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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기정 Jun 04. 2024

[에세이] "작가가 돼서 행복해?"ep.1


어느 날 문득 위 제목을 들었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갑작스럽게 날아와 꽂히는 바람에 어영부영 대답하고 넘겼었다. 다행히 나의 진지한 대답을 바라던 질문은 아니었고 그저 지나가듯 스친 농담에 가까운 물음이었어서 나 역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물음이 오랫동안이나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분명 시작은 타인이 내게 던진 질문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나에게 이 물음을 던져대고 있었다. 그러게, 행복할까? 


"작가가 돼서 행복해?"


사실, 내가 오랫동안 원하고 갈망해 온 꿈이 작가였다면 나는 지금 굉장히 행복할 것이다. 꿈꾸던 직업을 가졌고, 일을 즐기고, 돈을 벌며 인정을 받으니까. 그 모든 수단은 글쓰기니까. 그런데 한 가지 맞지 않는 건 나의 원래 꿈은 작가가 아니었다. 더 나아가면 꿈은 무슨, 작가는 말도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딱 그랬다. 지금 20대의 부모님 세대들이 가진 작가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루 종일 골방에 처박혀서 굳어버린 굽은 등과 목을 가진 채 글을 써 내려가는 모습. 이게 그들이 가진 작가에 대한 선입견이자 판단이고 또 정의였다. 나의 부모 역시 그랬다. 그들은 작가를 아주 극단적으로 결론지어버리진 않았지만, 그들의 자녀에게 작가는 그저 그런, 불쾌한 직업이라는 인식을 주기엔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꿈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가진 꿈이 뭐였냐면, 작가가 포함되는 예술과 정 반대되는 기술 직종들이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작가는 불쾌하고, 작가는 예술을 하니까, 예술을 하면 불쾌할 거라는 명료하고도 꼬여있는 결론이 나왔던 것이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이제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그토록 진한 색깔의 선입견을 가졌던 예술이라는 걸 하며 살아가고 있고, 사람들은 나를 작가라고 부른다. 내가 쓴 글을 읽은 사람들은 감탄을 내뱉고, 가만히 듣기도 부끄러운 과찬을 내게 붓는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감히, 정말 감히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지금이 됐다. 


그래서 결론은, 행복하기는 하다. 다만 조금은 찝찝할 뿐이고. 바라지 않던 직업으로 받는 인정과 칭찬과 수익을 무시하고 무작정 "불행해! 이건 내가 바라던 게 아니야!"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저 말을 하는 내 표정도 이미 앞선 것들에 취해 희미한 미소를 띨 테니까. 가끔은 작가라고 불리는 걸 즐기고, 또 가끔은 내가 왜 작가인지 싶고, 또 가끔은 작가를 포기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앞선 세 가지 마음이 번갈아가며 든다고나 할까. 딱 그 정도다. 


그래도 지금의 내게 이 모든 자극과 성취감, 자존감을 부여해준 운명과 선택의 연속을 후회하진 않는다. 모든 건 잃고 얻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내가 다른 선택을 내렸었다면, 지금 내게 당연한 게 없을 수도 있을 것임을 안다. 다음 글부터는 작가는 언제, 어떨 때 행복에 가까워지는지 말해보도록 하겠다. 


(ep.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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