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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여인의 빨간 내복 춤

by Siesta



https://www.youtube.com/watch?v=cDyadF3Zc6g

schbert der erlkoenig-Goethe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서울의 절벽 아래 산에 있던 마을 장위동에 살 때 우리 집은 이웃이 없는 집이었다.


우리 집 옆에는 큰 공터가 있었고 그 공터 옆에는 수녀원이 있었는데 이 수녀원은 외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고 또 수녀님들도 밖에 나오지 못하는 그런 수녀원 이었다.


높은 절벽이 마당과 통해있어 그쪽으로는 담이 없었고 다른 쪽 산으로 통하는 곳에도 사람이 쉽게 넘을 수 있는 낮은 담밖엔 없었다.


넒은 마당엔 온갖 나무들과 꽃들이 있었고 바위 이끼에서는 돌 버섯과 돌 나물들이 나오는 그런 집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우리 집 정원에는 전깃불이 없었고 밤이 되면 정전이 되는 날이 많았다.


산 위에 있는 집이라서 전기 공급이 밤이면 끊어지는 날들이 많았다.


어머니와 네 딸들만 있었던 주중에 이렇게 정전이 되면 몸이 약하고 마음도 많이 약한 어머니는 항상 많이 겁을 내셨다.


하지만 그때 막내는 2살...


어머니가 용감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시간들이었다.


집은 항상 추웠고 외풍이 심 해 헌 창문이 덜거덕 거리고 나무의 그림자들이 달빛에 비치면 마치 누군가가 마당에서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났다.


하루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천둥 번개가 치면서 집에 불이 모두 나갔다.


이때 어머니는 우리가 너무 무서워하자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럼 우리가 귀신들에게 더 겁을 주면 어떨까?"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우리에게 춥지만 모두 빨간 내복만 입고 마루로 나오라고 하셨다.


모두 무릎과 팔꿈치를 다른 천으로 붙인 빨간 내복들 이었다


큰언니만 새로산 빨간 내복을 입고 나와 둘째 언니는 물려받은 내복이라서 팔꿈치와 무릎이 헤어져서 어머니가 천을 대고 꿰매어 주신 두꺼운 붉은 내복이었다.


우리가 모두 이 내복을 입고 나오면 어머니는 촛불을 4-5개를 마루 중앙에 놓고 춤을 추기 시작하셨다.


어머니가 독일어로 슈베르트 마왕을 부르시며 붉은 내복을 입고 춤을 추시면서 우리에게도 같이 춤을 추라고 하셨다.


촛불이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면서 다섯 명의 여인들이 촛불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추던 것이 생각난다.


아름다운 소프라노 목소리를 가지셨던 어머니는 점점 더 드라마틱 하게 이 노래를 부르셨고 우리는 더 빠르게 촛불 주위를 돌면서 마치 미왕이 된 것처럼 춤을 추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우리가 더 신이 나서 춤을 추기 시작하면 어머니는 피아노 앞에 앉으셔서 이 곡을 피아노로 치시면서 다시 아름다운 소프라노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하셨다.


갑자기 노래를 멈추시고 우리에게 곡의 내용을 설명하시며 연극처럼 1인 극을 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아버지 아버지... 이 소리가 들리지 않으시나요..."


"그냥 바람 소리란다"


"아버지 아버지 검은 그림자가 보이지 않으시나요"


"그냥 검은 안개란다..."


어머니는 막내를 낳으시기 전에 한 죽은 남자아이를 9개월에 출산하셨다.


항상 이 공연이 끝날 때쯤 불이 들어왔고,


어머니의 얼굴에 눈물이 가득했었던 것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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