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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기정 Jun 10. 2024

[에세이] "작가가 돼서 행복해?"ep.3


(ep.2에서 이어집니다)


아직 많이 살아보지 않아서 누군가 내게,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해 둔 게 딱히 없다. 나이가 어린 탓도 있고, 아직 경험이 부족한 탓도 있다. 그리고 사실은 저렇게 물어봐주는 사람도 여태껏 아무도 없었다. 아무튼, 작가가 돼서 행복하냐는 질문으로 시작된 이번 ep가 흐르고 흘러 행복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까지 오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뭐냐면,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만큼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다. 다르게 말해 "자유"라는 두 글자로 축약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렇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만큼, 하고 싶을 때 하는 것. 스무 살이 조금 넘은 내가 정의하기에 행복이란 그렇다. 


실은 행복을 이렇게 정의하는 데 있어 가장 영향을 크게 받은 활동이 프리랜서 작가 활동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실 우리는 성인이 될 때까지 학창 시절을 지나면서 개인의 자유보다는 과정의 충실을 더욱 강요받게 된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로 가기 위한 그 모든 과정을 겪어본 이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충실과 출석에 잘 어우러져 적응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반항아, 문제아 까지는 아니었는데 좀 특이하고, 이상한 아이이긴 했다. 


그렇게 직업칸에 학생을 넣을 수 있을 나이에 교복을 입고서 매번 했던 생각은, 왜 내가 하는 무언가를 내가 아닌 무언가가 정해주냐는 질문이었다. 의아했으니까. 분명 행동의 주체는 난데, 나의 행동을 제한하고 제안하는 건 내가 아니었으니까. 물론 이 질문을 품고서 산 시간도 흘러 결국 성인이 되었지만, 그전까지는 꽤나 크게, 꽤나 오래 고민했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를 벗어나고 성인이라는 이름으로 낯선 책임들을 전부 뒤집어쓰게 되자 곧바로 프리랜서 작가 활동이 시작됐다. 실제로 스무 살이 되던 해 4월부터 시작했으니, 성인과 동시에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그렇게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며 살다가 어느 시점에 문득 느껴지는 게 있었다. 모자란 필력으로 묘사를 해보자면, 복잡하게 엉킨 무언가가 마음 안 쪽에서부터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긍정적이고 좋은 느낌이었다. 그랬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오로지 나의 행동을 내가 결정할 수 있게 된 해방감이자 쾌감이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 대가로 오로지 나만 감당할 책임도 생기긴 했지만, 그때 당시로는 뭐가 어쨌든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자극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하는 일은 누군가가 언제 하라고 명령을 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얼마만큼 하라고 지시를 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그게 아니라 이걸 하라고 제약을 거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 반대인 전부는 내게 전부 굉장한 행복으로 다가왔다.


여태껏 무언가, 누군가를 따라갔다면 이제부터는 오로지 내가 맨 앞에 서서 나의 발이 닿는 대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던 순간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내가 하고 싶은 만큼,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다니. 규칙과 규율에 잘 어울리지 못했던 나에게는 혁명과도 같았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세상이 새롭게 보이고 그랬다. 하하.


아무튼 그렇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직까지도 난 행복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만큼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라고 굳게 생각하고 또 믿는다. 그리고 이 믿음은 꽤나 긴 세월 동안 지워지지 않고 변하지 않지 싶다. 어쨌든, 아직 어리고 여리며 미성숙한 스물한 살이 정의하는 행복은 위와 같다. 부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행복하기를 바라며, 각자 다 다른 행복 속에서 만족하며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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