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절차이다.
내가 제시한 세 가지 기준으로 본인이 속한 팀이 좋은 팀인지 판단해보자. 팀장의 존재감, 중간 실무자들의 수, 명확한 업무 분장의 관점에서 당신은 좋은 팀에 속해 있는가? 아니면 본인만의 기준으로 좋은 팀을 찾아냈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본인이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었는가? 나는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기준으로 좋은 팀에 속해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좋은 구성원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결국 좋은 팀은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회사에서의 좋은 사람이란, 주어진 업무에 책임을 다하고, 다른 팀원의 역할을 존중하여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좋은 관계가 서로 얽혀서 좋은 팀이 생기는 것이라고 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