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문답 02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풍기정 Apr 29. 2024

[산문집] 열정, 집중, 집착, 머묾, 인내, 환멸


지끈거리는 머리를 애써 부정한 채로 모니터에 꽃아 박아버린 두 시선. 마디마다 시큰거리는 손가락들은 키보드 위를 떠나지 못하고. 가끔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이 짓 말고는 뭘 해야 할지도 까먹은 지경. 익숙함의 다른 이름은 환멸. 익숙함의 옆자리를 지키던 편안함이 환멸을 보고 도망치면 나 역시 노트북을 접고 침대로 뛰어들고. 눈을 감고서 손 끝으로만 조작해 질리도록 들었던 노래를 틀면 때로는 과거로 돌아가는 기분. 그러면 찾아보는 건 정확히 1년 전 오늘의 일기장. 실눈을 뜨고 23년도 4월 29일에 쓰인 일기를 보면, 오늘의 내 모습과 똑같은 모습만이 가득. 글을 썼다고 하고, 글을 팔았다 하고, 글에게 나를 팔았다는 내용. 가끔은 이 짓거리를 언제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이 짓 말고는 뭘 좋아했었는지도 까먹은 지경. 익숙함이 없어서 편안함도 없었던 시절이 때로는 그리워.


이전 01화 [산문집] 예술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