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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범 Nov 11. 2019

기업의 사업계획은 인원계획에서 출발한다

기업들에 있어서 차년도 사업계획 수립은 연간 행사 중 가장 큰 일일 것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에서 금년 실적을 점검하고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대부분의 기업들은 통상 8월부터 사업계획 수립 절차에 착수하여 10월초에 대표이사께 보고를 마친다.


각 영업담당자의 당해 연도 예상 실적과 차년도 영업계획이 나오면 팀장은 그걸 취합하여 팀의 당해 연도 예상 실적 및 차년도 영업계획을 수립하고, 팀의 데이터가 모아져서 사업부 계획, 사업부의 데이터가 모아져서 회사 계획, 회사 계획이 모아져서 그룹 계획이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아무리 그룹 회장이라 하더라도 말단 영업사원의 손에서 숫자가 나오지 않으면 당해 연도 예상 실적과 차년도 영업계획은 알 수가 없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차년도 사업계획 수립의 첫 번째 출발점이자 제일 중요한 게 각 영업담당자의 손에서 나오는 숫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그것이 아니다. 기업의 사업계획은 영업담당자의 데이터 이전에 먼저 윗선에서 결정하는 인원계획 수립에서부터 출발한다.


사업계획은 매출액에서 출발하여 영업이익 등을 거쳐 결국은 세전손익계획을 수립하는 것인데 그 중간에 소요되는 비용에 따라 세전손익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즉, 매출이 아무리 높아도 비용이 많으면 세전손익은 나빠지는 것이고, 결국 기업은 세전손익을 가지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니 매출 증대와 마찬가지로 비용 절감도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비용 중에서 제일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 인건비가 제일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인원수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이 제일 비중을 많이 차지한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인원수와 관계없는 비용들, 예를 들어서 사무실 임대료 같은 것은 단일 항목으로는 절대금액이 크지만 전 직원의 수로 나누면 일인당 부담비용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인원이 증가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개별 비용들, 예를 들어 급여, 복리후생비 등은 인원이 줄면 인원 수 만큼 비용이 주는 게 눈에 확 띈다.


당해 연도 예상 실적이 좋지 않은 사업부에서는 인원을 줄이면 그 효과가 즉시 나타난다. 여느 직원과 마찬가지로 사업부장도 진급을 해야 하는데 사업부 실적이 나쁘면 진급할 수 없다. 따라서 실적이 안 되는 팀은 인원을 줄여야 하고, 실적 향상이 기대되는 팀은 인원을 보충하여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 팀을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업부장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당신은 언제까지나 회사에 이익을 주는 사람일 걸로 생각되는가? 토사구팽은 사냥터에서만 쓰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직장이라는 조직은 토사구팽이 그 조직 운영의 근간을 이루는 전쟁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을 잘 할 때는 상을 주고 칭찬하지만 일을 잘 못 할 때는 예전에 잘했던 것은 전혀 효력이 없고 바로 징계를 받거나 버림을 받는다. 그래서 모든 직장인은 조직에서 버림을 받지 않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노력한다.


내가 직장생활 할 때 한 직원이 사업계획 대비 200프로 실적을 달성하여 연말에 우수사원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최악의 사원으로 기록되었다. 사실 그 사원의 그 다음 해 실적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전 해에 상을 받는 바람에 목표치가 과도하게 설정되어서 계획 대비 실적 달성률이 이 최악이 된 것이다. 그래서 요령 있는 직원은 스스로 능력껏 실적을 조정하여 목표 대비 실적을 혼나지 않을 정도로만 제출하여 상도 안 받고 벌도 안 받고 조직생활을 편하게 하기도 한다.


인원 한 명이 빠지면 세이브 되는 비용이 워낙 크기 때문에 회사의 입장에서는 항상 그것을 염두에 두고 회사를 운영한다. “현재 직원들이 ‘너무 바빠서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으니 인원 보충을 안 해주면 사표를 내겠다’고 할 때가 인원 충원의 적기”라고 하는 게 대부분의 높은 사람들의 마인드다. 따라서 여러분이 회사에 도움이 될 때는 조직의 사랑을 받지만 도움이 안 될 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기업이 사업계획은 인원계획에서 출발한다. 모든 직장인은 그 인원계획 중의 한 점에 불과하다. 그리고 회사는 투입한 비용 보다 더 많은 이익을 올려야 유지될 수 있는 조직이다. 그래서 매년 인원계획을 수정하고 있으며, 모든 직원들은 그 계획 앞에서는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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