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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Feb 05. 2023

[돌발] 다문화 체험

말 안 듣는 이랑 씨

 그 새, 머리가 많이 자라서 미용실을 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길을 지나다가 미용실이 보이면 들어가서 머리를 하곤 했는데, 요즘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머리를 하기 어렵습니다. 예약제를 하는 미용실이 많은 건지, 다니다 보니 예약제를 하는 미용실을 다니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머리를 하기 위해 인터넷 예약을 검색했습니다. 기본 가격은 그대로였는데 원장 시술이 올랐습니다. 저는 단순 커트만 하기 때문에 15,000원인데 원장 시술이 3,000원으로 기억하는데 8,000원이 되었습니다.


 아내는 원장 시술은 원래 5,000원이었다고 해서 실랑이를 벌이긴 했습니다. 아내는 가스비도 오르고 인건비도 오르는데 당연한 거라고 저를 설득했습니다.  사실 3,000원 오른 것과 5,000원 오른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성비가 좋다며 편하게 다니던 동네 미용실의 가격이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의 가격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럴 거면 머리 잘하는 곳을 찾거나 가성비가 더 좋은 동네 미용실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 자기의 머리카락은 자기 것이 아니라 내 것이야. 내가 항상 보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자르게 할 거야. 여러 곳 들려서 힘들게 찾은 머리 잘하는 분인데 비용이 올랐다고 다른 곳을 다시 할 필요가 있어? 원장님이 청담에서 10년 넘게 일한 분인데 프랜차이즈 가격이랑 비슷한 수준일 수도 있지. 오히려 미용실 정착하려고 저렴하게 운영하다가 올린 것 같는데 내 말 듣고 하던 곳에서 해. 후회하지 말고.


 저는 고집을 부리고 프랜차이즈를 찾았는데 근처에 3곳 정도가 있었습니다. 다만 예약제라 바로 할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아내는 한 발 양보해서 그럼 원장님 시술을 포기하고 다른 디자이너에게 받으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럼 너무 돈 때문에 디자이너를 바꾸는 것이 티 나니, 다른 곳을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아내도 결국 두 손을 들었습니다. 가는 길에 예전에 머리 했던 미용실이 자리를 옮기고 신장개업을 한 것을 보았습니다. 손님도 없어서 바로 될 것 같았습니다.


 “자기야, 여기 머리 지금 가능한지 물어봐줘.”

 “여기에서 한다고? 자기도 정말 고집이다. 자기 후회할 거야. 사장님, 지금 남자 커트 되나요? 남자 머리 자를 수 있어요? “

 

 왜 두 번이나 물어보는 거지 하고 생각했으나 된다고 해서 별생각 없이 외투를 아내에게 맡기고 앉았습니다. 사장님이 말을 걸어오는데 살짝 말투가 이상했습니다. 사투리가 있는 사람이 서울말을 쓰려고 해서 그런가 생각을 하고 머리를 맡겼습니다.


 사장님의 말투도 이질적이었는데. 들려오는 음악이 태국 또는 베트남 음악 같았습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거울을 보다가 아래쪽을 보니 “ㅇㅇ헤어 1호점 toc viet”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지나가다가 앞의 ㅇㅇ헤어 1호점만 보고 들어왔는데 toc viet은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베트남을 표현하는 글이었습니다.

 “사장님, toc가 무슨 뜻인가요? viet는 베트남인 것은 예전에 베트남어를 조금 배워서 알고 있는데 “

 “아, 베트남어 배웠어요? toc는 머리카락이란 뜻이에요.”


사장님의 말투와 들리는 음악에 대한 의문은 사라졌으나, 저도 사라지고 싶었습니다. 머리를 잘 자를 거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고 베트남의 헤어스타일이 되는 건가? 머리를 하고 나면 아내가 엄청 놀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리 괜찮아요?”

 ”자기야, 머리 한 번만 봐줄래? “

 “응, 괜찮네.”


 베트남은 머리를 누워서 감기는지 간이침대에 누웠습니다. 보통 의자에 앉아서 감는 것이 일반 적이고 예전에 이 시설을 이용했을 때도 앉아서 감겼는데 바뀐 모양입니다. 머리를 말려주는데 5:5 가르마를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정성을 다해 드라이기로 볼륨을 넣고 있어 말을 못 했는데 살면서 5:5 가르마는 처음 해보았습니다. 게다가 뿌리 쪽의 흰머리가 다 노출되어 말리고 싶었습니다.


 요즘 카드 결제가 일반적이라 현금을 안 들고 다니는데 이곳은 현금 결제를 해야 할 것 같아서 계좌 이체를 했습니다.


 “자기야, 들어갈 때 두 번 물어봤을 때 사장님 말투 듣고 알아챈 거 아니야? 말렸어야지. “

 “자기 알고 들어간 거 아니었어? 앞에 간판에 이상한 기호로 적혀있었잖아. 사장님하고도 베트남어 이야기하던데.”

 “아니, 앉아서 베트남 음악인지 태국 음악인지 들리길래 이상해서 둘러보다가 알았는데.”

 “자기한테 머리 괜찮냐고 물었을 때도 내 얼굴 보지도 않고 괜찮다고 하던데.”

 “자기가 고집부려서 들어왔잖아. 자른 머리 붙여 달라고 할 수도 없고. 괜찮다고 해야지. 후회할 거라고 했잖아.”


 이번에도 아내 말을 안 들은 이랑 씨는 베트남 미용사에게 참 교육을 당했습니다.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다음 달에는 원장님께 돌아가야겠습니다.

 “이랑씨, 아내 말을 잘 들어야 만사형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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