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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기정 Mar 08. 2024

[에세이]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걸 싫어한다. 친구를 만나도 나는 주로 듣는 편이지, 먼저 나서서 대화를 끌고 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나도 내 이야기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곤 한다. 예를 들면 처음 만나는 사람과 자리를 함께 할 때가 있겠다. 이렇게 어쩔 수 없이 나를 소개하고 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나는 티가 나지 않게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 말을 시작한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나의 한 문장 소개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유독 많이 들었던 건 "와~ 멋져요" 나 "대단하시네요~" 정도가 있다. 이렇게 작가라는 흔치 않은 직업이 주는 놀라움 뒤로는 개인이 가진 작가에 대한 인식이 이어진다. "작가 힘들지 않아요? 오랫동안 앉아서 일하면.." "작가시면 글 잘 쓰시겠네요~ 혹시 읽어볼 수 있어요?"처럼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작가라는 직업보다는 프리랜서라는 것에 더 집중한다. "프리랜서요? 부럽다~" "출근 안 하시겠네요?" 등 말이다.


아무렴 프리랜서라는 단어에 더 집중하는 것은 사람들이 가진 프리랜서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일을 할 수 있는, 어려운 말로 디지털 노마드라고 하는, 낭만과 여유에 젖어 살아가는 모습. 사람들은 그런  프리랜서의 단편적인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역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내가 프리랜서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프리랜서도 힘들어요~"라고 하면 환상을 깨는 걸까. 그렇다고 "프리랜서 좋죠~"라고 하면 너무 꼴불견이지 않을까. 알맞은 대답을 찾지 못해서 어영부영 웃어 넘기기를 반복했었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야 정말 알맞은 대답을 찾았다. 그 대답은 바로, "해보실래요?"


해보겠냐고 묻는다니, 의아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건 아주 옛날부터 검증된 방법이다. 백문불여일견이라고 하니까.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 즉 한번 경험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역시 선조들의 지혜는 분명했다. 현명함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가 되물으면 사람들은 보통 기가 죽는다. 뭐랄까, 대신할 마땅한 표현이 없는데, 대부분 자신이 정말로 프리랜서가 됐을 때를 상상하는 듯하다. 그렇게 각자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프리랜서로서의 삶은 분명 환상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서, 프리랜서를 조금은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렇게 프리랜서 역시 마냥 좋지는 않을 거라는 결론을 도출해 내면, 전보다는 조금은 기가 죽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는 내게 다시 물어보곤 한다. 물론 전보다는 침착해지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프리랜서도 힘들겠죠?" "일감 받는 것도 어렵다던데.."


그 때야 나는 말을 시작한다. 그럼요, 힘들죠. 일이 많으면 밤낮 구분 없이 작업하며 일을 쳐내느라 바쁜 건 물론이고, 그렇다고 일이 없어버리면 이대로 굶어 죽는 건 아닐까 걱정하기도 하죠. 한동안 일이 없다가 오랜만에 들어온 문의에 신나서 답변을 드렸지만 제 대답이 무안하게 끝까지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고, 작업이 다 끝나고서 결제 전에 작업비를 깎아달라는 사람도 있죠. 많이 힘들어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일들이 힘들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닌데, 프리랜서도 적잖게, 비교해 부끄럽지 않게 힘들어요. 어때요, 현실적인 프리랜서 작가의 삶, 궁금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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