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안 된 게 더 유리할 수도 ... (2)
--- (1)에서 계속 ...
가끔은 직위라는 게 사람의 발목을 잡는다. 아마도 A 부장이 임원이었다면 그 매대에서 김을 굽지는 못했을 것이다. 백화점 식품매장 즉석김구이 매대에서 전직 대기업 부장이 김을 굽고 있으면 주변에서 이렇게 말을 할 것이다. “계열사에서 근무하다가 임원 진급을 못해서 저기서 일 하는 거래요.” 하지만 전직 대기업 임원이 김을 굽고 있으면 주변의 말은 달라질 것이다. “아니,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했다면서 퇴직하고 저기서 김 굽는 거에요? 도대체 직장에서 일을 어떻게 했길래?”
영업부서의 경우도 관리부서의 경우와 별로 다르지 않다. 대체적으로 영업을 가장 많이 하는 건 과장급이고 부장급 정도가 되면 영업에 직접 관여를 많이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중요 거래처들은 부장이 직접 관리를 하고 영업도 해야 한다. 그러나 임원이 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임원은 직접 영업을 다니기는 곤란하고 대체적으로 내부에서 더 높은 임원께 보고를 하는 게 주 업무가 된다. 윗선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아래 영업부서를 닦달하고 그에 따라 성과를 얻어서 윗선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임원 자리는 오래 보전하지 못한다. 또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원이 영업을 직접 뛰는 건 보기에도 별로 안 좋다. 임원은 전체 사업부를 두루 관리해야 하는데 특정 품목이나 특정 업체를 직접 다닌다는 건 임원으로서 그릇이 좀 작아 보이기도 한다.
임원은 한 번 선임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3년 정도는 기본적으로 보장되며, 통상 5-6년 정도 지나기까지 추가 진급이 안 되면 퇴직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때쯤 되면 자신의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우선 자신이 퇴직을 하여 사업체를 개업한다고 해도 당장 할 일이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영업 실무 전선에서 떠난 지 너무 오래되어서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품목이 눈에 띄지 않고, 기존에 자신이 개발하고 발전시켰던 거래처들은 모두 지금 영업부서의 관리자들이 관리를 하고 있으니 자신이 그것을 빼올 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임원을 하다가 퇴직을 하면 비록 영업부서 출신이라고 해도 당장 개업해서 할 수 있는 사업이 없다. 그래서 일부 영리한 임원은 비록 사업부장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신의 품목과 거래처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명목은 ‘사업부장도 영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아마도 그 내면에는 퇴직 후의 개업에 대한 계산이 있을 것이다.
임원이 안 되었다고 실망하지 마라. 아니 임원이 되려고 노력하지 마라. 임원 그래봤자 40대 후반부터 50대 중반이다. 20대 후반에 입사하여 임원이 되어 50대 중반까지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근무 기간은 27-28년 정도이다. 50대 중반에 퇴직하여 70세까지 일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퇴직 후에도 15년 정도는 더 일해야 한다. 임원으로 퇴직하여 15년간 할 수 있는 사업이 마땅치 않다면 어떻게 될까? 대기업 임원 출신 치킨매장 사장님이 탄생하는 것이다. 20대 후반에 입사하여 임원이 못되어 40대 후반까지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근무 기간은 20년 정도이다. 40대 후반에 퇴직하여 70세까지 일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퇴직 후에도 20년 이상 일해야 한다. 기업체 근무기간 보다 더 긴 기간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면 문제가 없다. 기업체에서 근무할 때 하고 있던 일을 그대로 들고 나와서 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긴 기간 동안도 일할 수 있다.
임원이 되려고 너무 노력하지 마라. 나는 주변에 예전의 임원이었던 사람들도 많이 있고 지금 임원인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그들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부럽지도 않다. 내가 말단 사원이었던 시절에는 그들이 그렇게 높고 멋있고 훌륭해 보였지만, 막상 내가 그들과 비슷한 나이가 되어서 보니까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멋있고 훌륭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리고 그리 자랑할 만 한 것도 못되는 것 같다. 멀리 내다본다면, 70세까지 일해야 된다는 걸 생각한다면 임원 안 된 게 오히려 더 유리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