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죄인인가?
항상 사고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다행히 크게 다친 건 아니지만, 아내가 매우 놀란 모양입니다. 횡단보도에서 아내와 함께 걷다가 제가 자전거와 부딪혔습니다.
녹색 신호를 보고, 중앙 쪽에서 천천히 건너고 있었는데, 3분의 2쯤 지날 무렵 발목에 순간 통증이 오고 무언가에 부딪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교차로라 횡단보도가 넓은 편이었고, 중앙에서 직진을 하고 있던 중이라 위험 요소는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뒤에서 누군가 발로 찬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자전거를 탄 아주머니가 횡단 신호가 끝날까 봐 속도를 낸 모양이었고, 제 뒷 쪽에서 나타나서 저와 부딪히며 넘어질 뻔한 것이었습니다. 순간 아픈 것보다 당황스러움이 컸습니다.
‘횡단보도에서 자전거에 부딪히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
아주머니는 괜찮냐는 말도 없이 제 갈 길을 가려고 했습니다. 화가 난 아내는 아줌마를 불러 세웠습니다.
“저기요. 사람을 치고, 사과도 없이 가는 게 무슨 경우예요?”
아주머니도 잠시 섰지만,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불렀냐는 반응이었습니다. 아내는 그것 때문에 더 화가 났습니다.
”아줌마,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를 내려서 끌고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사과도 없이 그냥 가는 게 무슨 몰상식한 경우야? “
“나이도 어린 게, 다짜고짜 반말이야?”
“처음부터 사과를 했으면 내가 반말을 하겠어? 사람이 다쳤는데, 아무 말 없이 그냥 가는 건 뺑소니 아니야?”
“다쳤어? 어디 다쳤는데? 병원 가보자. 병원 가면 될 거 아니야? 나이도 어린 게 어른한테 계속 반말이네. “
“어른다운 행동을 해야 어른이지. 애들도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를 내려서 끌고 다니고, 혹시라도 부딪히면 사과는 당연히 해. 사과도 안 하고 도망가려던 게 어디서 큰 소리야?”
대로였던 탓에 고성이 오가는 우리를 많은 사람들이바라 보고 있었습니다. 아내도, 아주머니도 이미 흥분한 상태라 제가 나섰습니다.
“자기야, 잠깐만. 크게 다친 거 아니니까 진정해.”
우선 흥분한 아내와 아주머니의 가운데를 막아서고 아주머니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제 상처를 보여주었습니다.
“아주머니, 보시면 크게 다친 건 아니라 병원 갈 정도는 아니에요. 하지만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시다가 저랑 부딪히셨고, 사과도 없이 그냥 가려고 한 거 맞으시잖아요.”
“병원 가자고요. 병원 가면 될 거 아니에요.”
“이 정도로 병원 갈 정도는 아닌데, 그렇게 원하시면 병원 갈까요? 대신 경찰에 신고도 할 거예요.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로 저를 치고 그냥 가려고 했다고. 그러니 일 키우지 마시고 그냥 가세요. “
아주머니는 별다른 말 없이 자전거에 올라타더니, 자신의 갈 길을 향해 갔습니다. 아내도 당사자인 제가 나서자, 화가 났던 것을 진정했습니다.
“저 사람, 자기를 자전거로 치여놓고, 본인인 피해자인 마냥 토끼눈으로 자기 쳐다보곤, 그냥 가려고 했어.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사람을 부딪혀놓고, 사과도 없이 도망가려고 해. “
“가벼운 상처라, 병원 가도 약 바르고 끝날 거야. 당황스럽지만 이제 가자.”
“괘씸하니까 그렇지. 아마 그 사람은 가면서도 성질 더러운 여자 걸렸네 하면서 내 욕할 거야. 남자는 착한데. “
“아주머니가 잘못한 것이 맞아.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서 부딪혔어. 게다가 우린 횡단보도 중앙으로 건너고 있었는데, 끌고 가는 것도 아니고 자전거를 타면서 가장자리도 아니고 중앙을 가로질러 온 거잖아. “
“다 떠나서 그 사람 결국 사과 안 하고 갔어. 처음부터 사과했으면 괜찮다고 보냈을 거야.”
아주머니도 누군가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분명 서로에게 유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깊진 않지만 상처까지 생겼습니다. 그래도 제가 다쳤다고 큰 소리로 싸워준 아내가 정말 사랑스러웠습니다.
든든한 내 편!! 만약에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저도 아내처럼 큰 소리로 아주머니와 대로에서 싸울 수 있었을까요? 제가 다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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