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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Apr 27. 2023

매일 5시 40분에 일어난다는 것

"하루를 더욱 풍부하게!"

  평일을 매일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난다. 이 시간으로 기상 시간을 고정한 지는 2년 정도 되었다. 3년 전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살던 집은 회사와 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맞벌이 부부에겐 장모님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했기에 장모님 집 근처로 이사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경기에서 경기로 출근하면 재밌는 건 정상적인 출근 시간인 8시 반에 맞춰 나왔을 때는 거의 두 시간이 걸리고, 7시에 도착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 딱 한 시간 걸려서 회사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두 시간이나 걸려 출근하는 것은 너무나 많은 시간을 길바닥에 허비하게 되므로, 난 회사에 7시에 출근하기로 마음먹었다.


  7시까지 회사에 도착하려면, 난 5시 40분에 일어나야만 한다. 전 날 미리 입고 갈 옷을 준비해 놓고, 다음 날 기상 후 빠르게 씻고 준비해 놓은 옷을 입는다. 회사에 도착해서 바로 업무를 하는 경우도 있고, 헬스장에 가서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기도 한다. 헬스장은 평일에 2~3번 정도 가는데, 헬스장 가는 날에는 머리를 감지 않고 양치만 한 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출근한다. 어쨌든 5시 55분 전에는 무조건 집에서 나와야만 한다. 회사 앞까지 가는 빨간색 광역버스가 딱 1대 있는데 배차 시간이 길어서 하나를 놓치면 그다음 차까지 15~20분 정도를 더 기다려야만 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아침은 거르고,  회사에 도착해서 아침으로 먹을 닭가슴살과 바나나를 가방에 욱여넣고 집을 나선다.


  회사에 도착하면 7시에서 7시 5분쯤 된다. 바로 사무실로 올라가면 부장님들 한, 두 명쯤 앉아있는데, 도대체 이들이 몇 시에 출근하는 건지 감이 오지 않는다. 텅 빈 사무실에서는 이들의 마우스 클릭 소리와 키보드 소리만 가득 차 있다. 정말 일하고 있는 건가? 난 알 수는 없지만 조용히 인사 하고 집에서 싸 온 닭가슴살과 바나나를 들고 휴게실에 가서 아침을 먹는다. 운동을 하는 날에는 7시에 헬스장에 가서  1시간 헬스를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고 유산소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8시에 샤워를 하고 똑같이 휴게실로 가 닭가슴살과 바나나를 먹는다. 그러고 나서 정규 출근 시간인 8시 반 전에 사무실 자리에 앉는다.


  직장과 현재 사는 곳의 거리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반강제적으로 5시 40분에 기상하여 7시에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 정도 해보니 나름 신체 리듬이 적응이 되어서 일어나는 것 자체에는 무리가 없다. 단지 오전이 길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눈을 좀 붙이는 게 좋다. 그래야 오후 업무가 좀 수월해진다. 또한  밤 10시만 넘어가면 몸이 나른해지기 시작한다. 보통은 11시 전에 취침하려고 하고, 늦어도 12시 전에는 무조건 잠을 청한다. 어쩔 땐 네 살 아이보다 일찍 잠들 때도 있다.



  그래도 이렇게 아침을 일찍 시작하니 좋은 점도 있다. 육아를 하는 유부남들에겐 개인적인 자유 시간이 별로 주어지지 않는데, 이 아침 시간을 나름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크다. 7시에 회사에 도착하면 8시 반까지 1시간 반 정도의 자유 시간이 매일 생기는 것인데, 이때 나처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할 수도 있고, 근처 카페에서 하고 싶은 공부나 취미 생활도 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상황 상 이런 것들을 직장 근처에서 해야 하지만, 회사가 가까운 사람이라면 집 근처에서 이런 활동들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경험 상 회사가 가까우면 오히려 게을러지는 경향이 더 많았다.


  일이 쌓여 있거나 급하게 일을 처리해야 할 때 7시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할 때도 있다. 만약 이렇다면 자율 출근제를 적용하여 8시간 근무만 하고 퇴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우리 회사에는 갖춰져 있어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그래서 오후 4시나 4시 반쯤 조기퇴근이 가능하고, 집이 먼 사람이라면 차도 안 막히는 시간이라 여유롭게 집에 도착하여 가족과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다. 7시에 일을 시작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좀만 적응하면 잠을 푹 자고 쌩쌩해진 뇌를 업무에 즉시 활용할 수가 있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이 확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다. 나 또한 7시부터 사람들이 방해하지 않는 8시 반까지 처리하는 업무량이 8시 반부터 점심을 먹기 전까지 처리하는 업무량보다 더 많을 때도 있다. 아침 한 시간 반의 시간이 오전 네 시간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압도하는 것이다.



  매일 5시 40분에 일어난다는 것은 평소 일상이 규칙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주말에야 회사를 출근하지 않으니 늦잠을 잘 수도 있지만, 평소 생활 패턴을 일찍 시작하다 보니 아무리 늦잠을 자도 8시에는 눈이 떠지고, 주말이더라도 밤 11시가 넘으면 잠이 쏟아진다. 하마터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밤 11시에 시작하는데, 최근 들어 본방을 사수한 일이 거의 없다. 이렇게 규칙적인 생활이 일상화되면, 주어진 시간 안에서 규칙적인 삶의 패턴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규칙적인 삶의 패턴이 일정 기간 쌓이면, 타인과는 다른 특별한 삶이 되리라 믿는다. 직장과의 거리로 인해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시작된 5시 40분 기상은 내 삶을 충분히 풍부하게 해 주었다. 앞으로 몇 년 간 더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삶을 지속적으로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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