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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Nov 12. 2022

빼빼로데이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어릴 때 같았으면 설레던 그날이 마냥 귀찮기만 합니다. 11월 11일은 좋아하던 사람에게 마음의 표현을 할 수 있는 날 중 하나입니다. 삶이 팍팍한 건지 나이가 든 건지 다른 어느 날과 다르지 않고, 남들이 만든 상술에 얽매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는 전날 마트에 들러서 미리 동료들에게 줄 빼빼로와 저에게 줄 빼빼로, 제 동료들에게 줄 빼빼로를 구매했습니다. 출근할 때 잊지 말고 챙겨 가라고 신신당부까지 했습니다. 필요하면 회사 앞 편의점에서 구매해도 되는데 가지고 출근할 생각에 귀찮아집니다. 출근길에 빼빼로를 들고 가는 남자는 저 하나뿐인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합니다.

 민망함은 순간의 감정이고 출근길에 아내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하고 싶어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아내가 빼빼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등한시했습니다. 어설픈 빼빼로보다는 아내가 좋아할 만한 바디필로우를 함께 주는 선물을 택했습니다. 그 와중에 빼빼로데이로 비합리적인 가격은 아닌지 다른 사이트에서도 비교를 했습니다. 아내의 취향은 라이언 캐릭터이지만 춘식이 캐릭터를 처음 갖는 거라 핑크를 택했습니다.


 아내는 뜻밖의 선물이라며 고맙다고 했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모습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함께했습니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출근을 하니 자리에 빼빼로와 가래떡, 머핀이 있었습니다. 순간 아내가 챙겨준 빼빼로도 안 들고 왔으면 난감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근하고서도 몇 분이 더 챙겨주셔서 감사하게 받고 챙겨 온 빼빼로를 드렸습니다. 아내가 10개를 챙겨주었는데 금방 다 돌렸습니다. 아내의 세심한 배려에 더 고마웠습니다.


 아내에게 사진을 보내니 가래떡은 떡국이나 떡볶이 할 때 사용하면 되니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머핀은 냉장고에 두고 먹고 빼빼로는 천천히 먹어도 되니 풍성해진 간식들이 해결이 되었습니다. 처음의 귀찮았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고마움이 가득했습니다. 비록 상술일지라도, 빼빼로 데이는 보통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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