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월 간 딸아이를 키워오면서 난 아내와는 다른 방식의 육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아이와 놀이를 할 때이다. 아이는 엄마와 하는 놀이와 아빠가 하는 놀이를 은연중에 구분 짓고 있었다. 엄마와는 보통 그림 놀이, 요리 놀이 등 가만히 앉아서 오밀조밀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 나와는 반대로 좀 더 동적인 활동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말타기, 노래에 맞춰 춤추기, 비행기 타기 등 아빠와 몸으로 놀 수 있는 다양한 놀이들이다. 그래서 아이는 아빠와 놀 때 더 활기차다. 주말엔 보통 아빠와 엄마가 함께 놀아주는데, 그 외에 각자가 육아를 전담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아빠와는 키즈 카페나, 동물 카페 등 직접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엄마와는 집에서 역할극 위주로 놀이한다. 그러다 보니 아빠랑 놀 때 돈이 더 많이 들기도 한다.
훈육을 할 때도 아이는 아빠 말을 더 잘 듣는 것 같다. 아내는 아이를 이해시키기 위해 차근차근 하나씩 설명하는 편인데, 나는 그냥 "안돼!", "위험해!"라고 짧은 말로 훈육하고 만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장난감을 던지는 행동을 할 때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장난감을 던지는 행동은 잘 못된 거야. 장난감을 던져서 친구가 맞으면 어떻게 해. 그럼 친구가 아야 할 거야. 그러니까 다음부터 장난감 던지지 말고, 사이좋게 놀아야 해. 알았지?"
하지만 난 짧고 굵게 말하고 만다.
"장난감 던지면 안 돼!"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이에게 전달되는 임팩트는 내가 더 큰 듯싶다. 엄마의 연설이 길어질수록 아이는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해서 계속 두 번, 세 번 말하게 되는데, 나는 아빠 특유의 저음 목소리로 단발에 내뱉으니까 아이가 내 말이 귀에 쏙 박히나 보다.
그 외에도 사소한 다른 점이 많다. 아이가 뛰어가다가 넘어지면, 아내는 기겁하며 달려가서 아이 상태를 살피는데, 나는 멀리서 "어, 괜찮아~ 혼자 일어나 보자"라고 외친다. 나는 아이는 원래 넘어지면서 크는 것이라는 생각에 심하게 넘어지지 않으면, 스스로 툭툭 털고 일어나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내는 무릎이 까지면서 상처가 남을까 봐 노심초사하며, 심하게 뛰지 않고 조심히 다니도록 신경 쓴다. 또한 엄마와는 어린이집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아빠와는 어린이집에서 했던 놀이를 함께 하기도 한다.
누가 맞다고 서로 논쟁을 벌일 필요는 없다. 우리 부부는 엄마는 엄마의 방식으로, 아빠는 아빠의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게 아이에게 아빠로서의 역할과 엄마로서의 역할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