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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Jan 10. 2023

일머리란 무엇인가?

'프로 일잘러'로 나아가는 길

  회사를 다니다 보면 '일머리'란 용어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보통은 학벌이 좋은 신입이 입사하였지만, 기대보다 업무 능력이 떨어질 때 이렇게 말한다.


"얘는 공부머리는 좋은 것 같은데, 일머리는 별로인 것 같아."


이와 반대로 학벌이 좋지 않은데, 업무 능력이 좋은 경우에 '일머리가 있다'라고 평가한다. 공부머리와 일머리를 따로 놓고 이분법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결코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윗사람들이 말하는 일머리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겠다.


  우선 공부머리를 살펴보도록 하자. 앞서 얘기했듯이 공부머리란 직장에서 대체로 학벌을 얘기한다. 사람들은 대학을 어디 나왔는지에 따라서 직장에서 기대하는 바가 달라진다. 아무래도 학벌이 좋다면, 일도 잘한다는 인식이 고정관념처럼 박혀 있다. 지금껏 직장 생활을 해오면서 이런 고정관념이 꼭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런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맞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공부를 '잘' 해야 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그에 맞는 소양이 평균 이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체적으로 성실함, 메타인지, 집중력, 이해력, 문해력, 응용력 등이 그런 소양이 될 덴데, 이런 것들이 모두 직장에서도 기본적으로 필요한 능력과 겹친다. 물론 엄청난 사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소양이 부족해도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는 있지만, 대학에서까지 그런 방식을 유지하는 사람은 잘 없기 때문에 대학에서의 학점과 활동들까지 면밀히 살펴보면 대략적으로 공부머리가 원래 었던 건지 판단이 가능하다. 어쨌든 이런 공부머리가 회사에서 업무적으로도 통용이 가능한 부분이 있을 테지만, 공부머리는 좋은데 일머리가 나쁜 경우는 도대체 왜 그럴까? 일머리를 한번 정의해 보도록 하자.


  일머리란 보통 윗사람들이 아랫사람들을 평가할 때 쓰는 표현이다. 윗사람들끼리의 대화를 엿들어 보면 대략 이런 식이다.


"이번에 들어온 신입 어때?"


"아, 기대 안 했는데 걔 일머리 좋아. 잘 뽑은 것 같아."


"왜? 어떤데?"


"업무에 적응을 잘해서 한번 말하면 바로 이해하더라고... 일 처리 속도로 빠르고 정확해. 게다가 선배들 보면 인사도 깍듯이 잘한다니까."


이 대화에서 보는 것과 같이 일머리는 업무 적응력, 이해력, 일 처리 능력, 처세술 등의 소양을 두루 갖춘 상태를 의미한다. 결국 일머리가 좋다는 것은 앞서 얘기한 직장인에게 필요한 소양들이 잘 조합되어서,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 적절히 녹아들어 가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머리가 좋다는 표현을 아래와 같은 표현으로 바꿔볼 수 있겠다.


  1) 일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정확하다.

  2) 군더더기 없이 일을 깔끔하게 처리한다.

  3) 업무 적응력이 좋고 이해가 빠르다.

  4) 선임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인지한다.

  5) 업무 계획에 충실하고 실수가 적다.


대략 이 정도의 표현을 빗대어 윗사람들은 '일머리'라는 용어를 쓴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앞서 의문이 있었던 공부머리는 좋은데, 일머리는 나쁜 상황에 대한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듯싶다. 결국 공부머리에서 필요한 소양은 있는데 일머리에서 필요한 소양은 없는 경우를 따져보면 되겠다. 


  우선 가장 큰 차이는 공부는 혼자 하지만, 일은 혼자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이란 게 사람들 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에 따라 내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수월하게 얻을 것인가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주요한 전략이 된다. 따라서 혼자서만 공부하듯 매몰되어 일하는 사람에게 일머리가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또한 공부처럼 여유롭게 나만의 시간을 계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업무의 완료 일정이나 데드라인은 보통 반강제로 주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를 지키려면 급박하게 계획을 세워 일을 쳐내야 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공부처럼 한 문제 한 문제에 정성을 들여 깊은 고민을 하는 문제 해결력보다는 일의 중요도를 파악하여 몰입할 일과 쳐내야 할 일을 구분해 내는 대응 능력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에선 비언어적 표현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윗사람이 굳이 말로 다 풀어서 설명하지 않아도 눈치껏 분위기와 표정, 몸짓을 통해 어떻게 일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반대로 공부는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문해력과 유사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응용력이 핵심이 된다.


  지금껏 공부머리와 비교하여 일머리가 대체 무엇인가를 알아보았다. 이제 윗사람들이 얘기하는 "공부머리는 좋은데, 일머리는 약간 부족한 것 같아."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부족한 일머리는 앞서 얘기했듯 타인과의 협력, 문제 대응력, 비언어 인지 능력 등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공부머리와 일머리에 공통적으로 포함되지 않지만, 일머리에서 만큼은 중요하게 여겨지는 소양들이다. 드디어 일머리가 무엇인지 윤곽이 잡혔다면, 그 소양들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는 여러분들의 몫이 되겠다.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본업 유지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니, 이제부터라도 일머리를 키워서 윗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프로 일잘러'의 길로 나아가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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