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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Oct 21. 2023

배고프면 예민해져요.

짧은 점심시간의 만남

 매년 하는 건강 검진을 올해도 했습니다. 전일 저녁부터 굶주린 채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무수히 긴 행렬에 내년에는 더 일찍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건강 검진을 마치고, 근처의 국밥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건강 검진을 하면, 회사에서 4시간을 지원해 줘서 2시까지 출근을 하면 되기에 시간이 조금 남았습니다. 곧 있으면 아내의 점심시간일 것 같아 잠시 얼굴이나 볼까 하고 이동했습니다. 이동하면서 연락하니 아내는 출근하면서 편의점 도시락을 샀다고 했습니다. 저도 점심을 먹은 터라 도시락을 먹고 나오라고 했습니다.


 “자기야, 10분이면 먹잖아. 잠깐 만나서 얼굴이나 보고 커피나 한 잔 하자.”

 “요즘 천천히 먹고 있어. 20분은 걸려. 패스트푸드 가자. 자긴 치킨 한 조각 더 먹을 순 있잖아.”

 

 아내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나온 터라 패스트푸드에 들어가자마자 주문을 했습니다. 12시 15분이었는데, 치킨 버거 세트 하나와 치킨 세 조각을 주문하고 자리에서 기다렸습니다. 주문 번호는 6번째였습니다.


 버거와 치킨은 이미 만들어 놓고 쌓아놓고 파는 형태의 패스트푸드였습니다. 음료는 셀프 형태라 후렌치 프라이만 담아주고, 뒤에 버거만 챙기면 되는데 번호가 줄지를 않았습니다. 심지어 저희 뒷 주문만 연달아 제공되었습니다.  

 

 아내가 영수증을 들고 문의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만류했습니다. 카운터에서는 교육생 한 명이 우왕좌왕하고 있었습니다. 앞의 주문들도 사라지지 않고, 빌지만 체크하고 있었습니다.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방치된 상황에서 시간만 흘렀습니다. 심지어 교육생이 움직이다가 쌓아놓은 다회용 컵이 쏟아졌습니다.


 “설마, 저 컵들 다시 쓰라고 꽂는 건 아니겠지?”

 “에이, 식기 세척기 한 번 돌리면 되는 걸 올리겠어. 카운터라 뻔히 보이는데. “


 아내가 고개를 돌려 카운터를 보려는 걸 말렸는데, 교육생은 그대로 꽂고 있었습니다.

 ‘일회용 컵 달라고 해야겠다. 서프라이즈로 아내 보러 왔다가 왜 눈치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지.‘


 아내는 말 수가 없어지고, 화가 많이 난 상태였습니다. 영수증을 들고 카운터에 갔습니다.

 “여기, 951번 음식이 안 나오는데요.”

 “951번은 이미 나갔는데요.”

 

 교육생은 미안하다는 사과나 확인하겠다는 말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고객의 불만 응대를 하지 않고, 다른 고객의 음식 제공을 하는데 그마저도 버거 수가 안 맞아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2개 주문했는데, 3개가 놓여 있어요.”

 “버거에 숫자가 2로 되어 있고, 아래에 1이라고 되어 있잖아요. “

 “됐어. 그냥 가져 가자. “


 옆에서 보고 있던 저는 응대를 하다 말고, 무슨 상황인가 싶어 어이가 없어 보고만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아내가 카운터로 왔습니다.

 “저기요. 음식도 제공되지 않았고, 호출판에도 번호가 그대로잖아요. 매니저 불러 주세요.”

 “매니저님은 없어요. 오후에 출근하세요.”

 “그럼 됐으니 환불해 주세요.”

 “여기. 환불 좀 해주세요.”

 

 부점장 명찰을 하고 있는 직원이 주방에서 나와서 빌지를 보고 한 마디 했습니다.

 “금방 나오는 메뉴인데. “

그리고는 음식을 챙겨주려고 했습니다. 그 행동을 본 아내는 제지했습니다.

 “됐고요, 환불이나 해주세요. 점심시간 10분 남았어요.”


 결국,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당황스러운 서비스는 처음이었습니다. 패스트푸드에서 부점장까지 했고, 5년 이상 맥도날드에서 일한 저로선 어이가 없었습니다. 교육생이라 미숙해서 느린 거라고 이해하려고 했는데, 부점장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이 정도라니..


 배고픈 아내를 달래며, 제가 사과했습니다. 들어가면서 간식이라도 들려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이 배고팠는지 도넛가게 들려서 흡입하다시피 하고 채 5분도 안돼서 일어났습니다.

 

 “아까는 점심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배가 고파서 예민했나 봐. 그냥 쉴 수도 있었을 텐데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점심은 망했지만, 저녁은 맛있는 거 먹자.”

 p.s. 전이 늦게 나왔다고 하이볼을 서비스로?! 사실 서비스보다 늦게 챙겨줘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직원의 서비스가 더 좋았습니다. 점심과는 비교되는 서비스와 맛있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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