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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Feb 08. 2022

더불어 살아요

얼굴도 본 적 없는 이웃들

 어린 시절, 시골에 살 때는 동네 사람들이 내가 어느 집 자녀인지, 형제는 몇인지, 공부는 어느 정도 하는지, 인사는 잘하는지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저도 동네에 대해 많이 알고 교류도 활발했습니다. 어떤 때는 지나친 관심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었지만 시골의 인심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났습니다.


 도시생활을 시작하며 이웃과의 왕래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8월에 이사 왔지만 옆 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얼굴도 본 적 없습니다.


 얼마 전에 혼자 사는 집인지는 알 수 없지만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문 앞에 내놓은 채 며칠이 지나도 치울 기색이 없었습니다. 옆 집의 옆 집이고 역시 본 적 없는 이웃입니다. 미관상 좋지 않지만 직접 피해를 주는 건 아니라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괜한 적을 만드는 건 서로 피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쓰레기장은 1층이라 내려가는 길에 버리면 되는데 2주 가까이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여름이었으면 냄새는 물론 벌레가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집 앞에 포스트잇이라도 붙여야 할까 했으나 아내가 만류했습니다. 마침 보일러 때문에 방문한 관리인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관리인에게 전달받은 이후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는 바로 치워졌습니다.


 윗집이 공실이었는데 부부와 자녀가 이사를 온 모양입니다. 아이가 웃으며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사를 하고 아이가 기분이 좋은가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낮에는 출근한 터라 알 수 없었지만 저녁에는 아이가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립니다. 다행히 밤에는 자는지 조용해져서 아이가 키우는 집에 그럴 수 있지 하고 이해하기로 합니다.


 토요일 새벽이었습니다. 그 시간은 원래 깊은 잠에 빠져서 소리를 잘 못 듣는데 어느 집에서 크게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아이가 우는 소리도 들립니다. 최근에 이사 온 윗집일 거라고 짐작이 되었습니다. 아내에게 새벽에 일어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무슨 일로 싸웠길래, 아이가 우는데도 신경을 쓰지 않고 싸웠을까?”

 “부모가 싸우면 아이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무섭지. 우린 싸우질 않는데 내가 자기한테 지니까.”


 이런저런 일들이 있지만 우리는 이웃들을 알지 못합니다. 이웃들도 우리를 알지 못합니다. 아마 이 집을 사는 동안 다른 이웃과의 왕래는 없을 것입니다. 때로는 어린 시절 정 많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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