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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기정 Mar 22. 2024

[에세이] "프리랜서 작가는 이런 일을 합니다"ep.2

시나리오 작업 ep.2


(ep.1에서 이어집니다)


의뢰자로부터 자료를 전달받고, 상의 끝에 마감기한과 견적을 세우면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된다. 이번 ep에서 예를 들어 설명할 외주는 영화 시나리오 제작 의뢰다. 작년 가을쯤에 받았던 의뢰인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꽤나 성공적으로 이어졌던 작업이었어서 기억에 남는다.


아무튼, 그때 당시 의뢰자는 영화제에 출품할 시나리오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해진 틀은 없었고, 어떤 주제를 하게 되더라도 무엇보다 시나리오의 퀄리티가 가장 중요한 상황이었다. 영화제에 공모할 작품이라면 상업성보다 예술성이 중요시되니, 보통의 시나리오 작업과는 다른 관점이 필요했다.


이런 경우에는 의뢰자와 소통이 상당히 중요해진다. 예술이라는 게 주문제작을 하듯 정해진 규격을 넣으면 그대로 맞춰 제작되는 게 아니다 보니, 작업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서로가 생각하는 바를 나누어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의뢰자가 원한 시나리오로 방향이 잡히고, 그대로 곧게 뻗어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해진 것이 별로 없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작업일수록 의뢰자와 소통은 중요해진다.


작업이 시작되고 처음 일주일 정도는 주제를 잡는데 몰두했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던지고, 그중 괜찮은 아이디어는 실제로 이야기로 전개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4~5개 정도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그것들을 두고 비교를 한다. "이건 너무 진부하고, 이건 너무 새로워서 어색할 정도다." 이렇게 평가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각 이야기들의 장단점과 현실적인 촬영 가능성 등을 따져 순위를 매긴다.


 비교와 평가 끝에 최종적으로 한 이야기가 남으면, 이제는 이 이야기를 다듬고 세부적으로 전개하는 과정으로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가 수정되고 보완되면서 조금씩 바뀌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선택된 핵심 이유는 최대한 유지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서 이 이야기가 신선해서 선택했다고 하면, 이야기를 다듬고 수정하면서도 신선한 것은 최대한 유지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의 핵심 요소를 가지고 이것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부가적인 것들을 맞춰나가다 보면, 이야기가 대략적으로 간략한 형태를 가지게 된다.


이야기가 서서히 형태를 갖추면, 이제는 디테일한 요소들을 챙길 차례가 된다. 디테일한 요소들은 영화상에서 나타나는 복선이나 상징, 속편에 대한 떡밥 등을 말하는 것으로, 이런 요소들이 많고 치밀할수록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된다. 대략적으로 정해졌던 이야기 형태에 디테일한 요소들을 추가하다 보면 이야기를  다듬을 땐 보지 못했던 단점이나 빈틈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소한 디테일 없이는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아 디테일한 요소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다시 위 과정으로 돌아가 이야기들 다시 수정하고 보완한다.


위 과정까지 하면 대략 작업의 진행 정도가 50% 정도 되었다고 볼 수 있다. 0%에서 50%까지 걸리는 시간이 50%에서 100%까지 되는 시간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이 뒤로는 작업이 크게 어렵지 않다. 여기까지는 진한 커피를 마시며 일을 했다면 이 뒤로는 딸기 라떼를 마시며 일을 할 수 있다고 할까, 그 정도 차이가 있다.


(ep.3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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