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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Dec 13. 2022

수십 번의 이직 실패가 나에게 알려준 것들

"포기만 하지 않으면, 기회는 언젠가 찾아온다"

  최근 3년간 나는 이직 결심을 하고 여러 회사에 경력 지원을 해왔었다. 이직 결심을 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10년 간 같은 업무를 해오면서 성장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게 컸다. 스스로 정체되어 있다고 느껴졌고, 이로 인해 난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다. 두 번째로는 함께 일하는 멘토가 없었다. 의지하거나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다 보니, 내가 이 회사에 남을만한 뚜렷한 이유와 방향이 보이지 않았다. 세 번째로 쪼그라드는 회사를 지켜보는 게 괴로웠다. 한창 회사가 잘 나갈 때 입사하여 10년 동안 차츰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회사가 불안했다. 갈수록 직원들은 복지가 줄어들고 연봉이 동결되는데, 윗선에서는 성과급 파티를 하고 있는 것 마저 배신감으로 느껴졌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유가 뭉쳐져서 결국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고, 3년 전부터 공고가 하나씩 뜰 때마다 경력 지원서를 작성했다.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로봇, 철강 등 지원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어떻게든 내 경력을 끼워 맞춰 최대한 각 회사 입맛에 맞도록 지원서를 수정하고자 노력했다. 워낙 내가 지금껏 맡은 일이 협소한 분야라 정확히 기존 업무와 매칭 되는 경력 공고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경력 이력서를 쓰고 떨어지고, 쓰고 떨어지고를 반복하였다. 아예 면접도 보지 못한 채 끝나버린 공고들이 수 십 개가 쌓여갔다. 그러다 한 군 데서는 최종 임원 면접까지 봤다. 하지만 결국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니, 오히려 이게 심리적 타격이 더 컸다. 나는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며, 수십 번의 이직 실패를 통해 깨달은 바가 있다. 오늘은 이 얘기를 잠깐 해보도록 하겠다.


절실함의 크기

  나는 이직 시장에 날 내놓았을 때 무엇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지를 고민했었다. 결국 지금껏 내가 해온 업무의 실적과 성과에 대해서 주로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신입으로 지원했을 때는 가진 게 없지만 절실했기에, 열정과 패기로 밀어붙였었다. 하지만 경력 지원은 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껏 내가 쌓은 커리어를 한 번 정리해본다는 개념으로 경력 시장에 접근했었다. 하지만 내 이런 안일한 마음가짐이 내 경쟁력을 깎아먹었다.


"무슨 직무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공고가 떴으니까 그냥 한 번 써봐야겠다."


"경력직은 자기소개서 잘 안 볼 것 같은데, 귀찮으니 그냥 예전에 썼던 것들 복사해서 붙여 넣기 해야겠다."


이런 태도가 경력 이력서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경력을 빽빽이 써도 모자랄 판에 소한 경력이라는 생각이 들면 손쉽게 제외하였고, 대외활동 란도 그냥 비워놓기 일쑤였다. 당연히 몇 항목 되지도 않는 자기소개서는 다른 회사에서 썼던 것들을 가져와서 회사 이름만 바꿨다. 나중에 다 제출하고 확인해보니 오타도 있었고, 회사명도 미처 바꾸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이러니 서류 심사부터 제대로 통과될 리가 만무했다. 생각해보면 경력 이직에 대한 절심함이 많이 부족했다. 이러한 절실함을 경력 이직은 성과 자랑만이 중요하다고 믿고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이다. 절실하게 원하면 하늘도 감동하는 법인데, 나는 이를 간과하고 있었다.


사다리는 여러 개

  내가 경력을 지원하는 초반에는 꼭 나랑 맞는 직무만 찾아서 지원했었다. 그러다 보니 막상 지원할 곳이 많이 없었고, 만약 떨어지기라도 하면 또 다른 공고가 뜰 때까지 몇 달이고 손을 놓고 있었다. 이렇게 허송세월을 보내고 1년 만에 정신을 차렸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일을 했으면, 그게 지금 내 일과 딱 맞는 직무가 아니더라도 지원해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총알은 여러 개일 수록 과녁에 맞히기 쉽고, 사다리는 여러 개일 수록 오르기 쉽다. 여러 군데 경력 이력서를 제출하니, 드디어 면접 기회가 찾아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면접 기회라 부담감이 앞섰지만,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만 결국 두 번째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엉겁결에 본 첫 경력 이직 면접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씨앗을 여러 군데 뿌려놓으면, 하나쯤은 얻어걸리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외에도 내친김에 경력 이직뿐만 아니라 새로운 품종의 씨앗들도 준비하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동일 회사 직무 전환'이고, 또 다른 하나가 '작가 지망생'이었다. 직무 전환은 팀장님 면담 기회만 주어지면 수시로 언급을 했었고, 작가 지망생은 지금 보는 것과 같이 브런치에 글쓰기부터 시작했었다. 추수의 계절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씨앗을 뿌려 놓는 과정만으로도 일상의 활력이 되고 자신감이 생겼다.


뜻밖의 기회

  인생은 정말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경력 이직을 하려고 마음먹고 준비하였지만, 결국 3년 동안 셀 수도 없는 서류 탈락과 단 한 번의 면접 기회마저 최종에서 미끄러졌다. 막상 닥치니 힘이 쭉 빠졌고, 내 직무가 희소한 것은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이직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리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내 10년 간 쌓은 커리어 자체가 '경력'으로 강력히 의심되어 좌절감을 맛봤다. 주저앉아 한탄만 하고 있을 순 없었지만, 한동안 별 다른 해결책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3년 동안 팀장 면담 때 주구장창 얘기하던 직무 전환에 대해 공식적인 회사 제도가 생기면서, 팀장이 나에게 시범 케이스로 지원해보겠냐는 제안을 해준 것이다. 심지어 회사에서 새롭게 신설된 유망한 팀 소속 팀원 자리였다. 안 갈 이유가 없었다. 나에겐 직무 역량 넓히기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 기회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실 이 얘기가 나오기 전에 사내에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자격시험까지 통과한 상태였다. 여차하면 직무를 소프트웨어로 전환할 계획도 갖고 있던 것이다. 어찌 되었든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고, 쉬이 날아가버릴까 손, 발을 모두 동원하여 덮석 잡아버렸다. 나는 이를 통해 포기만 하고 있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는 온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기회가 내가 갈망하던 형태는 아니더라도 시도하고 도전해보는 게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십 번의 경력 이직 실패는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결국 난 경력 이직에 실패했지만, 좌절하지 않음으로 인해 새로운 인생을 향한 도전을 앞두게 되었다. 앞서 말한 내용을 대략적으로 요약해보면 아래와 , 경력 이직을 노리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한 번쯤은 참고하길 바란다.


 1) 절실함의 크기가 경력 시장에서도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


2) 총알과 사다리와 씨앗이 많을수록 유리하듯 경력 시장에서 나를 많이 알릴 기회를 만드는 유리하다는 것


3) 꼭 경력 이직이 아니라 커리어를 전환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이 생각보다 많다는


4) 죽은 물고기처럼 흐르는 강물에 가만히 몸을 맡겨버리지만 않는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생각지 못한 뜻밖의 기회는 항상 찾아온다는 것


5) 기회는 또 다른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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