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영범 Nov 08. 2019

남아 있는 사람 보다 떠난 사람을 봐야 한다

직장인에게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마 첫 번째 답은 진급일 것이다. 사원은 대리가 되는 것이, 대리는 과장이 되는 것이, 과장은 차장이 되는 것이, 차장은 부장이 되는 것이 1차 목표일 것이다. 물론 사원도 부장이 되는 것을 긴 목표로 하기는 하겠지만 그것은 십 수 년 후의 얘기이고 지금 당장은 바로 위인 대리가 1차 목표일 것이다.


직위가 올라가면서 안목이 조금씩 변하게 되는데, 과장 정도 되면 이제 관리자로서 임원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리급 정도에서는 임원과 나이 차이도 많이 날 뿐만 아니라 사석에서 얘기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리급 사원에게 임원은 아직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일 것이다. 하지만 과장급 정도 되면 이제 관리자 회의에서 임원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관리자 회식 같은 자리에서 임원과 사담을 나눌 기회도 종종 생기기 때문에 임원이 가시권으로 들어오게 된다.


직장인은 언제나 남아 있는 사람들과 접한다. 그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저녁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의 머릿속에는, ‘내가 어떻게 하면 업무에 성과를 내서 진급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가득 차 있으며, 내가 진급했을 경우에 내가 가게 될 자리에 지금 앉아 있는 사람, 즉 상사를 쳐다보면서 직장생활을 한다. 따라서 상사가 나의 직장이며 나의 미래이다.


피라미드 구조의 조직에는 언제나 남아있는 사람 보다 떠난 사람이 더 많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떠난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남아있는 사람만 본다. 왜냐하면 남아 있는 사람은 매일 보이고 또한 언젠가 내가 가야할 자리에 있기 때문에 나의 직장생활의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떠난 사람은 지금 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든지 그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길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관심이 없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나는 회사에 남아 있을 확률 보다 떠날 확률이 더 높다. 피라미드 구조에서는 필연의 결과이며 나 역시 그 결과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내가 경쟁에서 밀릴 것’을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는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 오로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노력할 뿐이지 경쟁에서 밀린다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말이 씨가 된다’고 하면서 나쁜 예측을 하지 말라고 배워왔다. 분명 대학에 떨어질 수 있는데, 대학에 떨어질 경우를 생각하지 않고 일단 붙는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한다. 떨어질 경우는 떨어지고 나서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매사 그렇게 생각하니 그런 일이 닥쳤을 때 갑자기 대책이 나올 리가 없다. 그래서 막상 떨어지고 나면 어찌할 바를 몰라서 우왕좌왕한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우며 성장했으니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절대 진급에서 누락된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진급된다는 마인드로 열심히 진급을 위해 노력하라고 한다. ‘만약 떨어지면’ 이라는 말을 입에 담거나 머릿속에 생각하면 ‘부정 탄다’고 하면서 그런 말이나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고 한다. 그러니 평소 아예 생각도 안 해본 결과가 나왔을 때 대책이 있을 리라 만무한 것이다.


이제 과장급 정도의 지위가 되면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보다는 이미 떠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 지를 헤아릴 수 있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과장급 정도 되면 피라미드 구조의 중간 정도 위치에 있게 되는데, 그 정도 지위가 되면 피라미드의 꼭대기까지 오르지 못할 경우에 대한 대비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치열한 경쟁구조 속에서 일 잘한다고 언제까지나 윗자리로 계속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잘못이 없는데도 경쟁에 밀려서 진급에서 누락되거나 옷을 벗어야 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을 만나더라도 아무나 만나면 안 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와 같은 성격의 업무를 했던 선배를 만나야 한다. 나와 다른 업무를 했던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살아가는 방식은 나한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같은 성격의 업무를 했던 선배를 만나야 실질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살아갈 방향은 여러 가지가 될 것이다. 내가 그 선배처럼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그 선배가 지금 살고 있는 방향은 내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여러 방향중의 하나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승자만을 보면 안 된다. 언제나 승자가 되면 좋겠지만 나도 언젠가는 패자가 될 수 있다. 패자가 되고 나서 대책을 마련하려 하면 늦다. 그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패자가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알아보고 닥치지 전에 조금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전 01화 기업의 사업계획은 인원계획에서 출발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