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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Jan 18. 2023

직장인의 경쟁과 협력 사이

"협력을 할 수도, 경쟁을 할 수도 있는 거였다."

  회사 생활은 경쟁과 협력이 공존해 있다.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동료와 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고, 협력을 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는 실제로 겪고 있는 상황이고, 경쟁과 협력 사이에서 심히 갈등했던 사건이다. 발단은 한 담당자가 A팀을 이탈하면서 업무의 공백이 생겼을 때부터이다. 이 남아있는 업무를 그 A팀에서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했는데, 새로운 대체 인원 없상황에서 그 A팀의 팀장이 해당 업무를 다른 B팀으로 넘겨버린 것이다. B팀 팀장은 해당 업무가 회사에서 주요한 업무 중 하나이기에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여기고 그 업무를 받아 팀 내 담당자들에게 분배했다. 담당자들은 불만이 있었지만, 팀장이 시키는 일이니 울며 겨자 먹기로 본인이 하던 일에 엎어서 억지로 하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A팀 팀장이 교체되었고, 신임 팀장은 B팀으로 보낸 업무가 본인의 팀에서 주요하게 해야 할 업무이므로 다시 업무 분장을 해서 가져오길 원했다. 결국 새롭게 부임한 A팀 팀장은 업무를 다시 돌려받길 원하고, B팀 팀장은 줬다 뺐는 것만큼 기분 나쁜 게 없다고 생각하며 본인 팀에서 그 업무가 정착되길 원했다. 팀장끼리의 갈등은 결국 실장에게까지 넘어갔다. 실장이 시원하게 이 상황을 해결해 주면 좋았겠지만, 결국 두 팀 다 해보라는 애매한 말을 남기고는 자리를 떴다. 업무 분장 상 붕 떠버린 이 일은 결국 두 팀에서 모두 맡게 되었다. A팀에선 내가 그 업무를 받았고, B팀에선 나와 친한 다른 실무자가 해당 업무를 하게 되었다. 윗선에서 정리되지 않은 이 일을 실무자끼리 아무리 만나서 협의하고 협력해서 함께 시너지를 내보자고 해도 각자의 팀으로 돌아가면 없었던 얘기가 되어버렸다.


  각 팀에서 하나의 업무를 둘이서 한다는 건 그야말로 경쟁의 시작이었다. 하나의 업무를 두 가지 영역으로 쪼개는 것조차 어려웠고, 팀장들이 그것을 원하지도 않았다. 실무자들이 가장 피해자이지만, 아무런 내색을 할 순 없었다. 팀장들은 경쟁적으로 해당 업무가 시작되는 초기에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실무자들의 옆구리를 지속적으로 찔러댔다. 아무런 힘이 없는 실무자들은 그저 팀장이 시키는 대로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했다. 윗선에서 경쟁적으로 업무를 진행시키니, 아무리 실무자끼리 친해도 이 업무에 관련해서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고 말았다. 이따금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대략 이런 거, 저런 거 하고 있다는 뜬구름 얘기만 오가게 되었다. 한 업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두 팀의 치열한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팀장들 중 하나가 포기해야만 이런 경쟁적 구도가 깨질 듯싶은데, 그러려면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결국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그 시간 동안엔 실무자끼리 피 말리는 업무 경쟁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특수한 상황뿐만 아니더라도 피라미드 구조인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경쟁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고 올라서야 팀장이 되고 임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그런 승진이나 직책에 욕심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런 경쟁에서 빠져나올 수 있겠지만, 정체되어 있는 인원이 조직에서 도태되는 건 한 순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다. 그렇다고 경쟁만 있고 협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 회사에 몸담고 있으면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공통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큰 범위 안에선 동일한 목표를 갖고 서로가 협력을 해야 한다. 이렇듯 회사생활이라는 게 협력과 경쟁의 반복이므로, 친하게 지내다가도 하루아침에 남이 되어버리는 건 순식간이다. 그러므로 회사에서 관계의 급격한 변조로 인해 상처받거나 우울해하지 않는 게 좋겠다. 회사에서 옆에 있는 동료는 협력을 할 수도, 경쟁을 할 수도 있는 그런 관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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