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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도 Sep 01. 2021

뇌즙짜는 사람들

'배움이 짧아서 빈말을 못 배웠어요' 1 - 대학내일 사람들

"저희끼리는 이 활동을 뇌즙짜기라고 해요."

직사각형 모양으로 테이블에 배치된 회의실에서 4명의 대학내일 직원들과 비행기 같은 대형을 이뤄 앉았다. 나는 한 테이블의 중앙에 앉았고, 두 명씩 나눠 앉은 이들이 양 옆에 자리했다. 맞은 편에서는 인터뷰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필요한 정보를 주며 모든 상황을 기록하는 인사팀이 일에 열중했다.

'대학내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30대 초반인 내 또래들과 한 10살 정도 연상인 이들까지는 누가 봐도 선남선녀인 대학생들이나 연예인이자 대학생인 이들이 표지를 장식하던 캠퍼스의 꽃과 같던 잡지를 대부분 떠올린다. 나 또한 이 인터뷰를 기획하고 추진하기 전까지는 같았고...

대학내일은 내게 자랑인 동시에 부끄러움이었다. 20대 초반과 복학생 때의 대학내일은 기다림이었고 뭔가 청춘을 상징할 수 있는 무기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반수와 휴학, 취업준비로 28에도 대학생 신분이 유지될 때의 대학내일은 부끄러움이었다. 여전히 학교에 남은 이, 화석이라고 놀리기에도 어려운 나이가 되면서 대학내일이 부끄러워졌고 슬슬 멀리했다. 그렇게 그 잡지는 추억의 일부로 잊혀졌다.

그렇게 잊고 살던 키워드가 선명해진 것은 잡플래닛에 입사한 뒤, 일하기 좋은 회사 순위에서 제법 높은 점수로 리스트에 포함된 대학내일을 마주했을 때다. 대학내일은 잡플래닛의 '2021 주목할 기업' 조사에서 중소, 중견기업 중 1위, 종합 24위에 올랐다. 대부분의 지표에서 상위권에 오른 국민연금공단, 한국가스공사의 점수를 이겼다. 10여년 전의 나를 만난 것처럼 매주 학교의 정해진 곳에서 그 잡지를 챙기고 빠르게 읽던 그때의 내가 거울 속에 잠시나마 보여서 반가웠다.

1999년 창간했던 대학내일은 2019년 말 장기 휴간에 들어가며 사실상 폐간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추억 속으로 사라진 것은 아니다. 20년 넘게 젊음과 소통했던 경력을 살려, 신입 채용을 위주로 움직이는 채용 사업을 운영하고 20대를 타깃으로 하는 각종 홍보 사업을 대행한다. 350여명의 직원이 2019년 42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캐릿'으로 널리 알려진 마케터를 위한 1020 트렌드 보고서도 이들의 작품이다.

이들의 변화를 폭넓게 알기 위해 에디터와 마케터, 채용 에이전시의 매니저를 만나면서 내가 진심을 담아 '정말 흥미롭다'고 배움이 짧아 빈말을 못 배웠다고 한 순간은 '뇌즙짜기'에 대해서 들었던 순간이다.

한 마케터가 말했다. 팀 회의에서 모든 구성원이 요즘 유행하는 것과 갑자기 뜬 콘텐츠 등을 찾아 공유하고 여기에 살을 붙인 뒤 뇌즙짜기라는 활동을 한다고 했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던지면 여기에 연계되는 이야기를 끝없이 돌림노래처럼 이어가면서 기록하는 것을 뇌즙짜기라고 부른다고 했다.

다양한 회사를 다니다 보면,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이들이 공유하는 표현이 그들을 보여줄 때가 간혹 있다. 여기에서는 '뇌즙'이 그랬다. 답이 정해져있거나, 부서장의 훈화로 거의 마무리되는 회의가 주를 이루던 전 직장들의 경험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대학내일의 인터뷰는 그 자체로 내 뇌즙을 짜줬다. 이 즙으로 만든 신선한 주스를 또 짜내기 위해 나는 새로운 관찰과 전에 없던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https://www.jobplanet.co.kr/contents/news-1283(대학내일 인터뷰 기사)

필름으로 찍은 대학내일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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