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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Feb 27. 2022

세월의 흔적

흰머리, 시간아 천천히

 7살 무렵 할머니께서 흰머리를 뽑아주면 개당 50씩 주신다는 말에 열심히 뽑아드렸습니다. 고등학생 무렵이 되니 어머니께서도 흰머리를 뽑아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중학생밖에 되지 않았는데 새치가 섞여있어서 새치 뽑기 좋아하는 친구가 새치를 뽑는다고 들러붙어 있곤 했습니다. 스트레스 탓인가 보다 했는데 여동생도 고등학생이 되면서 새치가 생기는 걸 보니 유전이구나 했습니다.


 20대에는 일할 때 모자를 써서 새치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30대 이후부터는 모자를 쓰는 일없어 새치를 커버할 겸 짙은 갈색으로 염색을 했습니다. 30대 후반이 되니 새치가 늘고 수염도 흰색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40대를 코 앞에 두니 새치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머리 안 쪽 일부가 하얗게 변했습니다. 멋을 내기 위한 염색이 아니라 아내가 집에서 2~3달에 한 번 꼴로 어두운 갈색으로 해주곤 합니다.


 흰머리가 많이 보여서 아내가 염색을 해주겠다는 말에 머리를 하고 염색을 하기로 했습니다. 예약을 하고 머리를 하러 갔습니다. 원장님이 머리를 해주면서 염색할 때가 지나서 안에 머리가 많이 자랐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흰머리가 많다는 말을 돌려서 이야기한 거라는 걸 알기에 조금 민망했습니다.


 머리를 감겨주는 직원 분이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서비스 때문인지 말을 걸어옵니다.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나 봐요. 새치가 많으시네요.”

 “아, 흰머리예요. 이제 나이가 들어서.”

 직원은 멋쩍게 웃었습니다. 민망해졌는지 말없이 머리만 감겨주었습니다.


 흰머리 이야기를 듣고 괜스레 거울을 보게 됩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니 어느샌가 39가 되었습니다. 인생 선배들이 인생이 흘러가는 속도는 나이와 같다고 했던 말들이 떠오릅니다. 하루, 하루는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았는데 돌아보면 생각나는 하루들이 쌓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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