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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기정 Jun 09. 2024

[에세이] "작가가 돼서 행복해?"ep.2


(ep.1에서 이어집니다)


작가는 언제, 어떨 때 행복에 가까워질까. 아무래도 작가는 상상하고 글을 쓰는, 이야기를 만드는 직업이다 보니 상상이 잘 될 때, 글이 잘 써질 때, 이야기가 잘 만들어질 때 행복하다. 더욱이 나는 글을 판매하는 프리랜서 작가이다 보니, 글이 잘 써지고 이야기가 잘 만들어진다는 것은 그대로 좋은 결과물이 완성되어 의뢰인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직결된다. 지펴진 작은 행복이 타오르는 큰 행복으로 직결된다는 말이다.


나 개인적으로 가장 큰 행복을 느낄 때는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때"이다. 이건 꼭 내가 작가라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워낙에 상상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걸 즐기고 또 좋아하다 보니,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실행한 새하얀 워드 파일을 바라보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뭐랄까,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싶은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렌다고나 할까. 그렇다. 그러다 보니 내가 작가가 된 건 정말 다행이라는, 혹시 운명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새하얀 워드 파일 속 점멸하는 직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머릿속은 바쁘게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시작한다. 나는 이 순간에 느껴지는 기분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굳이 서둘러 글을 쓰지 않고도 이렇게 멍하니 아이디어 구상만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머리가 깨어나는 기분, 관객은 오로지 나 혼자인 영화관에서 스쳐 지나가는 여러 영화를 보는 기분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아무튼, 재밌고 또 재밌는 기분이다.


그렇게 하염없이 불어나는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얼추 다듬으면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 때도 정말 재밌다. 행복하기도 하고. 내 머릿속에 있는, 나만 아는 것들을 타인도 볼 수 있는 글자로 풀어낸다는 과정이 어찌나 매번 새롭고 설레기만 하는지. 심지어는 낭만적 이게도 느껴질 때가 있다. 조금 괴짜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만, 좋은 거니까 뭐.


그런데 한 가지 웃긴 건, 시간을 들여 글을 완성했을 때보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가 더 행복하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글을 완성해서 느껴지는 보람, 뿌듯함보다는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느껴지는 설렘과 두근거림에 더 좋다.


나도 잘은 모르겠다만, 아무래도 내가 인내심이나 끈기가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글을 완성하는 시점은 이미 해당 글을 몇 번이고 반복해 읽고 수정하는 시기이다 보니, 해당 글에 대한 설렘보다는 지루함만이 남았을 것이니까. 인내심과 끈기가 있다면 글을 완성할 때 까지도 설렘을 가지고 두근거리며 글을 쓸 텐데,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할 때 행복을 느낀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행이나 안심을 넘어서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꾸준히, 한결같이 글을 쓰는 나 스스로에게도 감사하고, 내가 글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도와준 이들에게도 감사하고, 나의 글을 좋아해 주고 자주 읽어주는 이들에게도 너무나 감사하다. 누군가가 한 말이 떠오르는데, 세상은 온통 감사할 것으로 가득하다는 말이다. 적지 않은 공감을 표한다. 다음은 내가 생각하는 행복에 대해서 말해보도록 하겠다.


(ep.3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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