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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범 Feb 25. 2020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우리는 지금 아주 발전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필요한 건 이미 다 만들어져서 더 이상 필요한 건 없고 이제는 편리한 게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즉, 지금 이 상태로 더 이상 세상이 발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물론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 수는 있다. 자가용이 좀 더 빨랐으면 좋겠다느니, 스마트폰의 속도가 좀 더 빨랐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욕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채워주지 않아도 불평과 불만이 없는 그저 조금 지나친 바람이나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불평과 불만이 있을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한 때 블루오션이라는 단어가 경제계를 뒤흔든 적이 있었다. 참으로 멋진 말이다.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에서는 사업자들끼리 서로 각자의 살을 깎아 먹는 경쟁으로 인하여 상생이 아닌 공멸이 빈번하였으니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을 찾아서 사업을 하면 많은 수익을 누릴 수 있다는 유토피아 같은 세상. 물론 그런 곳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 사업자한테는 꿈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사업을 하면서 경쟁이 없는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신약을 발명하여 국제 특허를 취득하여 오랫동안 혼자 공급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지만 그건 유수한 대기업도 꿈만 꾸고 있는 일 아닌가? 그런데 우리 같은 허접한 소규모 사업가들이 그런 사업을 할 수 있을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그런 유토피아 같은 블루오션을 찾아서 혼자 대박 날 궁리 하지 말고 그냥 아무 말 없이 레드오션으로 뛰어드는 게 낫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기회는 있다. 아직 우리가 모르는 사업이 많다. 나는 신규품목을 개발하려고 가끔 중국에 간다. 특히 1년에 두 번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무역박람회에는 구경거리가 많다. 중국은 전 세계의 생산기지이다.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OEM 방식으로 생산을 하기 위하여 중국 기업들과 계약을 많이 한다. OEM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1인 기업도 조건만 맞으면 OEM을 추진할 수 있고 중국 생산자 역시 조건만 맞으면 돈이 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자 그대로 주문자상표부착방식이니 생산 후 원하는 상표만 부착해주면 그만이다.


우리는 중국산이 싸다고만 생각하지만 막상 중국 현지에 가보면 그렇지 않다. 조선족이라는 재중교포 때문에 선입견이 있어서 그렇지 실제로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은 중국을 그렇게 수준이 낮은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값싼 노동력이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50년 전에는 우리나라도 그렇게 여겨졌었다. 중국에 가보고 의외로 제품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데 놀라는 사람들이 있다. 바가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나라에는 주로 천냥백화점 같은 곳에 저가의 중국산이 많아서 중국산 그러면 무조건 싸고 품질이 엉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현지 박람회를 가보면 그렇지 않다.


거기에는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제품들이 있기도 하다. 전 세계의 생산 공장이면서 OEM 수출국인 중국에는 전 세계의 상표들이 있고 제품들이 있다. 유럽 사람들이 OEM으로 생산해서 가져가는 제품들 중 일부가 그대로 복사가 되어서 자체 판매가 되는 경우를 흔히 접하게 되는데, 그런 것들은 디자인도 좋고 품질도 우수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중국산을 주로 수입하는 한국의 수입상들이 그저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수입을 안했을 뿐이다. 왜냐하면 일단 중국산은 비싸면 안 팔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도 많이 변하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국가에서도 유사한 제품들이 많이 수입되고 있는데, 이들 동남아국가들 보다는 중국이 인건비가 높아서 제품 가격이 좀 더 비싼 것도 있지만, 그것 보다는 중국이 다른 동남아국가들 보다 기술력이 좀 더 뛰어난 면도 있다. 아무래도 중국이 다른 동남아국가들 보다는 먼저 세계의 제품들을 OEM으로 수출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려면 품목을 선택해야 한다. 이제는 해외여행도 쉽게 갈 수 있고 간단한 소량 수입은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가능하다. 이제는 세상이 포화상태이고 더 이상 새로 개발될 제품도 없고 하니 고객의 니즈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에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게 일반적인 마케팅 방향이다 맞다. 하지만 그건 대기업한테 맞다. 소기업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맞추기 역시 어렵다. 따라서 소기업은 대표가 중심을 잡고 소신껏 품목을 결정해야 한다. 그런 시점에서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너무 고객의 니즈에 몰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구매자가 있어야 판매가 된다. 따라서 수요를 먼저 잡아 놓고 제품을 구매하면 판매가 원활하기 때문이 사업이 잘 된다. 하지만 모든 사업이 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업이 다 그렇게 된다면 광고 선전은 왜 필요한가? 먼저 제품을 결정한 후 그것은 각자의 방법대로 프로모션을 하여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제품도 할 수 있고, 전혀 새로운 품목을 할 수도 있다. 여름의 부채, 겨울의 손난로나 핫팩 같은 경우를 보라. 나도 애들을 위해서 매년 겨울에 인터넷쇼핑몰에서 구매하고 그냥 누군가 파니까 산 것이다. 팔지 않았다면 안 샀지 구하려고 돌아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 경제학도들한테는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업가한테는 간단한 것이다. 일단 팔면 사는 사람이 생긴다. 영 엉뚱한 제품만 아니라면 어떻게든 팔린다. 물론 가격은 다음 문제다. 제품의 가치 대비 너무 비싸면 판매가 전혀 안될 수도 있지만 그건 별도의 논의로 다뤄야할 부분이고, 어쨌든 아무리 세상이 발전하여 더 이상 부족함이 없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그러니 소비자들의 가슴속에 꼭꼭 숨겨 놓고 마치 비밀인양 잘 가르쳐주지 않는 수요를 억지로 긁어내거나 알아내는 데 힘을 너무 많이 쓰지 말고,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영 엉뚱하여 소비자가 별로 없을 것 같은 신기한 품목을 제외하면 웬만한 품목은 사업화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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