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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Dec 04. 2022

집사 일지(49)

이불 밖은 위험해-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집에서 빵을 굽는 시엘이가 부러워지는 겨울이 왔습니다. 11월이 그리 쌀쌀하진 않아서 비교적 따뜻한 겨울을 보내려나 했는데 비가 온 후,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며, 겨울 이불을 꺼냈더니 시엘이도 애용합니다. 감촉이 좋은지 이불 위에 자리를 잡고 잠이 들곤 합니다.

 평소에도 출근이 싫은데, 날씨도 춥고 지하철 파업으로 사람들이 몰려서 가는 길마저 인산인해입니다. 집에서 ‘이불 밖은 위험해’를 시전하고 있는 시엘이를 보면 묘생이 부럽기도 합니다.

 날씨가 추워지며 보일러를 돌리니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시엘이는 방바닥과 혼연일체가 되어 몸을 지집니다.  심지어 이불 속에 들어가기 싫어하는데 침대 커버 사이로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아예 자리를 깔고 누워버리는 시엘입니다. 방바닥의 열선이 눈에 보이기라고 하는지 어쩜 저렇게 신기하게 따뜻한 자리를 잘 찾는지 모릅니다.

바깥 냥이들이 겨울에 자동차 보닛 근처로 몰리는 것과 같은 현상일까요? 시엘이 말을 해주지 않으니 그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아랫목을 차지한 채로 따뜻함을 만끽합니다.

 잠에서 깬 시엘이는 돌연 자신의 구역을 관리라도 하듯 캣 타워에 올라섭니다.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멀리까지 볼 수 있는 것일까요? 하염없이 밖을 풍경들 바라봅니다. 까치가 집을 짓기 위해 움직이는지 좌우 반복해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포착한 시엘이는 눈을 떼지 못합니다.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다섯 살의 어린아이처럼 하염없이 풍경만을 바라보던 시엘이는 다시 내려와 따뜻한 자리를 차지하곤 곤히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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