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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반달 Sep 02. 2024

왜 전교 1등과 비교를 하나요?

많은 작가들이 자신과 다른 작가들을 비교한다. 특히 웹소설 세계에서는 더 그런 것 같다. 

로맨스 장르 플랫폼으로는 리디북스,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 페이지가 유명하다. 이러한 플랫폼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량의 웹소설과 전자책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출간한 지 하루가 지나면 바로 랭킹이 매겨진다. 일일 랭킹, 일주일 랭킹, 한 달 랭킹. 이런 식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과거 중고교 시절 때 학생들의 전교 석차를 매겨서 복도에 붙여놓았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자연히 작가들은 랭킹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출간한 지 얼마 안 된 작가들은 자신의 책이 몇 위에 걸려있는지 조바심을 내며 지켜본다. 하루에 12번? 아니 10분마다 새로고침을 하며 지켜보는 작가들도 있다. 그러다가 실시간 순위에서 제 책의 순위가 올라가면 미소 짓다가, 순위가 내려가면 울상이 된다. 완전히 책의 랭킹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겪게 되는 작가들은 혹시 자신이 조울증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실제로 책 판매 랭킹에 따라 조증과 우울증이 반복되니까 말이다. 


솔직히 12년 차 작가인 나조차도 랭킹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책이 판매되기 전날이면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마침내 플랫폼에 현시되었을 땐 혹시라도 성적이 안 좋을까 봐 힘들어한다. 그러다가 간신히 랭킹에 들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이 행복감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또다시 좌절하기도 한다. 


심지어 내 밥줄인 웹소설 플랫폼이 아닌, 브런치스토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 시스템도 웹소설과 마찬가지로 돌아간다. 플랫폼의 상단에 뜨는 글들은 '주목받고 있는 응원 인기글'이다. 그 외에도 여러 글들이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사진과 함께 상단에 노출되어 있다. 또 하단에는 요일별 연재 브런치북과 함께 주목받는 작가가 뜬다. 장르소설 시장에서 '노출이 전부'라는 말이 돌 정도로, 노출이 안 되면 팔리지도 않는 상황을 볼 때 브런치북에서의 노출도 브런치북 인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그 예로 얼마 전에 필자가 '작가로 사는데 드는 한 달 비용'이 반짝 인기 있던 적이 있었는데, 며칠 동안 브런치스토리 사이트의 상단에 노출되어 있어서였다. 그만큼 플랫폼에서의 노출은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러한 노출은 랭킹에도 반영이 된다. 노출이 많이 될수록 보는 이가 많아지고, 이는 곧 결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작가의 작품이 랭킹에 들 수 있을까?

물론,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작가가 엄청난 필력으로 1위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아주 이례적인 경우고, 대개는 이미 이 업계에서 이름이 난 일명 '네임드 작가'의 작품이 순위권에 있을 확률이 높다. 

쉽게 설명하자면 보통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게 되면 낯익은 기성 작가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걸 볼 수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무라카미 하루키나 기욤 뮈소와 같은 작가들의 신간들. 딱히 책을 좋아하지 않아도 익히 들어본 그런 작가들은 신간을 발행하자마자 바로 랭킹 안에 든다. 

장르소설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 장르별로 네임드 작가가 존재한다. 이러한 네임드 작가가 책을 내면 자연히 두터운 팬덤이 있기에 바로 랭킹에 들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네임드 작가 역시 태어날 때부터 네임드도 아니었고 신인 때부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왔으니 그동안 쌓아온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작가들은 종종 신세 한탄을 하곤 한다.


"난 재능이 없나 봐. 한 번도 순위권에 들어본 적이 없네."

"ㅇㅇ 작가는 X억을 번다는데, 나는 왜 그렇게 못 벌까? 힘들다."


이렇게 신세 한탄을 하는 작가들이 오래된 기성 작가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이제 작가 된 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작가들이 신세 한탄을 하는 걸 보면 어이가 없다.


"3년 안에 나도 넴드 작가처럼 될 수 있을까?"

"스테디셀러 찍어보는 게 내 평생소원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난 가슴이 답답하다. 왜냐하면 매번 책을 낼 때마다 베스트셀러를 찍는 작가는 피라미드의 꼭짓점 위치에 있는 작가이기 때문에 그렇다. 웹소설 작가 전체를 통틀어 그러한 작가는 상위 0.001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초네임드 작가와 자신은 타고난 재능이 다르며, 태어나고 자라난 환경도, 그동안 쌓아온 경험도 다르다. 그런데 이렇게 완전히 다른 사람을 '작가'라는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잠시 학창 시절로 돌아가 보자.     

학교에서 당신은 반에서 중간 정도, 전교학생 300명 중 150등 정도라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반에서 어떤 아이가 전교 1등이 되었다면, 그 아이와 자신을 비교하겠는가? 왜 자기는 이번 시험에서 전교 1등이 아니냐면서 자책하겠는가? 아니다. 딱히 질투도 나지 않을뿐더러 전교 1등과 자신을 비교하는 어리석은 짓 따윈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1등과 150등의 격차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보통 비교는 비슷한 사람끼리 하는 거고, 사는 세계가 너무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건 어리석다는 걸 다들 잘 안다. 


그런데 왜 웹소설 판에서는 잘 나가는 작가와 자신을 쉽게 비교할까? 여태껏 히트한 작품이 수두룩한 네임드 작가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단 생각은 하지 않는 걸까?

앞서 말한 대로, 네임드 작가와 자신의 환경은 너무나 다를 것이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 나고 자란 환경, 그동안 쌓은 독서량, 대학 시절 전공 등. 소설에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가 전부 다 다를 것이다. 그런데도 너무나 쉽게 네임드 작가와 자신을 비교하는 걸 보면 가끔 놀란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들은 네임드 작가와 자신을 그리도 쉽게 비교하게 되었는가? 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플랫폼마다 랭킹이 눈에 띄게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랫폼에서 밀어주는 작가도 네임드인 경우가 많아서 굳이 알고 싶지 않아도 플랫폼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작가가 네임드라는 걸 빤히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인 작가들마저 얼굴도 뭣도 모르는 네임드 작가와 자신을 너무나 쉽게 비교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작가들의 랭킹을 과거 필자의 학교가 그랬듯이 벽보 가득히 붙여놓으면 어떻게 될까? 벽보에는 1위부터 300위까지의 작가와 작품이 적나라하게 적혀있다면? 그렇다면 150위쯤 되는 작가가 전교 랭킹 1위 작가와 자신을 쉽게 비교하고 자학에 빠질까? 아마도 그런 일은 없을 듯하다. 너무 차이가 크면 비교해야 할 당위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무 잘 나가는 작가와 자신을 비교하는 건 '제 살 깎아 먹기'라고 할 수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작가로서 오래 살아오면서 느끼는 건데 결국 자신과 비교해야 할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과거의 작품보다 이번 작품이 한 뼘 더 발전했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제 살 깎아 먹기'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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