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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반달 Aug 30. 2024

가난한 작가들이 공짜로 돈 타는 방법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다. 여러 자영업자들이 눈물을 머금고 줄폐업을 했고 회사가 망함에 따라 대거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이기도 했다.


사실 웹소설 작가의 경우 코로나 시기가 불황기라고 꼭 집어서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실업자가 늘고,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외식을 꺼려하면서 집콕족이 늘어나서였다. 밖에 나가질 않으니 자연히 집에서 즐기는 콘텐츠가 발달했는데, 이때 인기가 많았던 것이 웹툰, 웹소설과 넷플리스와 같은 OTT 플랫폼이다. 그래서 당시에 꽤 많은 작가들이 코로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돈을 많이 벌었다고 알고 있다. 당시에 많은 웹소설 작가들이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애석하게도 코로나가 끝난 직후였다. 정보에 늦은 난 당연히 다른 작가들도 나처럼 힘들게 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집콕족이 늘면서 코로나 시기에 웹소설이 꽤 많이 팔렸다고 한다.


그러나 집콕족들이 늘어난 코로나 시기에도 가난에 허덕이는 작가가 있었으니, 바로 나다. 나는 오히려 웹소설 호황기인 코로나 시기에 수입이 더 좋지 않았다. 당시에는 단행본 위주로 책을 냈었는데, 책을 출간할 때마다 번번이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먹고사나 걱정하고 있을 때쯤 정부에서 좋은 대책이 나왔다. 바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한시적 지원제도인 '재난지원금 지원 대책'이다.

당시 재난지원금은 소득에 따라, 가구 구성 인원에 따라 차등지급했으며, 3년에 걸쳐 7차까지 지원했었다. 재난지원금을 받는 대상에는 소상공인을 비롯한 프리랜서도 끼어 있었으며, 작가인 나는 프리랜서 자격으로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출간하는 족족 소설이 망해서 울적했던 나는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소식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서 지원금 신청 기간에 출판사 여기저기에 연락해서 소득증명서를 받아냈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소득증명을 해야 했는데, 발을 걸치고 있는 출판사가 꽤 많아서 서류를 만드는데도 꽤 번거로웠다. 예를 들어 A 출판사에서 3만 원, B 출판사에서 15만 원, C 출판사에서 80만 원을 받았다면 세 군데 출판사에서 각각 소득증명서를 떼어야 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소득 증명을 모두 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까짓 번거로움이 문제겠는가. 국가에서 세금도 떼지 않는 지원금을 준다는데 기꺼이 감수해야 했다.


1차로 끝날 줄 알았던 재난원금은 1차, 2차로 이어지더니 3년에 걸쳐 6차까지 주었다. 나는 1차부터 매달 50만 원씩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으며, 마지막 6차에는 꽤 목돈인 2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내가 코로나 때문에 작가로서 얼마나 곤궁한 삶을 살고 있으며,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서 얼마나 소득이 깎였는지 증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으나, 나는 어떻게든 지원금을 받기 위해 마치 논술시험에라도 임하듯 논리적으로 지원금 서류를 작성했었다.


어느덧 길었던 코로나 시기가 끝나자, 긴급재난지원금이 뚝 끊겼다. 지금도 난 코로나 시기 때 아낌없이 지원해 준 정부가 고맙다. 당시에 6차까지 지원해 주었던 지원금이 없었다면 진짜 힘들게 살았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한시적인 지원금이 끊겼다고 해도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지원금은 꾸준히 이어진다. 바로 매년 1회 시행하는 예술활동준비금을 받으면 된다.


예술활동준비금은 2년에 한 번 받을 수 있으며 한 번에 300만 원을 준다. 그러나 이렇게 큰 금액을 예술인 누구에게나 지원하는 건 아니다. 예술인 중에서도 예술활동 증명을 통해서 예술인으로서 증명을 받아야 하며, 중위소득 120%에 해당되어야 한다. 이건 단지 필수 조건일 뿐이며 신청 후에 다른 예술가들에 비해 소득이 높으면 지원금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


지금은 제출하는 지원서류가 간소화된 데다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도입으로 주민등록등본이나 건강보험납부증명서 같은 번거로운 서류를 따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과거에는 일일이 공단에 전화해서 건강보험납부증명서를 받거나 소득금액증명원을 국세청에서 따로 떼는 등 발품을 많이 팔아야만 했다. 그렇게 모은 서류를 하나하나 사진으로 찍어서 신청 사이트에 파일로 등록했었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심지어 너무 첨부해야 할 서류가 많고 번거로워서 아예 지원금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다. 아마 나보다 더 게으른 다수의 예술인들은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복잡해서 포기하는 이들도 상당했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서류가 간소화되어서 신청 사이트에 개인정보만 입력하고 개인정보 이용 동의 란에 체크만 하면 되니 세상 많이 좋아졌다.


나는 지금까지 총 4번 예술활동준비금을 받았다. 그런데 작년부터 신청해도 자꾸 떨어진다.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동안 지원금을 너무 많이 받아서인 듯하다. 한 번도 지원금을 못 받은 예술인들이 많다 보니 자연히 여러 번 탄 예술인은 제외되는 거였다. 게다가 소득이 나보다 낮은 예술인들도 많을 테고, 하루가 다르게 예술인의 숫자가 늘어나니, 나 같은 시조새 작가가 지원금을 타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다. 올해도 신청했는데 떨어졌고, 아마도 내년에도 떨어질 확률이 크다.

'그래. 그동안 정부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젠 나보다 혜택을 못 받은 예술가들을 위해 양보해야지'라고는 생각해도 통장 사정이 안 좋을 땐 지원금 생각이 간절한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예술활동준비금을 못 받았다고는 해도, 이에 포기할 내가 아니다. 경기도에 한해서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또 있다. 경기도에 사는 예술인들을 위한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 지원금'이 바로 그것이다.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주는 예술활동준비금은 300만 원, 경기도에 사는 예술인에게만 주는 지원금은 150만 원. 지원자는 둘 중에 한 군데에서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예술활동준비금을 받는 게 훨씬 이익이다. 그러나 나처럼 예술활동준비금 신청에서 탈락한 사람은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 지원금'에 신청해서 또 한 번의 기회를 노려봐야 한다. 그러나 경기도 지역 중 수원, 용인, 고양, 성남 지역에 사는 예술인은 제외라고 하는데, 아마도 해당 지역의 소득이 높아서가 아닐까 짐작한다.


올해 난 예술인으로서 정부지원금을 15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게 다 내가 예술활동증명을 받은 데다가 소득이 낮아서이기 때문이다. 소득이 낮은 게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려울 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현대는 정보화 사회라고 하지 않던가. 내가 지금까지 열거한 지원금은 본인이 신청하지 않으면 주지 않는 지원금이다. 방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다고 해서 '옛다! 지원금'하면서 정부가 통장에 돈을 꽂아주지 않는다. 공짜 돈을 받기 위해서는 늘 지원금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며, 정해진 기간에 반드시 신청해야만 한다.

혹시나 이러한 정보를 모르고 지원금을 탈 좋은 기회를 놓치는 예술인이 있을까 봐 정보 공유 차원에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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